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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8만명. 2002년까지 대형할인점은 김천 이마트가 가장 가까웠던 전자산업단지 구미.

2002년 수출의 탑 근처에 이마트 구미점이 오픈되면서 대형할인점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인구 15만명당 1개의 할인점이 가능하다는 업계의 통상적인 계산으로 비추어보면 최소 2개에서 3개 정도의 대형할인점이 들어서야 적절한 상황으로 계산된다.

2006년 2월 이마트와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금오공대 근처 신평에 초대형 롯데마트가 들어섰고, 연이어 홈플러스 역시 이마트와 1 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사곡 근처 광평에 문을 열었다.

대전(大戰)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유통전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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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45,000㎡, 롯데마트 59,000㎡, 홈플러스 49,000㎡로 각각 다른 지역 매장보다 연면적이 큰 매장들이 들어섰다.

거기에 최근 올해 7월에 산업단지공단 측이 구미 국가산업단지 3단지내의 업무 지원시설 부지 일부를 신세계측에 팔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인구 38만 도시에 인접한 지역에 4개의 대형할인점이 입점해 있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인데, 매장 면적과 여러 면에서 후발주자의 추격을 받아온 신세계 이마트 측이 인동지역상권(구미 산업단지 부근의 최대 주거지역)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부지 매입에 성공하면서 경쟁 업체들과 지역 상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이번 산단공이 신세계 측으로 판매한 부지는 기존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에 주차장 부지로 제공되던 곳이어서, 업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구미시는 지역상권 보호와 공단 입주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이마트 입점을 허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사기업이 사업을 위해 정당하게 구입한 부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엔 제도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어서,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이 부지에 이마트 입점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기존의 광평동 이마트는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제외한 다른 중소유통 업체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현재는 구미에서 오랫동안 유통을 담당했던 '동아쇼핑'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제 마침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제일 크다는 롯데마트를 방문했었다. 어느 롯데마트 지점보다 큰 규모였는데, 주차장은 물건을 구입하러 온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매장안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오후에 다시 들르려고 했을 때는 길게 밀려있는 주차 대기 차량을 보고는 차를 돌려 근처 홈플러스로 갔다. 홈플러스 역시 복잡하긴 마찬가지 였지만, 그래도 롯데마트보다는 유동 인구가 적었다.

평소 집근처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있어서 자주 들러봤지만, 구미는 서울보다 훨씬 쇼핑 인구가 많았다. 물론 크리스마스라는 특수가 끼어 있긴 했지만, 대형매장이 가득한 모습은 평소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전자산업이 호황인 관계로 인해 많은 경제인구가 있는 지역이어서 소비는 왕성한 것으로 보였다.

지역 경제가 좋지 않다는 뉴스와 함께 대형할인점들의 유통 전쟁을 바라보는 내 입장은 씁쓸하기만 하다. 소비자야 싸고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 할인점이 편리하지만 전반적으로 중소매상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클 것으로 보인다. 향후를 봤을 때는 이런 유통 전쟁은 전반적으로는 지역 경제에 큰 주름이 될 것이다.

구미 시내에도 롯데시네마에 이어 CVG도 21일 개관을 했다. 멀티플렉스도 구미에서 경쟁을 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구미를 둘러싼 유통 전쟁은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고향이 구미인 내게는 점점 낯선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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