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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자신에게 있어서 블로그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이유가 없는 무덤이 없듯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대부분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입문할 때는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것, 남들에게 글로 인기를 얻는 것, 광고를 통해 돈을 버는 것, 업무상 필요해서, 또 다른 이유 등 다양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제 만 2년 가까이 블로그를 운영한 나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는 일이 가끔 있다. 왜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내게 어떤 의미인가?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한때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처럼 블로그도 하나의 유행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동창생을 찾고 싶다는 욕망을 해결해 준 아이러브스쿨 열풍이나 일촌 커뮤니티를 통해 쇼셜네트워킹의 싸이가 한때 유행이었다.

유행이라는 것은 계속 이어지는 것보다는 한때 열광적이었다가 나중엔 시들해진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즉, 일정 기간 관심을 갖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도 그렇지 않을까? 왜냐면,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며, 언젠가는 또 다른 것이 유행이 될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이럽이나 싸이보다는 오래 유행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실상, 아이럽은 조금 다르지만 싸이는 지금의 블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폐쇄성이 강하다는 것과 제약이 많다는 점이 싸이의 단점이라면, 지극히 개인적이며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보태어진 블로그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블로그는 아무래도 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해서, 개인적인 성향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열린 공간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글을 써서 알리는 것도 퍼블리싱(Publicing)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블로그는 항상 미디어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정의될 필요는 없다. 다만, 블로그는 그러한 기능과 가능성을 가진 그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는 편이 낫다.

나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는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목적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일기와 달리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공개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이 있고, 정통 미디어처럼 구독자가 생기게 된다. 더이상 비밀이야기나 내 이야기만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또,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생기면서 여러 사람에게 퍼블리싱이 쉬워졌다. 순위를 매기고, 포스팅에 동조하기도 하며, 열렬한 비판도 따르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상을 주며, 기업들만 가능하던 광고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에게 적당히 주목받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다. 지나친 관심만 아니라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즐기고 좋아한다. 특히나, 개인적인 재능을 따로 보여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글쓰기라는 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블로그이다.

블로그 운영 초기엔 하루 하루 늘어나는 방문자에 열광했었다. 점점 늘어나는 댓글과 트랙백에 환호했으며, 블로그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도 자꾸 생겨났다. 때로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관심을 보일 때는 우쭐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블로그를 왜 운영하는지 무엇때문에 운영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구글 애드센스를 달지 않았고, 광고에 관심이 없던 나도 어느새 광고에 관심을 가지고 마침내 애드센스 광고를 달았다. 많은 블로거들이 애드센스로 얼마를 벌었다는 포스팅들은 스스로에게 광고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원래 돈을 벌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냥 놔둬도, 광고를 달아도 운영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는 단순한 생각에 광고를 시작했다. 실제, 다른 블로거들처럼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둘지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돈 앞에서야 어떤 명분이 앞설 수 있을까. 나 역시 돈 앞에서 특별히 다른 명분을 내세울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블로그의 포스팅엔 외부의 눈을 의식한 글들이 나타나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방문자 숫자에, 추천수에, 광고 클릭수를 의식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또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블로그를 운영하느냐고.

다음(Daum)이 블로거 뉴스라는 것을 통해 블로거들의 열정에 불을 당겼다. 포털 메인 화면의 파워를 블로그로 연결해 주어 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광고 수익과도 연결되어 한때는 블로그 운영이 돈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는 1년에 두번 Top 100 블로거를 뽑는다. 매일 매일 인기글을 순위에 의해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낯익은 필명들이 채우고 있다. 그러나 못보던 블로거들이 자주 인기글을 만들어내고 있고, 많은 열정적인 블로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블로그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느낄 수 있는 글들을 만나게 되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저 블로거는 왜 저렇게 글을 썼을까? 목적이 무엇일까? 단순한 자기 만족을 위한 배설인가? 사람들의 호응에 목말랐던 것일까? 그리고 글을 읽는 사람들은 왜 자극적인 글과 비판에 열렬히 찬동하는 것일까?

요즘엔 올블로그를 보면 경쟁적으로 비판에만 앞장서는 포스팅을 자주 본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한눈에 들어온다. 해당 포스트를 읽고나면 남는 것은 허전함과 글쓴이의 비웃음과 분노뿐이다. 정말 그 뿐이다. 다른 것이 없다.

어쩌면 그런 포스트는 글쓴이 당사자보다 글을 읽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 역시 반성하는 부분이다. 남들이 호응할 수 있는 글은 강한 반대에 선 사람들의 입장을 표현하는 것들이 많다. 즉, 논란을 만들면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 많은 스토리를 원하고 많은 감동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블로그는 그런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멋진 도구이다.

포털들은 블로그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논란을 증폭시키고, 적절히 자제시키고, 때론 다른 이슈를 만들게 한다. 어제, 기자회견을 한 나훈아씨도 그런 말을 했다. '연예계 바닥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긁어놓고 네티즌을 들끓게 만들고 이거 누가 하는 겁니까. 네티즌도 나쁘지만 부추기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물론 댓글을 단 사람들을 네티즌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지만, 이젠 기자들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시대인데, 각종 이슈들과 여론으로 둔갑하는 사례로까지 번지고 있다.

앞으로 '파워블로거'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기 있는 블로거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허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 잣대가 올블로그 Top100나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같은 타이틀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블이나 티스토리는 경쟁이라는 자극제가 사업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일부의 블로거들에게 자극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블로거가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스스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

Top100, 우수블로그에 들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는가? 사람들에게 글로 인정받고 싶어서인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어떤 목적이 있는가? 스스로 목적에 대해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내 블로그는 논쟁을 만들기 위한 곳인가? 나는 왜 블로깅을 하는가? 내가 블로그를 통해 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방문자 숫자와 구독자 숫자, 애드센스 클릭수의 노예가 되지 말자. 댓글과 트랙백에 대한 초조함을 버리자. 블로깅을 위한 블로깅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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