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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9천원짜리 DMB 미니 PMP, 3만 5천원짜리 DivX/DVD 플레이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가격의 제품들이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가격이 싸다고 반드시 제품의 질이 낮은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가격파괴 제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국내로 수입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제품의 질은 사용하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반드시 중국만이 이런 저가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상파 DMB만 나오는 단말기만 해도 10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거기에 MP3/MP4가 재생되고, 앨범 기능, FM 라디오, 내장 2GB 메모리까지 있다면 가격은 얼추 20만원 가까이 올라간다. 싼 제품이라해도 10만원대 중후반을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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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고 있는 9만 9천원짜리 DMB 미니 PMP)

9만 9천원에 위와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까? 사실 9만 9천원에는 이윤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내 대기업이 만드는 DivX/DVD 플레이어는 대부분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아무리 싸도 8만원선에서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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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5천원짜리 DivX/DVD 플레이어)

그런데, 어째서 3만 5천원에 DivX(CD/DVD)가 재생되며, DVD 타이틀이 재생되는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을까? DivX/DVD 재생에 JPEG 재생도 되며, USB Host를 지원해서 외장 스토리지를 통해 영화 재생도 가능한 제품이다.

월요일날 주문해서 화요일날 직접 받아서 테스트해 본 3만 5천원짜리 DivX 플레이어는 기존의 영화나 DVD 타이틀을 지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간을 두고 테스트를 한 후에 사용기를 올려보도록 하겠다.

이처럼 시장에 나와 있는 전자기기나 가전제품 등은 실제 제작가격에 많은 비용이 추가되어 소비자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추가 비용의 대부분이 유통마진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제조가격에 유통마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통마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보통 가전제품을 만들면 유통마진은 소비자 가격의 50% 정도라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요즘은 유통마진이 좀 줄어서 소비자가격의 약 30~40%도 많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마진은 소비자 판매가격의 약 50% 정도이다.

얼마전 뉴스에서 산지 배추가격이 600원 정도인데 실제 서울에 사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입하면 6천원에 구할 수 있다고 나온 적이 있다. 소비자는 무려 산지 가격의 10배나 되는 금액에 배추를 사는 것이 된다.

물론 도매업자가 원래 배추가격 대비 차익 5,400원 모두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배추를 뽑고 나르는데 대한 인건비, 차량 운송비가 있을 것이고, 중간 도매상에게 팔기 위한 각종 비용들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각보다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다.

배추가격이나 전자제품 가격이나 유통에 있어서 크게 다를바는 없지만, 농산물처럼 작황에 따라 이윤의 낙폭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제조사가 유통을 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제조 또는 유통(마케팅)쪽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제조만 해서 OEM/ODM 형식으로 납품만 하는 경우와 자체 브랜드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유통회사들로 구분이 된다.

만일 제조사가 100원에 제품을 만들게 되면(이윤이 포함된 제조가격), 유통사는 여기에 100원 정도의 유통마진을 붙인다. 결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200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유통사가 100원에 대한 비용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비용, 그리고 재고로서 떠안아야 하는 부담과 유통망 관리, A/S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때에 따라서는 유통마진을 잘못 책정하면 유통사도 손해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박리다매 형식으로 취한다. 또한 그런 정책만이 유통사를 잡을 수 있다. 유통사의 경우 자신들이 생각한 소비자 가격(시장 형성 가격)에 대해 제조사가 그 가격을 맞춰서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 가격에는 자신들의 유통마진도 포함되어 있다.

9만 9천원짜리 미니 PMP, 3만 5천원짜리 DivX/DVD 플레이어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유통사를 배제하고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경우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A/S 역시 택배를 통해 우편으로만 처리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들에 대해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저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은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을 사용하는 것이지 별다른 문제점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대리점이 없고, 중간 유통업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제품을 인지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제품판매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홍보)가 따라야 하지만, 이 역시 유통행위이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 역시 만만한 금액이 아니어서 제조사들은 유통사를 통해 판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제품이든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하는 경우는 현금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장사의 기본적인 룰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저가격에 저런 제품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가 없다.

대신, 가격을 내려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전반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몰고 온다는 점이다. 제품의 성숙기 없이 바로 쇠퇴기로 접어들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즉, 빨리 팔고 빨리 접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윤은 작아서 장기적으로 하나의 아이템으로 끌고 나가기는 힘들다. 특히, 많은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전체적인 이윤을 보기도 전에 제품의 생산을 중단해야할 정도로 위기에 처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제품의 가격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적당한 마진의 보장과 소비자의 만족도가 만나는 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제조사가 유통비용을 아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제조사,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의 경쟁을 끌어내기 힘들다는 것과 관련 산업군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서 이런 방식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얼마전 우리나라 모바일 TV(DMB, ISDB-T 등) 모듈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일본 시장에 나섰을 때, 나름대로 이윤을 제대로 받고 판매하기 시작한지 불과 1년도 안되서 국내 경쟁사들이 저가격 공세로 가격이 엉망이 되었다.

결국 초기 진입했던 기업도, 추후 진출한 경쟁사들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끝없는 가격 경쟁만 하게 되었다. 물론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 같지만,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 시장은 시장 나름대로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하고 저가시장으로 내몰리게 되어 생산중단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더 저가의 제품을 만들던지, 아님 포기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제품의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 때문에 소비자가 원치않는 질낮은 제품이 생산되기도 한다.

끝없이 제품 가격만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는 방식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보상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원래 적격의 부품보다 가격이 낮은 부품을 사용해야 하고, 질이 떨어지더라도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양산(제조) 파트너를 찾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그 가격에 합당한 제품(저가에 상당하는 품질)을 받게 된다.

최근 가격파괴 전자제품들은 유통단계를 아예 없애거나 줄인 제품들이다. 그래서 모두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들이며, 입소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든 제품에 적당한 이윤만을 더해서 시장에 내놓은 제품들도 늘고 있어서,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가격만으로 어필을 하여 기대에 못미치는 제품도 상당수 내놓고 있다.

결국 판단은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유통마진의 적정성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온라인이 활성화되어 있는 요즘, 중간 단계의 유통을 배제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히트 상품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볼 수 없으며 오직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의 제품들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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