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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2년전 오늘

킬크 2007. 8. 23. 22:33
2년전 오늘은 10년간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고한 날이었다. 마침 그날은 큰 딸아이의 생일날이었으니, 2년이 지난 오늘은 9번째 맞는 큰 딸아이의 생일날이다.

첫 직장은 대학교에 재학중이면서 다닌 회사였으며, 고용되었다는 입장보다는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다니던 직장이었다. 내 인생의 모든 것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회사를 떠나겠다고 마음 먹은 날이었다.

저녁에 딸 아이의 생일 축하 행사로 집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겠다는 약속을 했던 날이었다.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입밖으로 쉬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날만큼은 꼭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고 10시쯤에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만 두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다가 급여를 더 올려 달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준비되지 않은 내 이야기를 들은 대표이사로부터 바로 거부의 답변을 들었다. 마침내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예상외로 그만 두라는 답변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한동안 서운했던 것이 그때 대표이사의 그 한마디였다. 대표이사 자격이 아니라 같이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파트너로서 들은 그 말이 너무나 야속했었다.

같이 어려움을 겪고 이제까지 같이 해 온 동료에게서 들은 말은 만류가 아니라, '그럼 그만두라'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때 만류를 했었더라면 더 멋적은 해프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 그때의 순간을 잊지 못했으나 얼마의 시간이 흐룬 후에는, 그때의 일이 오히려 내겐 잘 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그것도 10년 가까운 시절을 했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삶의 터전을 지방에서 서울로 옮기게 된 것도 회사 때문이었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된 것도 회사 때문이었다.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세상살이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도 회사 때문이었다.

퇴사가 결정되자 대표이사는 언제까지 다닐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막상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만 두겠다는 말을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질문을 받고는 바로 이야기 한 것이 '이달말까지 다니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8월 23일 그만 두겠다는 말을 꺼내고 31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했으니 참으로 대책없이 일주일 후에 그만 두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빨리 그만 두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대답이었다.

주변엔 아무도 내가 퇴사를 결심한지는 잘 몰랐었다. 아내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퇴근해서 아내에게 퇴사 결정을 전했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고는 딸아이를 위해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만 두겠다는 결정은 했지만 막상 그때부터 고민은 많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직장을 알아봐야 할지 등등 많은 고민거리가 있었기에 그날 저녁식사는 하는둥 마는둥 했다.

그만 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고는 일주일동안 주변에 친한 사람들에게는 알렸다. 대부분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었고, 경솔한 행동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새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그렇다고 당시에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퇴사를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직장을 다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 들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게 위로의 말로 새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간을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리고 10월달부터 새로운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작년 딸아이 생일날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그만둔지 1년이 넘었구나...' 그래도 그때는 미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나 보다.

그러나 2년이 넘은 오늘은 작년과는 또 다른 생각을 가졌다. 2년이 지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만둠으로써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일들을 배웠다는 기쁨이다.

이젠 두려움도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다. 그리고, 늘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집착으로부터의 탈출도 내겐 큰 의의가 있었던 내 인생의 사건이었다.

이젠 더 열심히 살아야지...

오늘 퇴근하는 버스안에서 갑자기 2년전의 오늘이 기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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