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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고 식자재비가 오르면서 식당들의 가격이 조금씩 올라갔다. 서울은 더 하겠지만, 이곳 대구에도 대부분의 식당들의 요금인상이 있었다.

장사도 안되는 판국에 음식비까지 올리면 손님 발길이 더 떨어지리라는 것은 예상되는 것이지만, 어디 땅파서 장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가게주인들의 볼멘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

그래도 대학 근처 식당들은 다른데 비해서는 싸고 양많은 편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20대가 주된 손님이고, 그나마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것은 지갑 열어야 하는 학생들이기에 이들을 대하는 음식점은 이들을 대하는 정성이 빠지면 장사하기 힘들다.

아직도 경북대 기숙사쪽 일명 쪽문이라고 하는 골목엔 3,500원짜리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많은 학생들이 즐겨찾고 있긴 하지만, 이 가격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까지 대학근처 식당들이 가장 저렴하고 양많은 것은 틀림없다.

회사근처 식당들은 점심식사 한끼 4천원이 제일 싸다. 먹어보면 가격 그대로 4천원짜리다. 음식에 대한 평가가 가격에 비례하는 것이 회사근처 식당밥이다.

직장동료가 우연히 발견한 영진전문대 근처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에 2주전 토요일에 둘이서 방문했다. 일단 여러가지 평가를 내려봤지만 맛있고 싼 가격이었다는 의견일치에 지난주 평일엔 회사 같은 층 식구들 모두 단체로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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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당.

복현오거리에서 새마을오거리 방향(영진전문대방향)으로 가면 시티병원 맞은편에 있다. 큰 길가에 있긴 하지만 도드라지게 눈에 잘 띄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주변과 달리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곳이 아니어서인지 그 옆으로 몇 개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서 초라하기까지하다.

해물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잔치국수, 콩국수까지 나와 있으면 그냥 식당이구나 하겠는데, 뒤에 삼겹살에 주꾸미 메뉴가 있는 걸로 봐서 간단한 선술집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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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찾아간 시간은 12시를 바로 넘긴 시간이었다. 예약을 받아본지 오래되어서인지 아니면 예약제도가 없는건지는 몰라도 곧 몇 명이서 갈거니까 음식 준비해 달라는 말을 들은 주인은 '그냥 지금 오시면 됩니다'하고 전화를 끊더란다.

도착하니 손님이 없어서 아무 자리에 앉고 예약했다고 하니까 바로 음식을 내어왔다.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되었지만, 이곳은 근처 영진전문대학 학생들이 즐겨찾는 식당이었다. 예약이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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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당 밑반찬은 그야말로 만족에 별 다섯개감이다. 특히, 다른 가게에서 별도로 돈을 받고 파는 맛과 양의 계란말이를 보면 처음엔 대부분 놀란다. 계란말이만으로도 밥 한그릇 비우는 것은 쉬워 보일 정도로 푸짐하고 맛있다. 위 사진은 2명 내지 3명을 위한 밑반찬 계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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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음식인 해물된장찌개와 밑반찬들이다. 일단 양이 푸짐하다. 양만 푸짐한게 아니라 맛도 아주 괜찮다. 너무 짜지도 조미료 맛도 강하지도 않다. 사진은 해물된장 3인분이다. 1인분에 4천원이다. 딱 대학생손님스타일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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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가 고향인 직장동료의 의견으로는 이 가게 해물된장찌개가 아주 맛 있단다. 해물된장찌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짠 맛이 덜하다는 것으로 먹어줄만 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다. '특미'라는 단어를 앞에 다는 이유가 아무래도 이 음식이 가장 자신 있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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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갔을 때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이번엔 해물된장찌개 3인분과 김치찌개 2인분을 시켰다. 그 중 김치찌개 2인분이다. 이 식당의 찌개류는 1인분이 없다. 기본이 2인분이다.

김치찌개는 적당한 돼지삼겹살과 잘 익은 김치가 참 잘 어울린다. 그러니 국물도 시원하다. 시큼한 김치의 맛이 국물 전반에 배어나온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념과 두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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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물된장찌개를 가장 쳐주는 동료들...

식사를 한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학생들이 러쉬를 했다. 그냥 들어오는게 아니라 정말 러쉬였다. 근처 영진전문대 학생들로 보이는데, 수업을 마치고 우루루 몰려왔다. 이곳저곳에서 주문들을 하는데 대부분 해물된장찌개나 김치찌개였다.

약 30석 정도로 보이는 식당은 이내 학생들로 가득찼다. 학생이 아닌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밖에서 안에 자리가 비었나 살짝 들여다보고는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기다릴 시간이 없는지, 좌석사정을 알아보고는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학생들을 식사동안 몇 팀을 봤다.

식사를 마친 동료들의 평가는 모두 하나같이 괜찮았다는 반응이다. 회사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조금 먼(?) 거리를 걸어도 괜찮을 정도로 맛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은 식당이라는 평가다.

이런 음식점들이 많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맛이나 서비스는 손님들이 알아서 찾는다. 굳이 요란하게 선전하지 않아도 내공있는 가게들은 손님들이 그 포스를 만들어준다.

일시에 몰려드는 손님들과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의 모습에서 또 다른 달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영진전문대 근처에 서울식당이라는 맛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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