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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전자신문

동아대학교에서 MP3P 2만개, 가격으로 3억 8백만원어치 (개당 15,400원 상당)의 소위 '짝퉁' MP3 플레이어를 재학생들에게 무상공급했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전자신문 : 중국산 불량 MP3P 대량 유통

총학생회 공약으로 전교생에게 무상으로 MP3P를 한대씩 제공하기로 한 약속때문에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 제품이 언뜻보아도 Apple의 iPod Shuffle 제품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2만개나 공급하여 대량으로 납품되는 제품중에 불량품이 끼어 있을 수 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제품의 하자문제로 A/S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납품된 제품이 Apple사의 특정 제품을 그대로 베낀 '짝퉁'제품이라는 점이다.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산 제품을 대량 구입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버젓이 해외 유명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공개적으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려 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사리분별이 가능한 성인이며 지성인들인 대학생이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총학생회가 주도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8일부터 나누어줬다고 하는데,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전자신문, 디지털타임즈 등이 이 문제에 대해 보도를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사에는 애플코리아에서도 관련된 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작권 문제가 걸린만큼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

대부분의 저가형 MP3P가 중국에서 제조되어 국내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알고 있다. 특히 유명 기업의 제품 그대로를 모방한 제품들이 많으며, 시중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모조품의 소비처는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퍼져 있다. 모조품은 기본적으로 제품 디자인이라는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원제품 제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원 제조사 제품인지 모조품 제조사인지 구분에 대해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학교 MP3P 납품건의 경우 입찰에 의한 업체 선정이었다면 구매자(총학생회)가 최소한 샘플을 봤을 것이다. 분명 유명회사의 제품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했을 것인데, 납품이 이루어질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총학생회의 저작권문제에 대한 인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홍콩전자전 참관에서도 느꼈지만, 중국은 여전히 모방품 생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제품의 모방은 제조사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행위다. 또한 이런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끌어갈 지성인들이 나서서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조했다면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총학생회에서 나눠준 MP3P가 Apple iPod Shuffle이라고 믿었던 학생도 있을 것이다. 설마 총학생회가 유명회사 제품의 모방품을 주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한 학생들이었을 것이다.

낮은 품질의 중국산 제품 때문에 국산 MP3P 제조사들이 문을 닫은 것은 불과 몇 년전 일이다. 괜찮은 디자인에 깔끔한 마무리, (중국산에 비해)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었던 국내 업체들이 쓰러진 것은 바로 중국산 싸구려 제품들 때문이었다.

우리들의 아버지, 삼촌, 누나들이 근무하던 디지털 기기 제조사를 문닫게 만든 것은 무분별하게 낮은 가격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산 제품들과 짝퉁제품들 때문이었다. 중국산보다 더 낮은 원가의 제품을 만들 수 없었고 기술과 품질로 승부했지만 살아남지 못했다.

자신의 등록금이 형편없는 중국산 모방품 MP3P를 사는데 보태졌다면 기분이 어떨까? 사소한 행동처럼 보이는 일이 자신의 일자리 하나를 없애는데 일조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제조되는 MP3P 제품을 찾아보면 대기업과 몇 몇 기업 외엔 없다. 그나마 조악한 중국산 싸구려 제품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사양산업처럼 비쳐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가 MP3P의 종주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 6월 1일 동아대학교 총학생회는 문제가 된 MP3P 전량을 수거하기로 했으며, MP3P 가격인 15,400원만큼의 보상안을 재학생들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6월 9일 여론조사를 통해 보상안 의견을 물었는데, 문화상품권과 현금보상안이 가장 많이 나왔다. 9일 당시까지 미지급분까지 포함하여 MP3P 회수율은 채 30%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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