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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하루 종일 기다리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로 영화는 시작된다. 뭐가 그리 즐거운 일이 있는지...

메이드가 청소를 하고 있는 호텔방을 들어선 재훈(정보석). 뭐가 그리도 급한 것일까? 청소가 끝난 방안에 들어서서 전등과 환기구를 살펴보는 그의 모습. 도청 장치나 몰래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닌지... 무엇을 감추고 싶은 것일까?

수정(이은주)에게서 전화가 온다. 약속 장소에 못가겠다고 말하는 수정을 끝내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2부 어쩌면 우연 (남자의 눈)


케이블TV PD 영수(문성근)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수정은 우연한 기회에 재훈과 늦은 점심을 같이 하게 되고 많은 얘기를 나눈다. 재훈은 내심 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헤어진다.


다음날 재훈은 잃어버린 장갑을 찾기 위해 경복궁으로 들어오다가 수정을 만난다. 수정은 잃어버린 재훈의 장갑을 주워서 가지고 있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재훈은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 믿는다.


독립제작영화를 만들기 위해 재훈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부탁하는 영수... 저녁 술자리로 계속 이어지고, 이때 자리에 합류하는 수정. 술에 취한 영수를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내고 둘만 남은 어색한 시간.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으슥한 골목으로 따라 오라는 재훈. 정말 어설프기 짝이 없다. 여자의 환심을 사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다 알면서도 골목을 따라 들어가는 수정. 그러자 재밌는 것이 없다며 수정을 와락 끌어안고 입맞춤을 한다. 남녀의 첫 스킨쉽은 왜 그렇게 유치할까? 우리 모두가 어떻게 될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정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원래 그런것...


장소를 옮겨 커피숍에서 재훈은 수정에게 사귀자고 제안한다. 재훈의 간곡한 부탁에도 수정은 매몰차게 사귈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색해 하는 재훈의 표정...


영화 제작은 쉬운 것이 아니다. 돈도 없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영수는 괜히 스텝들에게 화를 내고 박기사와는 싸움까지 한다. 물론 화해를 하지만...

영수와 재훈이 탁구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16대 9로 재훈이 이기는 상황. 공수가 바뀌었다는 재훈의 말에 영수는 시간을 핑계로 탁구를 그만둔다. 그리고 재훈에게 탁구 잘 못한다더니 잘 친다고 핀잔을 준다. 영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재훈과 수정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수를 놔두고 같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차안에서 수정은 재훈에게 말 한다.
수정 : '제가 술마실 때만 애인해 드릴까요?'
재훈 : '그러실래요?' 

(유치하기는...)


한적한 공원에서 키스하는 두사람... 그렇지, 오늘 술 마셨지. 둘은 이렇게 진전된 사이가 되어간다.

자신의 집으로 수정을 데려간 재훈... 불쑥 샤워를 하겠다고 묻고는 수정에게도 샤워를 하겠냐고 묻는다. 뭘 묻는건지 이해가 가지만... 어쨋든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샤워를 하러가서 괜한 방향제나 뿌리는 재훈...
뭔가를 생각한 수정은 자신의 브레지어를 미리 벗는다.


남녀의 관계는 그러한 것.

애무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재훈은 본격적인 관계를 준비하지만... 수정은 처음이라며, 관계를 거부한다. 한번도 경험이 없다는 수정의 말에 재훈은 정말이냐고 물으며 기뻐한다. 남자들이란... :)
수정 : '처녀예요. 웃기죠?'
재훈 : '하나도 안 웃겨요'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
재훈 : '브레지어를 원래 안하는 모양이죠?'
수정 : '겨울에는 답답해서 안해요'
재훈 : '겨울에는 안보이니까'
그냥 이 대목에선 피식하고 웃음만 날 뿐... :)

지인의 생일 모임에 같이 나타난 영수와 수정. 세사람은 술자리에서 신경전을 벌인다.
재훈이 빌려준 카메라를 영수가 잃어버렸다고 하자 화가 난 재훈... 도둑놈이라고 화를 낸다. 카메라를 잃어버려서라기 보다는 수정을 대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수정씨 혹시 그 사람 사랑해요?'
어리석은 재훈의 이 한마디...
실랑이를 계속하는 두 사람... 마침내 수정은 그만 만나자고 절교를 선언한다.
여자의 마음을 그리도 모르나...

다음날 재훈은 먼저 전화해서 화해를 청한다. 안산 근처 고잔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라는 말에 고잔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재훈... 부잣집 아들이라 지하철을 타 본 적도 없는것 같다.


또 다시 호텔로 이어지는 두사람의 애정행각.
수정 : '안돼요, 다음에 해요'
재훈 : '수정씨 저 정말 피곤해요'
수정 : '다음에 해요'
재훈 : '다음에 언제요?'
수정 : '맨날 이런것만 좋아해'
수정 : '가슴은 가졌잖아요'
생리를 핑계로 관계를 거부하는 수정. 그러나 다음엔 꼭 관계를 갖자고 다짐을 받는다.
사랑한다고 서로 말하는 두사람...

3. 매달린 케이블카

첫 장면에서 재훈이 수정과 전화하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수정의 집에서 전화받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명동에서 영수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전화하지만 영수는 가족 모임 때문에 못 나간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영수. 그러나 아무 일 없다고 하고는 남산 케이블카를 탄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정전으로 서 버린다. 계속 울고 있는 케이블카 안의 아기...


4. 어쩌면 의도 (여자의 눈)

뭔가 심란해 하는 수정에게 영수는 화랑에 그림을 보러 가자고 한다. 그러나 별로 내켜하지 않는 수정. '내가 술사주께'라고 하며 수정과 화랑에 간다. 그리고 같이 나오는 세사람... 처음 장면의 술집이 나온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중간에 화장실을 급히 찾는 사람은 재훈이 아닌 영수. 그리고 술을 잘 마시는지 묻는 장면은 이미 다른 장소에서 나왔던 대사였다.

수정의 방안... 다른 남자가 있다. 그 남자와 수정은 가까운 사이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촬영을 위해 찾은 경복궁. 벤치에서 재훈의 장갑을 발견한 수정. 그리고 재훈을 경복궁안에서 만나고 주운 장갑을 재훈에게 전달한다. 적극적으로 수정이 재훈에게 찾아준 것이다.

고갈비와 막걸리집. 앞선 상황과 다른 모습들...


편집실에 있는 영수와 수정. 영수는 수정에게 키스를 한다.
수정 : '여자 많아요?'
영수 : '무슨 여자'
수정 :  '섹스같은거 때문에 그래요? 저한테 한 키스...'
수정은 키스는 좋아하지만 관계는 무섭고 이상하다고 영수에게 털어 놓는다.

영수의 회사에서의 상황
박기사에게 얻어맞고 있는 영수. 그 모습을 본 수정은 몰래 빠져나온다.


가까워진 재훈과 수정의 사이...

다방에서 키스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중계하지 못하겠다. 도저히... -.-

아까 방안에 있던 남자는 수정의 오빠였다. 왜? 진짜일까?
오빠 역시 영화를 찍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훈의 카메라는 수정이 가져갔다는...


선술집의 영수와 수정.
수정이 재훈과 사귀는지 묻는다. 인정하는 수정.

재밌는거 보여준다며 수정을 여관으로 끌고간 영수. 정말이지...
감독을 좋아하긴 하지만... 끝내 관계를 거부하는 수정.


재훈 친구의 생일 모임... 영수의 지루한 술주정에 모두들 피곤해 하고...
재훈은 이들을 피해 다른 방에서 생일을 맞은 여자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눈다.
여자친구의 은근한 눈빛... 그러나 그것이 재훈이 바라는 진정한 사랑일까?


다음날 고잔역으로 찾아와서 수정에게 전화를 건 재훈. 그리고 호텔에서의 애무...
갑자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른 재훈... 수정은 호텔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밖에서의 화해...


다음날 수정의 회사로 연락을 한 재훈. 약속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만나자고 한다.
내일은 일요일. 제주도에 가자던 약속은 했지만...
수정 : '예, 알았어요. 내일 만나요 그럼...'
재훈 : '잘됐네요'
수정 : '예...'


5.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정전으로 멈추었던 케이블카는 다시 움직인다. (정말 멋진 발상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곳은 남산의 어느 호텔... 재훈이 약속한 그 호텔이다.


욕실에서 챙겨온 잠옷을 꺼내입는 수정.
그리고 이어지는 정사...
절정의 순간에 재훈은 이렇게 외친다. '오! 수정'

그들의 관계뒤에 남은 혈흔... 흐뭇해 하는 재훈과 당황해 하는 수정.
시트를 빠는 재훈.


'당신은... 내 짝을 찾았는데 뭐...'
'나두요...'


경쾌한 오르간 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난다.

영화 첫 부분은 경쾌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해서 끝부분엔 경쾌한 오르간 소리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아노와 오르간의 차이가 무엇일까? ^^

1999년 겨울날의 세남녀의 애정사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남녀의 심리를 쉽게 잘 보여준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수정으로 열연한 이은주의 연기가 볼만하다. 그리고 이미 우리에겐 영원한 오빠로 나오는 재훈역의 정보석은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를 잘 소화해 냈다.

홍상수 특유의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적나라한 장면을 몇군데 볼 수 있다. 홍상수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영화를 다듬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흑백으로 찍은 것 역시 영화의 가벼움에 비해 무게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묵직한 배경이지만 답답하고 어두운 면이 아닌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영수역의 문성근은 돈없고 이기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중간에 술취한 수정의 오빠와의 장면은 어떤 의도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근친상간?

영화의 시간 흐름은 다음과 같다.

'2. 어쩌면 우연' '4. 어쩌면 의도'가 같은 시간이며 -> '3. 매달린 케이블카' -> '1. 하루 종일 기다리다.' 와 '5.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 같은 시간대와 -> '5'의 결말로 이어진다.

재훈에게는 수정이 찾아준 장갑으로 인한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수정의 입장에서 그것은 의도라고 보여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연일까? 의도일까? 잠시 정전으로 인해 남산의 호텔로 향하는 수정이 탄 케이블카는 정전으로 멈춘다. 그 사이에 수정의 눈으로 본 이제까지의 일을 보여준다. 마침내 다시 전기가 들어와서 케이블카는 정상에 도착하고... 수정은 재훈이 기다리는 호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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