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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3월 2일 일요일)에 KBS 스페셜을 통해 본 세계 곡물 가격 상승에 대한 내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먹고 사는 문제, 그리고 우리나라도 지구촌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13억 거대인구의 중국이 드디어 먹는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국 세계식량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경제적인 부로 인해 중국인들의 식생활이 달라지고 있으며, 특히 육류 소비(소고기)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가축의 사료가 되는 곡물, 특히 옥수수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서,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또한,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 바이오에탄올 생산원료인 옥수수를 사용한 연료생산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옥수수의 품귀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의 곡물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던 미국이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중국 등의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옥수수의 경우, 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밀이나 귀리 등 다른 곡물을 옥수수로 바꾸어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도미노처럼 다른 곡물류의 공급부족 현상까지 같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런 여파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치고 있다. 밀생산 부족으로 밀가류 제품류가 가격 상승이 되고 있으며,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는 축산농가에 영향을 미쳐서 축산물 가격까지 꿈틀대고 있다.

우선 먹는 것에서부터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몇 년전부터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각종 공공 물가들이 상승해 있는 상황에 가장 기초적인 먹거리 생활물가가 다시 오른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곡물파동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갑자기 요즘 국내정치가 함께 떠 올랐다. 연일 장관임명때문에 난리를 부리고 있는 나라꼴에 물가상승 뉴스가 머리속에 겹쳐졌다.

암이 아니라서 오피스텔을 선물받고, 땅을 사랑해서 농지를 사고, 신앙심이 부족하여 복지정책이 실패했다는 말도 안되는 사람들이 장관내정자였고, 일부는 타의반 자의반으로 사퇴를 했다.

평균 재산은 38억이 넘고 연예인출신의 장관은 140억 자산가이다. 물론 대통령부터 엄청난 재산을 가진 자산가다.

다들 그렇게 항변한다. 재산 많은 것이 무슨 흠인가? 물론 떳떳하게 벌었노라고 할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산을 쌓기 위해 많은 노력끝에 얻은 것이라면 그래도 인정해 줄만 하다.

우리가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선거철이나 되어야 그들이 말하는 '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비린내 나고 퀴퀴한 냄새나는 재래시장통부터 찾지 않는가.

그러나 그들이 선거때만 지나면 말로만 서민경제, 나라살림 이야기만할 뿐, 자기들 월급이나 올리는 일에 재테크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늘 보아왔다.

10억, 20억을 쉽게 번 사람들은 결코 파 한단에 1천원 오르고, 밀가루 가격이 몇 천원, 과자값이 몇 백원 오르는 것에 관심이 없다. 휘발유 1리터에 몇 백원이 올라도 그들에게는 그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대신, 사놓은 강남의 부동산이 몇 억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관심이 더 있을 뿐이다. 어느 지역이 개발이 되어 땅값이 몇배 오를지, 몇 천만원, 몇 억을 투자한 펀드가 오르는지 내리는지에만 관심이 간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계 장관과 비서관들에게 물가 내려야 한다는 소리만 하고 행동은 없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굳이 KBS 스페셜 보도를 보지 않아도 이미 물가에 민감한 대다수 국민들은 가정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와 있는지 알고 있다.

행정부처를 이끌고 정책을 만들고 입안하는 장관이나 수장들이 청렴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실제 일반 국민들이 찾는 할인점이나 시장, 동네 가게를 찾을 일도 없는 사람들이므로, 그저 관용차를 타고 행사나 쫓아다니고, 국무회의만 참석하면 되는,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로 인식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돈 많이 가진, 청렴해 보이지 않는 그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출은 국민이 직접 선택한 결과이며, 그 어떤 이유보다 '경제를 살린다'는, 사람은 의심스럽지만 믿고 싶은 공약에 표를 찍었던 결과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정부에 찬물을 끼엊고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막연하게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날까 더 걱정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장관 잘 뽑았다고 지금의 나라 경제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행정수장을 잘 인선해야 우리 국민들이 믿고 따라야 한다는 마음이라도 가질 것이 아닌가.

경제에 올인한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경제력에만 올인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믿음이 가고, 진정 국민을 이해할 수 있는 재목을 행정부처수장으로 뽑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못가진, 재산도 없는 사람만 장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정말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체감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장관내정자들의 면면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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