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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흔들바위 계조암에서 찍은 설악산 어느 봉우리 모습)

강원도 속초와 고성은 이때만 되면 외지인으로 붐빈다.

단풍을 이야기 하면 어디 설악산을 빼놓고 이야기가 되던가?
지난주 강풍 피해가 있었던 터라 의외로 설악산은 단풍객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10월의 마지막 주말엔 날씨도 아주 화창하고 무엇보다 빛이 풍부해서 사진 찍기에 그만인 날이었다.

멀리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 때문에 곳곳에서 많은 단풍객이들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 : 한화콘도에서 찍은 울산바위 모습)

저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나 고성군의 간성읍까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울산바위는 지금봐도 참 특이하게 생겼다.


공원 입구 광장에는 유난히 붉은 등산복을 입은 단풍객들이 많았다. 중국과 대만, 동남아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눈에 자주 띄었는데, 산 허리에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물론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공원내에 단풍잎을 만지ㅁ면서 산을 가리키는 모습은 이런 한국의 자연에 대해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단풍나무는 입구 공원내에서도 여러곳에 서 있었는데, 빨간색과 빛이 바랜 노란색이 섞여 있어서 조화를 이루었다.

늘 그렇지만, 우뚝 솓은 소나무들은 주위 단풍들이 색을 바꾸며 한껏 자랑을 뽐내도 그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붉은색 사이에 중간 중간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는 단풍철 설악산을 빛내는 조연이다.


권금성이 권씨와 김씨가 쌓은 성이라는 사실은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권금성을 오르는 케이블카는 연신 단풍객들을 권금성 정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끝트머리에 점처럼 보이는 건물만이 저곳에 사람이 있다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왜 진작 산중의 일주문 단청이 단풍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을 몰랐을까? 단청의 알록달록함과 단풍이 서로 색깔을 가지고 다투기도 하듯 두가지의 색깔 뽐내기는 절정에 이른듯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아래 좌불상 앞에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로 보이는 한무리의 여행객들은 불상을 손으로 가리키며 연신 합장을 하고 있었다.

이슬람 어느 나라의 사람, 인도네시아 사람도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사람도 똑같은 마음으로 자신들의 소망을 빌었으리라. 단순히 종교 차원이 아닌 믿음으로서 저 기와에 글을 썼을 것이다. 바라는 모든 소원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강풍과 폭우가 지나간지 일주일이 지났기에 계곡의 물은 맑고 깨끗하게 흐르고 있었다. 빛에 반사된 계곡의 바위들이 하얀 빛을 발하고 있다.

신흥사 입구 매점 지붕엔 이름모를 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빛이 풍부하기 때문인지 풀들이 싱싱해 보인다. 멀리 이런 산속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신흥사 담벼락에 이름모를 열매와 붉은 색을 띤 잎사귀가 덤불을 타고 널려 있다. 흡사 잘못보면 이것이 담인지 바위로된 벼락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빨간색의 잎을 가진 덤불이 덮고 있다.


옅은 구름이 산자락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한적한 분위기가 오히려 이런 정취와 잘 어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산길을 걷고 있었더라면 고즈넉한 정취는 느끼기 어려웠으리라.
(사진 : 흔들바위, 울산바위 가는 등산로)

계곡을 사이로 나무들이 푸른색과 붉은색 그리고 노락색으로 치장되어 있다. 저 산등을 쳐다보면 붉고 노란색이 섞여 있다.


수량이 풍부해진 계곡 사이에 큰 바위들 사이로 맑은 물이 시원스럽게 흐른다. 계곡물 소리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다. 사람들의 소리도 없고, 도시의 그 어떤 소리도 섞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소리다. 그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 짐을 느낄 수 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이 훤히 보인다. 떠가는 낙엽을 보면 운치가 극에 다른다. 손을 물에 넣어 보지 않고는 못 견딜만큼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 물이었다.


절터였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리탑. 아니 사리탑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원암 바로 근처에 있던 저런 탑 주위엔 등산객들의 기원을 담아 쌓아올린 탑들이 많았다. 저 돌들이 쌓인 숫자만큼 기대와 희망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 오랜 시간을 걷지 않아도 바로 앞에 있는 듯한 울산 바위가 보인다.
이 부분은 속초에서 보던 울산바위의 뒤쪽면이다. 신흥사에서 휴게소를 두개나 지나 만난 계조암 바로 아래서 찍은 울산바위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하얗게 빛난다.


저렇게 흔든다고 진짜 바위가 흔들릴까? 어느 등산객은 늘 상상해오던 그런 모습으로 흔들바위를 힘껏 밀어보고 있다. 하지만 꿈쩍하지 않는 바위. 그 뒤로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은 모두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울산바위와 하늘의 대조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깨끗하고 맑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번엔 흔들바위까지만 찾았다. 다음엔 꼭 울산바위를 오르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공원 입구로 내려왔다.

'다래헌'이라고 하는 일주문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절밥으로 불리는 비빔밥을 먹었다. 관광지라 많이 비쌀거 같았지만 비싸지 않았다. 6천원을 내고 받은 한그릇은 푸짐한 산채 나물과 도토리묵이 나무 그릇에 담겨 나왔다. 산을 오르고 먹는 밥인지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가을산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예전에 정말 몰랐었다. 그 먼 거리(약 250Km)를 달려올만한 가치가 있을지 출발할 때는 몰랐지만, 다녀온 후 마음은 바뀐다. 다음엔 언제 올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몸은 비록 다시 서울에 있지만 아직도 시원한 산바람과 붉은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어울린 설악산의 단풍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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