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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원어민 영어강사를 초빙하여 영어교습을 한 것이 1년이 넘었는데, 1월초에 중단했다. 그동안 일주일에 두번씩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영어 회화 수업을 받았다. 이제는 수업받던 직원들이 모두 바쁘기 때문에 더이상 수업을 할 수 없어서 수업을 그만 두게 되었다.

오늘은 이제까지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저녁식사를 약속해 두고 회사로 찾아왔다.

지난 1년동안 일주일에 두 번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캐나다 출신의 영어 선생님은 어느새 오래된 친구인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수업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서, 그가 느낀 우리들(제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신도 우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이 알 수 없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어서 오히려 한국에 대해 배웠다는 것이다.

직원 대부분이 서툰 영어 실력을 가져서 처음부터 쉬운 영어를 배웠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 수강생들은 영어 교육을 받는 형태가 아닌 프리 토킹 형태로 수업 받는 것을 선호했다. 아니, 선생님이 오히려 그걸 더 좋아했다.

일주일에 두번 오는 선생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간단하게 질문을 하면 우리가 대답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어느새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에 대해 역사에 대해 각종 생활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사이에 서서히 영어에 대한 두려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수업을 듣는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이자 실질적인 영어 회화 능력에 도움이 되었다.

오늘 그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전한 내용도, 자신이 수업을 가르친다는 것보다는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서로 느끼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는 말을 했다.

서툰 영어였지만 우리의 역사나 우리 사는 이야기를 외국인에게 전달할 정도로 수업을 듣는 직원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외국인과 영어로 우리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느낄 정도로 편안했었다.

수업을 하는 영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가 느낀 우리와의 수업은 다른 어떤 수강생들보다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정규 자격증을 가진 원어민으로 한국에 왔을 때자신의 이야기부터,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이모 저모와 한국의 역사, 정치, 사회 등을 주제로 나눈 이야기는 그와 우리 모두에게 뜻 깊었다.

한편으로 이런 대화로 인해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끼고 있는 편견도 알 수 있었고, 우리가 어떻게 외국인을 대해야 하는지도 느끼게 되었다.

이제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하고, 한국 음식도 입맛에 맞다는 그를 보며, 왠지모를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그도 우리를 수업을 듣는 단순한 수강생이 아니라 친구로서 받아들였다.

집들이를 한다고 전하니 미리 초를 선물하기도 했고, 케익을 사들고 집으로 왔을때 내 아이들이 귀엽다고 같이 장난치고 노는 모습에서 낯선 이방인이 아닌 내 이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서툰 요리솜씨지만 애플파이를 해가지고 수업에 가지고 왔었던 적도 있었다. 언제 캐나다로 다시 돌아갈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단다. 여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1년동안 재미있게 지냈는데, 이제 매주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약간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또 보자는 (농담아닌)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멀고 먼 타향에서, 이젠 캐나다인과 영어를 하면 어색하다는 그를 보면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견스러웠다. 그만큼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비록 수업이긴 했지만 그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Dear Davon,

I appreciate your teaching and help.
I really enjoyed talking with you.
I will remember you ever.
Because you are my friend.

See you soo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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