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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8일 일요일 새벽 2시를 기해 올해 서머타임제(DST : Daylight Saving Time, 일광절약시간제)를 실시했다. 새벽 2시가 되는 시점에 한시간을 당겨 3시로 조정했다. 2007년부터 미국은 3월 둘째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을 운영하기로 법제화(Energy Policy Act 2005)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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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의 역사는 100년이 다 되어 간다.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시점에 유럽에서 제일 먼저 시작(1916년 독일)된 서머타임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시작된 제도였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의 시간을 한시간 당겨 초(전등)를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여 에너지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서머타임의 효과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견들이 분분하다. 실험에 따른 에너지 절약효과를 구체적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반대로 혼란만 가중시키고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실제 서머타임제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을 점검한 보고서도 나와 있는데, 최근 보고서엔 대체적으로 1% 정도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외에도 교통사고 발생이 줄었고 심야시간대의 범죄도 줄어들었다는 보고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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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지도, 출처 : Wikipedia)

서머타임 시행과 관련된 세계지도다. 하늘색은 시행지역이며, 오렌지색은 시행한 적은 있지만 현재 시행하지 않는 지역들이며, 빨간색은 전혀 시행한 적이 없는 지역들이다. 주황색은 남미와 아프리카 일부, 그리고 아시아 전역인데 시행했다가 중단한 국가들이 많다.

이번 미국의 서머타임 시행 뉴스를 보면, 미국중에서 떨어져 있는 하와이와 사모아, 괌, 푸에르토리코, 버진 아일랜드 등의 태평양과 대서양에 있는 미국령 섬들은 제외되어 서머타임제가 시행되지 않는다. 모두들 본토와 떨어진 지리적인 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특이하게 본토에 있는 애리조나(Arizona) 주(州)도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도에서 확인해도 애리조나 주 지역은 서머타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실제 올해도 나바호(Navajo) 인디언보호구역을 제외한 애리조나 주 전역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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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캘리포니아 주와 뉴멕시코 주 사이에 애리조나 주가 있다)

애리조나 주는 캘리포니아 주와 뉴멕시코 주 사이에 있다. 왜 유독 미국본토에서 애리조나 주만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유를 찾아보았는데, Arizona Daily Star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기사 : http://www.azstarnet.com/sn/printDS/75798

미국은 1918년 처음으로 서머타임제를 도입하였으나 1919년까지 2년만 시행했었다. 당시 별로 인기가 없어서 오랫동안 폐지되었다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다시 한시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전쟁시에는 여러가지 통제의 목적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서머타임제가 유리하기 떄문이다.

그 뒤 1945년부터 1966년까는 법적인 규제가 없어서 자율에 맡겨서 서머타임을 시행하는 주(州)도 있었도 그렇지 않은 주(州)도 있었다. 즉,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자율적인 시행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방송과 교통에 있어서 혼란이 심각했다. 시간 자체가 중요한 방송과 시간약속이 중요한 교통수단의 경우 주(州)들 사이에 시간 약속이 정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1966년 미국은 연방법으로 '표준 시간법(Uniform Time Act)'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서머타임은 지금까지 미국 교통국(DoT :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이 관할하며 시행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서머타임은 연방법에 의해 하와이와 태평양, 인도양에 있는 미군령 섬들과 같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제외한 모든 주(州)에서 서머타임을 시행하게 되었다. 물론 주법(州法)을 수정하면 시행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는 주는 없었다.

1966년 서머타임제가 시행되자 애리조나 주의 이곳저곳에서는 불평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농부들은 농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평(농작물은 서머타임을 적용할 수 없다), 자녀를 둔 엄마들 역시 새벽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고, 저녁에 날이 밝아서 아이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을, 야외 극장을 운영하던 극장주들도 불만을 표시했다. 저녁의 해가 길어지면 영화 상영시간이 늦어지고 그러면 당연히 손님도 줄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사막기후와 일조량이 풍부한 애리조나의 지역적인 특성상 서머타임은 별로 필요치 않으며, 오히려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만 부각되었다.

드디어 1967년 1월에 애리조나 농업국은 주의회에게 더이상 서머타임제가 애리조나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게된다. 또한 애리조나 주 하원 역시 서머타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다음해부터 애리조나 주는 미국의 서머타임 시행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다가 1973년 중동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미국 전체가 더욱 강화된 서머타임을 실시하여 애리조나 주도 다시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러한 반강제적인 서머타임이 1975년 종료되자 애리조나 주는 다시 서머타임제에서 빠지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특이하게 미드웨스트 지역의 인디아나 주는 카운티의 절반씩 돌아가며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한쪽은 실시하지 않던 제도를 2006년부터 서머타임 전면실시로 돌아섰다. 결국 본토에서는 애리조나 주만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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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미있는 사실은, 애리조나 주는 남쪽으로 멕시코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애리조나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멕시코 소노라(Sonora) 지역도 서머타임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지역은 MST(Mountain Standard Time)이라는 동일한 시간대를 사용하며 경제와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다. 올해 멕시코의 다른 지역은 4월 5일부터 전면적으로 서머타임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머타임 실시 지역 : http://www.worldtimezone.com/daylight.html

서머타임제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한창이다. 1년에 두번씩이나 시간을 임의로 조정하는 일이 사회적 비용으로 발생하고 문제도 일어나기 때문인데, 이에 반해서 도움이 된다는 측은 에너지 절약과 범죄 감소, 레져산업 부흥을 통한 경제적인 효과 등의 장점들을 내세우고 있다.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판단은 하기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유럽권(북미 포함)은 서머타임 시행에 긍정적이고 나머지 지역은 부정적이다. 서머타임은 단순히 시간제의 변경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혼란이 없다.

우리나라도 1987년과 1988년 두번의 서머타임이 운영되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인하여 1989년부터 시행을 중지했다. 최근 다시 서머타임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경제성과 사회적 준비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접 생활권인 중국과 일본 등과 보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서머타임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료 : http://www.energy.ca.gov/daylightsav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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