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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큰 딸아이가 낮에 KT에서 전화가 왔다고 알려줬다. 마침 집에 어른들이 아무도 없어서 큰 딸아이가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 온 내용을 들어보니 집전화 가입자 이탈방지 텔레마케팅 차원이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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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별히 KT쪽과 연락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평소에 KT로부터 전화를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메가패스 이전작업과 그 이후에 인터넷 접속문제로 한번 통화한 것 외에는 특별히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KT에서 아무일없이 전화가 왔다.

아이 말을 들어보니, 통화한 내용은 전화에 문제가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100번으로 전화달라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고객 달래기'용 전화였던 것이다. 행여나 다른 말은 안하더냐고 물었더니, 어른이 아니어서인지 다른 말은 없었다고 한다.

평소엔 관심도 없고, 때되면 꼬박 꼬박 은행계좌에서 전화요금, 초고속인터넷요금만 빼내가던 KT였다. KT는 그렇게 소비자에게 무뚝뚝한 회사였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마케팅 전화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정보나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려주지않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내게 KT는 늘 변화는 없고 현상유지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오늘부터 집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VoIP)로 번호이동이 가능하다. 피번호이동대상자는 모두 KT와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 가입자일 것이다. 그 중에 KT의 가입자 이탈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KT도 인터넷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로지 유선전화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KT도 인터넷전화가 있다. 다만, 크게 부각시키거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다. 부각시키면 유선전화 잠식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다.

그나마 인터넷전화 상품도 경쟁사 때문에 걸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유선전화의 프리미엄 상품인 Ann(안)이 있기 때문에라도 인터넷전화는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KT에 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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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걱정? 부자되는 습관? 장점이 너무 궁색한 KT 집전화 소개)

어제 오늘 인터넷 뉴스를 몇가지 살펴보니 번호이동해도 요금인하 효과가 별로없다는 기사가 포털 메인페이지에 올랐는데, 가입자간 무료전화는 070끼리만 가능하며, 비상전화 사용시 제약이 있으며, 정전시 사용이 불가하다, 전화기를 교체해야 한다 등 기존에 KT에서 주장하던 단점들만 주욱 늘어놨다.

근데 사실 소비자들은 다 안다. 기존 유선전화에서 인터넷전화로 바꾸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사실을. 비싼 돈 들여 전화기 바꿔야 하는 것은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려면 꼭 필요하다. 집전화로 SMS보낼 수 있다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추가 요금없이 볼 수 있다면 바꾸는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1년에 몇 분밖에 안되는 정전(사실 지금 집에서 1년동안 살았지만, 정전 한번 없었다)은 무시할만큼 영향이 없다. 비상전화 문제는 이사갈 경우 번거롭지만 한번만 신고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기본료는 거의 2천원 수준이고, 반면 KT는 5천원대다. 시내 통화료도 KT에 비해 몇원 정도 더 싸다. 인터넷전화는 시내나 시외나 요금이 같다. 국내 유선전화 어디나 전화해도 시내요금이 적용된다. 아니 시외요금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보면된다.

물론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기위해서는 초고속인터넷이 가정까지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은 기존 집전화와는 다른 환경이다. 하지만 이것도 보급율 90%를 넘기는 초고속인터넷은 그나마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인터넷회선 활용도마저 높여주고 있다.

그런대도 집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지 않을 '마땅한' 이유가 있을까? 위에 열거한 불편함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위험때문이라면 바꾸지 않는 것이 맞겠지만, 그런 문제를 알고 인정한다면 당연히 바꾸어야할 이유들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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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집전화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가입자 및 매출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 발표된 KT의 3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매출 1.5%, 영업이익 2.5%, 당기순이익 37.3%나 줄었다. 특히 주력인 유선전화 매출은 2분기에 비해 4.5%나 줄었다고 한다. 유선전화 매출감소는 이통사들의 망내할인과 인터넷전화의 보급 등으로 줄었다고 한다.

대신 IPTV와 결합상품 판매, Wibro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긍정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어쨋거나 KT는 설립후 지금까지 유선전화를 기본으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그 근간이 뿌리채 흔들리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시행되는 오늘에도 KT는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응마케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왜 경쟁사만큼 비용을 내리지 못하는가? KT 상품이 타사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나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브랜드 인지도와 귀찮다는 이유로 고객이 타사로 번호이동 하지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KT를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고객들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정보도 훨씬 많아졌고, 고객의 입김도 훨씬 세졌다. 전화 한통이면 KT 집전화와 결별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매출 등 외연확대를 위해 KTF와의 합병만 신경 쓸게 아니라 고객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안하던 전화 한통 한다고 KT에 대한 신뢰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왜 고객이 인터넷전화로 갈아타려는지 이해를 못하면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KT만의 유선전화의 프리미엄은 없다. 독점의 달콤함은 기술과 경쟁앞에 무릎꿇고 있다. 그래서 더욱 KT가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화려한 독점의 시대는 가고 냉정한 경쟁의 시대를 맞이해야하는 것이 지금 KT가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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