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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에 가면 반드시 들러보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학생감옥(Studentenkarzer)이다. 학생감옥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음식점 황태자를 찾으면 바로 뒷 건물이다.

참고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386년 설립되어 62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과학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7명이나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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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이 학생감옥의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옛날 독일은 대학이 치외법권이 있었다. 그래서 경찰력 등의 공권력보다는 학교에 자체적인 사법권이 있었다. 재판권도 있기 때문에 감옥도 존재했다.

최초 대학내의 감옥이 존재했던 것은 1712년이며, 현재의 학생감옥 위치는 1778년에 학교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후 1차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까지 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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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내부의 전경)

주로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나 가로등 깨뜨리기 등의 민생침해 학생사범들이 이곳에서 근신을 했다.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기념품 판매점이 같이 운영되고 있는 1층 입구의 작은 매표소에서 3유로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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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죄수들은 보통 2주간 이곳에서 머물게 되지만, 경찰을 애먹이거나 저항했다면 4주까지도 감금생활을 해야 했다.

첫 이틀간은 다른 음식은 제공되지 않고 마른 빵과 물만 제공되며, 이 그후로는 외부 레스토랑이나 자신의 하숙집 음식, 친구들로 받은 소위 '사식'을 받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맥주 등의 술은 반입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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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온통 낙서다)

감옥이긴 하지만 3층에 위치한 감옥방은 총 5개이고 복도를 통해 다른 방으로 옮겨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각각의 방에는 2개의 책상과 몇 개의 의자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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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이 감옥에서 낙서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벽과 천정 등 대부분의 감옥내 시설에는 낙서가 되어 있다. 검은 색은 이곳의 난로에서 나오는 그을음으로 칠한 것이고 나머지 색은 외부에서 들여온 것으로 칠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도 창문엔 별로 반갑지 않은 경고 문구가 하나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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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독어 그리고 한국어로 낙서하면 처벌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씁쓸한 모습이다. ('낙서'라는 글자조차 '낚'이라고 낙서를 해버렸다)

실제로 그 시절이 아닌 최근에 쓴 낙서들이 많이 보였고, 한글도 꽤나 많이 보였다. 물론 한국어 낙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와 독어 낙서, 그 외의 다른 나라 낙서도 많다. 그러나 유난히 한국 낙서가 많았다.

학생감옥의 의미가 우리와 통해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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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낙서 때문이 아닐까?)

그 시절 일부의 학생들은 자신이 이곳에 갖혀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문에 붙여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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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밖에 걸려있는 학생감옥의 대표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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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방은 수감자들이 나름대로 이름이 붙였는데, Sanscouci, Grand Hotel, Palais Royal 등으로 욕조는 Royal Throne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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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학생감옥의 모습, 3층이 감옥이다)

수감된 학생들은 수업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을 받기 위해 대학으로 통하는 길도 별도로 나 있다고 한다. 수업을 받고나서는 다시 학생감옥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은 학생감옥에 갖히는 것을 하나의 추억거리로 생각해서 이곳에 갖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감옥은 감옥이되, 낭만과 추억이 있는 감옥으로 여겨졌나 보다.

3유로를 내고 돌아본 것 치고는 별 볼것이 없지만, 낙서를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독어를 읽고 이해할 줄 안다면 무수히 많은 낙서들의 뜻이 재밌을 거 같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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