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현재 묵고 있는 호텔 4층에는 대중 욕탕이 있다. 욕탕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온천탕이며 이곳이 리조트이기 때문에 위락시설 중의 하나인 셈이다.

호텔객실에 묵는 숙박객들에게 욕탕은 개방되어 있으며,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며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 온천욕은 일본인들에게 일반적이다.

일본에 관광을 오는 목적 중의 하나는 바로 온천관광일만큼 일본은 온천문화와 가까운 나라이다. 그러나 온천문화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일본 온천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으며, 일본 온천욕이란 늘 호기심으로 가득한 상상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일본에는 혼탕이 존재한다는 남들의 이야기만 머리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제와 오늘, 우리 일행은 행사를 마치면서 바로 온천탕으로 직행을 했다. 4층에 위치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본잠옷인 '유카타'를 입고 출입을 해야한다. 물론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유카타를 입고 출입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호텔 객실에는 유카타가 늘 준비되어 있다)

나와 같은 방을 사용하는 동료는 이 문제로 잠시 고민을 했다. '유카타'라는 것이 잠옷이긴 하지만, 잠옷을 입고, 객실인 24층에서 온천탕인 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하는데, 호텔에서 잠옷만 입고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부터 문제의 시작이었다.

우린 과감하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것이 자연스러운 복장이라는 것도 알았고(협찬:네이버 지식in) 안에 속옷을 입어야 하는지 아닌지도 알게 되었다.

속옷을 안에 입고, 유카타를 입고, 다시 위에 검은색 윗옷(호텔 객실안에 준비되어 있다)을 걸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4층 욕탕을 찾아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는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남탕으로 들어가서 온천을 즐겼다.

그러나 다음날 알게된 엄청난 사실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매일(또는 정기적으로) 남탕과 여탕의 위치가 서로 바뀌는 것이다! 즉, 어제의 남탕이 오늘 가보면 여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잘 모르고 들어가면 남자가 여탕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통한 소식에 따르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음양의 조화때문에 서로 바꾼다는 설명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쨋든, 첫째날 유카타를 입고 간 우리는 입구에서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는 다시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모든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갔다.

탕에는 우리나라 목욕탕처럼 앉아서 몸을 씻는 곳이 있고, 여기서 몸을 씻은 후에 간단하게 물을 끼얹은 후에 욕탕으로 들어간다. 일반 목욕탕과 온천탕을 섞어놨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 목욕탕과 다른 점은, 여기는 실내탕과 실외 노천탕이 구분되어 있었고, 노천탕은 말 그대로 베란다 같은 곳인 실외에 온천탕과 함께 준비되어 있다.

실내탕에는 건식사우나 시설(여탕쪽에는 습식 사우나)도 되어 있었다.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에 다시 탕에 들어갔다가 노천탕으로 옮겼다.

온천탕에서 편안한 느낌으로 온 몸에 쌓인 피로를 쉽게 풀 수 있다. 온천탕은 우리와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몸의 피로를 풀기에 정말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온천욕이다.

우리는 그렇게 정말 편안하고 유익한 온천욕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어려운 촬영이었다 -,.-)

그러나, 오늘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온천탕 입구부터 문제가 생겼다. 어제는 남탕이었던 곳이 여탕이 되어 있었다. 음양의 문제라니... 뭐... 이해할 수밖에...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한창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데, 난데없이 직원 복장을 한 아줌마가 불쑥 남탕에 나타난 것이다. 분명 그 사람은 여자였다! 그것도 남자들이 모두 벌거벗은 욕탕 중간을 왔다 갔다 했다. 태연하게 욕탕 이곳 저곳을 살피며 뭔가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남자화장실을 청소하기 위한 청소 아줌마를 본 적은 있지만, 목욕탕에까지 나타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벌거벗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 여자직원은 온천탕의 이곳 저곳을 아무렇지 않게 다니면서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직원은 바로 벌거벗은 내 몸 앞으로 지나갔다!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 직원(한눈에 봐도 미인이었다)은 벌거벗은 남자들이 활보하는 욕탕 사이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어색하면서 당황스러웠다.

옆에 같이 온 동료와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욕탕의 다른 일본인 남자들은 전혀 당황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중요한 곳을 이미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은 남자끼리라도 일본인 남자들은 자신의 중요한 곳을 수건으로 살짝 가리고 다녔다)

하지만, 반대로 여탕에는 남자 직원이 이러한 업무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자,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 손님들은 좀 놀라는 정도이겠지만, 여자 손님들은 남자 직원(아마도 나이든 아저씨일 것이다)의 등장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기만 했다. 이 부분의 호기심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온천욕을 즐기는 동안 그 여직원은 계속해서 남탕을 왔다 갔다했었다. 그럴수록 우리 동료들과 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 그녀는 우리가 몸 담고있는 욕탕의 성분을 채취하고, 벌레나 기타 낙엽 등이 온천안에 떨어져 있는지 감시를 하거나, 간단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런대로 무사히 온천욕을 마친 우리들은 탈의실로 이동하여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온천탕 입구를 나서서 각자의 객실로 이동하기 위해 나섰다. 그때까지도 이 여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욕탕과 탈의실을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뒤의 상황이다.

우리가 욕탕 입구를 나서자 마자 등너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그 여직원의 목소리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뭐가 감사한 것이지...?

객실로 돌아오는 길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