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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안에서 비키니폰으로 찍은 내 자전거)

얼마전 24단 기어가 달린 자전거가 생겼다. 지난주 자전거 대리점에서 기어를 수리하여 자전거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내가 자전거를 처음 탄 것은 아주 어릴적이었고,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가 초등학교 다니기 훨씬 전에, 유난히 세발자전거를 좋아해서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타고 다니다가 집에 들어오곤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다닐때엔 할아버지 자전거를 어설프게 타면서 두발 자전거를 배웠다. 자전거가 내 키에 비해 워낙 컸기에 안장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자전거 몸통 사이에 다리를 끼워 옆으로 몸이 툭 튀어 나온 상태에서 타는 모양새인데, 아마도 어릴적 나같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 모습이 상상이 될 것이다.

두발자전거는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난 남들에 비해 빠르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학교부터는 본격적인 자전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교와 집사이의 거리가 수킬로미터였고, 당시엔 자전거 등교가 보편적이었다. 기어달린 자전거가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이어서 대부분 내 또래들은 뒷받침대가 달린 일반적인 자전거를 탔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자전거 등교는 계속 되었다. 학교 한쪽엔 자전거 보관소가 크게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당시 자전거 등교는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고3 2학기때 입시준비로 바쁠 때만 제외하고는 3년 내내 자전거로 통학을 했었다. 때로 일요일엔 친구들과 모여 자전거를 타고 강가나 멀리 유원지 등으로 놀러를 다녔었다.

당시엔 자전거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중학교때는 몇 번이나 자전거를 도둑맞아 속상한 기억도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몇 십킬로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하이킹 갔다가 고생한 일이며, 자전거 사고로 넘어져서 다친 일, 비오는 날에 버스에 의해 물이 튀어 옷을 버린 기억 등등 자전거는 학창시절 추억과 함께 남아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대학시절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전거와 인연이 멀어졌다. 교통수단은 오로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일이 전부였으며, 기숙사 생활과 학교 근처 자취생활로 자전거의 존재는 잊혀져 갔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면서 운전을 배웠고, 그 이후로는 대중교통 아니면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불과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중고로 구해주신 기어 자전거를 집에 골동품처럼 모셔두었다가 작년에 이사오면서 버리고 왔다.

그리고, 다시 얼마전에 자전거가 생겼다.

집과 회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보니 자전거는 한밤중에나 주말에만 탈 수 있다. 그나마 처음 자전거가 생겼을 때는 기어에 문제가 있어 심심하면 체인이 벗겨지는 일이 생겨서 그냥 몇일은 방치해 두었었다.
그러다가 마침 지난주에 대리점을 통해 손을 보았고, 자전거는 완전 새것처럼 작동했다.

운동도 따로 하지않고 있던터라 오후에 운동겸 자전거를 몰고 나가봤다. 반바지차림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도로를 나갔는데, 아주 상쾌했다.

옛날 학창시절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느꼈던 해방감과 자유로움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고, 마음도 상쾌했다.

왜 이제서야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더 일찍 자전거를 찾지 않았던 자신을 원망했다.

집에서 3~4킬로미터 떨어진 계명대학교 캠퍼스까지 가보았다. 캠퍼스 이곳저곳을 자전거로 누비는 기분은 꽤나 즐거웠다. 자동차가 더 일반적인 모습이 된 캠퍼스지만, 역시 캠퍼스엔 자전거가 어울린다.

좋은 날씨에 자전거도 잘 나가니 옛 기분에 젖어보았다. 나도 한때는 자전거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운동삼아 그리고 취미삼아 자주 자전거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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