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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와이브로(Wibro)에 010을 부여하여 전화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자 회의에서 와이브로에 010 번호 부여를 의결했다.

즉, 와이브로 서비스에 인터넷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음성전화 서비스를 허용한 것이다. 현재 와이브로 사업자는 KT와 SKT 두 곳 뿐이다. SKT는 직접적으로 음성전화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지만, KTF라는 계열회사(53%지분)와의 특수관계가 있는 KT는 입장이 다르다. 와이브로 사업권의 대가로 두 회사는 각각 국가에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냈다.

와이브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명분으로서, 010 번호를 부여하는 전화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KT는 계열회사인  KTF와 경쟁구도로 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된다.

KT는 이번 결정에 앞서서 와이브로에 음성통화가 허용되더라도 기존 이동통신망과 연계하여 와이브로 음영지역에서의 보완제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KTF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더군다나 매출이나 몸집을 늘이기 위해 KTF와의 합병을 주장했던 KT이기에 앞으로의 입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제 4 이동통신사의 탄생을 말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KT는 이동전화사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계열사 KTF의 입장이 아주 곤란해진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와이브로의 활성화에는 한 몫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존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일대 충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케이블 TV 사업자들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 버렸다. QPS의 마지막 장벽인 이동통신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TV와 전화,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 케이블로 가능하지만 무선 이동통신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MVNO형태의 고려도 있었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와이브로를 기대했었지만, 데이터 서비스 외에 고려하고 있지않다는 답변만 돌아왔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다른 수혜자는 단말기 제조사가 될 듯 하다. 기존 2G와 3G망을 위한 단말기만 제조하던 것에서 본격 4G 단말기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음성 단말기 뿐만 아니라 각종 컨버전스 단말기 생산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조사들이 4G인 와이브로 단말기 제작에 망설였던 이유는 서비스의 대중화 문제였다. 소비자가 없는 시장에 단말기를 출시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인데, 010 번호를 받아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단말기 제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와이브로의 음성통화 허용은 단순히 '이동통신사 먹구름, 케이블 사업자/제조사 맑음' 차원과는 또 다르다. 기본적으로 음성을 위한 망이 아닌 데이터 네트워크 기반에서 거꾸로 음성을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경쟁요소가 생기는 것이다.

와이브로를 이용한 이동통신 서비스는 데이터 서비스가 기본이 되고 음성이 부수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이통통신사와의 경쟁구도가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기존 이동통신사와 유선통신사들에게는 이해득실이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 4 이동통신사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것이다. 기존 3사의 구도에 대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대외적인 기술표준문제와 (수출을 통한) 로열티 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반발이 있더라도 사업을 강행할 것이다.

최근 LTE 진영의 선전포고 역시 WiMAX 진영에 긴장감을 주고 있는 상황데, Mobile WiMAX인 와이브로의 음성통화 허용은 WiMAX의 세확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빠른 시간내에 모범적인 사업 시작과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4G의 주도권을 WiMAX가 가져갈 수도 있게 된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갑작스레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와이브로의 음성지원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발표 시기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전격적으로 오늘 결정된 것이다.

당장 KT와 SKT를 비롯한 KTF, LGT는 와이브로 음성허용에 따른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대략적으로 1년 정도의 상용화 시간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 3사는 고객이탈 방지에 대한 대책과 데이터 서비스 강화에 나설 것이고, KT와 신규 사업자(누가 될지는 모르지만)는 기존 음성서비스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한동안 혼란은 있겠지만 KT와 KTF는 SKT나 LGT에 비해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사업이 완전히 정상괘도에 오르는 동안 KTF의 회원 이탈보다는 SKT와 LGT 고객의 뺏기에 열을 올릴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KT는 와이브로를 몰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SKT는 와이브로 사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와이브로 사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 뛰어드느냐 아니면 소극적인 자세에서 KT와 KTF의 공세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머무느냐는 결정이다.

적극 뛰어든다는 것은 결국 망투자라는 거대한 모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T는 다른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망투자에 망설일 이유가 없지만, SKT는 망투자를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는 사이에 케이블진영이 독자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SKT의 입장이 가장 애매해 진다.

와이브로 음성허용으로 벌써부터 이동통신 3사, KT, 케이블 사업자, 단말기 제조사들은 서로 이해득실을 저울질 하고 있다. 시장의 변수들과 함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시장과 소비자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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