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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레인콤과 관련되어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나왔다. 저녁인 지금까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전직 레인콤 공동 창업자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되었으며, 관련 임직원들이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연합뉴스 : 아이리버' 기술 빼낸 공동설립자 구속

잘 알려진대로 레인콤은 '아이리버'라는 브랜드의 MP3P와 전자사전, 네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분야의 제조사로 유명한 우리나라 MP3P 터줏대감이다.

레인콤의 공동 창업자이며 부사장이었던 현 에이트리(http://www.atree.com)의 대표이사 이 래환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범법행위로 지목한 것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타기업의 영업비밀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특허를 침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래 제품 제조자에게 피해를 입힐 때 이를 구제할 목적으로 만든 법률이다.

관련 기사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비교적 자세하게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곳은 문화일보이다.

문화일보 : ‘아이리버’ 신화 이래환씨 기술 빼돌린 혐의로 구속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 아직 범죄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혐의'수준이다. 물론 구속수사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나름대로 경찰이 물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제시한 혐의는 이 前 부사장이 레인콤의 전자사전과 MP3P 기술일부를 직원들을 이용하여 빼내서 경쟁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개발 판매했다는 것이다.

현재 에이트리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UD 시리즈로 전자사전 기반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가 주력 상품으로 올라와 있다.

에이트리의 주장대로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개발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전직 레인콤의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라면 레인콤 기술 도용에 대한 의심은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레인콤의 제품과 에이트리의 제품의 경쟁구도에 있다.

벤처기업에 있어서, 아이디어나 기술은 자산이자 최대의 경쟁력이다. 경쟁사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회사의 유지 기반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아이디어와 기술로 뭉쳐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동일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누군가가 개발하고 있다면 허탈한 일이다. 아예 경쟁력 자체를 잃게되는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을 가지고 창업했다면 이는 회사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기술유출은 벤처기업의 특성상 쉬 드러나지 않는다. 회사 제품의 기술핵심이 몇 개의 라이브러리나 소스코드 일부로 되어 있다면 이를 제대로 관리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언제든 유출의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이 기술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개발자가 퇴사를 강행하면서 자신이 개발해 놓은 소스를 파괴한다던지 가지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위는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도처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자가 대표이사나 임원 또는 팀장 등과의 갈등으로, 때로는 회사가 위기 상황 등에 있을때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스코드 몇 줄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줄줄이 세어나갈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개발자는 회사의 자산인 제품 소스코드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 오해를 하고 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엄밀히 말해 해당 소스코드의 소유자는 해당 기업의 소유물이다.

대신 어떤 개발이나 아이디어를 통해 회사와 개인이 공동으로 특허권이나 권리에 대한 부분의 합의가 있다면 공동 소유일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고용된 직원이 회사의 각종 지원하에 개발되는 제품의 소스코드는 회사로 귀속된다.

어떤 기업은 취업시 퇴사후 일정기간 경쟁업체 취업금지 조항을 입사조건으로 내걸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 보호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조치이다. 이런 강제 조항이 있긴 하지만, 벤처기업에서 사후에 퇴사자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주요 퇴사자가 있어도 그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지 아닌지를 관심있게 살펴보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제품이 유명하거나 독특하다면 퇴사자에 의해 일어나는 경쟁제품 개발에는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몰라도, 규모가 영세한 벤처기업은 알아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명백하게 기술유출로 인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증명을 해야할 의무가 원제조사에게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벤처기업일수록 이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어느날 갑자기 동료에서 경쟁사 직원으로 돌변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장단점을 잘 알 고 있는 상태에서 경쟁사로 이적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기업측에서는 주의를 요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100% 차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스코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안전장치마련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력 채용에 있어서 인성에 대한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 직업윤리에 대한 사내 교육도 필요하다.

힘들게 개발한 기술에 대해 가장 먼저 직원들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우리 IT 기업의 현실이 안타깝다. 대체 누굴 믿고 기술 개발과 영업을 맡겨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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