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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한다면 두가지 목적이 대부분이다.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유학을 하거나 또는 하이델베르크성을 구경하러 온 것이다.

하이델베르크성(Heidelberg Schloss)은 하이델베르크 시가가 한눈에 보이는 산중턱에 세워진 고성(古城)이다.

하이델베르크성이 있어서 이 도시는 훨씬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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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경이그려진 조감도)

구시가지와 네카강이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성은 옛날 이 지방을 다스리던 선제후들이 정치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성은 때로는 요새로 때로는 연회를 베푸는 공연장으로 선제후들의 휴식처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 온 곳이다.

현재의 하이델베르크성은 원래 산중턱 더 높은 곳에 위치했으나 낙뢰로 인한 파괴로 현재의 위치로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갈라져 나온 팔츠 선제후들이 약 500년간 본성(本城)으로 사용했을 만큼 하이델베르크성은 아름답고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성은 전쟁의 역사와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618년에서 1648년까지 30년 동안 벌어진 종교전쟁인 30년 전쟁(구교와 신교의 싸움)의 중심이 되기도 했었고, 팔츠계승전쟁, 2차 세계 대전으로 공습을 받기도 한 아픈 상처를 그대로 지닌 곳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부 성은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되었다. 현재도 공사를 진행하여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성의 또 다른 자랑은 다양한 건축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성이라는 점이다. 초기 고딕 양식의 건축물에서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까지 유럽의 다양한 건축 문화가 어울러져 있는 고성이라는 점이다. 부서지고 새로 짓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당대 유명한 건축 양식을 골고루 적용하지 않았나 싶다.

낭만주의라는 표현으로 성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실제 파괴된 성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표현할만큼 뛰어난 경치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조합된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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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는 이곳은 정원이다. 눈이 와서 하얗게 덮혀 있지만, 파란 잔디 배경의 아름다운 정원 사진으로도 유명한 장소이다.

왼쪽의 건축물은 '엘리자베스문'으로 프리드리히 5세가 아내인 엘리자베스의 생일 선물로 하루만에 지어서 선물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이 문 한쪽에는 괴테의 시 '사랑'의 한구절이 기록되어 있다. 선물치고는 준비하기에 힘든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물론 직접 건축물을 세워야 했던 아래 사람들이 고생했겠지만)

하이델베르크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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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입구 맞은편에 'KASSE'라고 매표소가 있다. KASSE는 독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매표소'나 '현금인출'이라는 뜻의 글씨이다. 성인은 3유로 학생은 1.5유로이다. 입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 이전까지 가능하다. 성내에 있는 약제박물관은 10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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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입구인 'Torturm'이다. 시계탑이다. 입구엔 검표원이 표를 검사한다. 구입한 표를 보여주면 한쪽을 찢어서 다시 사용이 불가능하게 한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Torturm 왼쪽에 있는 부서진 타워를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 타워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으로 반파되었으나 반파된 부분이 오히려 이 성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어서 그대로 놔뒀다. 하이델베르크성을 묘사할 때 꼭 이 반파된 타워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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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모양에서 한쪽이 내려앉은 모습이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부셔져도 멋있다. 평소에는 저 타워에서 경비병들이 외부 침입을 경계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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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turm과 성 내부로 통하는 길 양 옆으로는 깊은 수로가 파여져 있다. 평상시에는 저 곳들이 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옛날 중세의 성을 생각해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적들이 쉽게 성을 공략하지 못하도록 성 주위로 수로를 두어 접근을 어렵게 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성의 정면은 절벽이므로 수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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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쪽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타워의 입구에 그려진 성의 상징, 중간에 뭔가가 허전한 것은 상상하는대로 이미 누군가가 떼어서 없어진 것이라고 한다. 전쟁때 없어졌다고 한다. 모양으로 봐서는 독수리 문양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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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되어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거 같다. 연신 카메라의 촛점을 맞추게 하는 파괴된 성 곳곳의 모습은 차라리 찬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깔끔한 유럽의 성이 아닌 파괴되고 부서진 성을 본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우리가 방문한 날에 눈까지 내려 있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는 한껏 더 고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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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몇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중심이 되고 아름다운 건물은 중앙의 '프리드리히'관이다. 성전체 건물 중 가장 최근(1,607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성전체 분위기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건물 중간 중간엔 조각상들이 있는데, 비텔스바흐 가문의 왕족들의 조각상이라고 한다. 건축주인 프리드리히 4세는 1층 제일 오른쪽 조각상으로 남아 있다.

프리드리히 4세 때 지어졌으며, 1층엔 교회가 있고 그 위에 거실이 있다. 그리고 지하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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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관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오토하인리히'관이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역시 각 층마다 조각상들이 새겨져 있는데, 1층엔 성경속 등장 인물들이 2층엔 그리스 신상들이 새겨져 있다. 3층은 로마 여신들의 조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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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층엔 독일약제박물관이 있다. 약제박물관은 원래 여기 있던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뮌헨에 있었으나 2차 세계 대전으로 거의 파괴되어 1957년 현재의 하이델베르크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따로 입장료를 받지는 않는다.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 기념품 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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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보면 꽤나 많은 중세 이후의 약제 시설과 재료 등 희귀한 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이 바이오 및 약제 등의 과학에서도 앞서 있기 때문에 약제관을 이곳으로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플래쉬 불빛으로 인한 전시물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기념품 가게도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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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를 터뜨리지 않고 몇 장만 찍었다)

프리드리히관을 관통하면 하이델베르크 시가지가 보이는 테라스가 나온다. 양쪽의 망루가 앙증맞다. 선제후가 이곳에 나와 정치를 구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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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구시가지의 모습이 정겹다. 멀리 네카강과 알테 브뤼케(카를 테오도르 다리)가 보인다. 성령교회와 하이델베르크대학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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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대포도 보인다. 강화도에 있는 것이랑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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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몇 장의 사진을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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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관의 지하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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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통은 다스리는 지역의 국민들로부터 받은 세금을 와인으로 받았는데, 그것을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높이 8미터의 길이가 9미터의 엄청난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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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와인통을 만나기 전 작은 와인통, 이 사이즈도 보통 사이즈가 아니다. 왼쪽에 있는 일반적인 와인통이 보인다. 그러나... 다음의 와인통에 비하면 세발의 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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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한국어 낙서를 볼 수 있다)

Grosses Fass, 영어로 Big Barrel 쯤으로 해석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다. 1751년에 카를 테오도르 선제후에 의해 만들어진 이 와인통은 계단을 통해 와인통의 위로도 올라갈 수 있을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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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통의 용량은 221,726 리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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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통을 지키는 난쟁이 '페르케오' 하루에 와인만 15리터씩을 마셨다고 한다. 오른쪽 나무상자는 술에 쩔어 자고 있는 '페르케오'를 깨우는 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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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통에서 술을 꺼내기 전에 작은 와인통으로 옮겨서 빼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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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옆으로는 와인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오른쪽 계단을 많이 이용한다. 왼쪽 계단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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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sses Fass 옆에는 이곳에서 숙성시킨 와인을 시음하는 곳이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대신 시음한 잔은 공짜로 선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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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하순에 눈 내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며 돌아본 하이델베르크성은 고즈넉함과 웅장함 그리고 편안함이 있었던 좋은 곳이었다.

관광객들은 주로 여름에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다행이 그런 많은 인파를 피하고 조용하게 성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수학여행온 학생들 무리를 볼 수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가운데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아래에서 위로 하이델베르크성을 오르지만, 성 뒷쪽에 주차장이 있다. 그쪽에 차를 주차하면 성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아마도 성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을 돌아다니던 우리 일행은 잠시 전생(前生)에 대해 이야기 했다. 누구는 성 주인인 군주였을 것이고 누구는 마님을 모시던 하인이었을 것이라는 농담이었다. 물론 난 군주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꼼꼼하게 알아본 다음 하이델베르크성의 숨겨진 매력들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일 때문에 가게 된 독일이었고, 유일하게 하루를 일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편하게 가 본 곳 하이델베르크성.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

PS. 참고로 하이델베르크 관광 가이드 한국어판을 첨부한다.

Heidelberg Guid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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