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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iPhone, 저기서도 iPhone...

iPhone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까지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이며, 개인용 컴퓨터, iPod 제조사인 Apple이 만든 휴대폰이 iPhone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iPhone이 국내 들어와도 성공하지도 못할뿐더러, 몇 대 팔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우선 당장은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깟 스마트폰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 떠는지 못마땅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국민들 다수를 대상으로 물어보면 삼성전자의 Anycall과 LG전자의 Cyon은 알지만, Apple의 iPhone은 요즘 말로 '듣보잡'일 것이다.

iPhone을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애플빠들이나 iPhone을 기다리지 별 것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어떨 때는 애플빠들이 너무 호들갑 떨며 설치는 것이 얄밉다고까지 한다.

나는 스스로 내가 애플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싸고 사용하기에 익숙하지 못한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가 Apple이라고 생각하고, 익숙치 못한 것은 그저 제품을 많이 안써봤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으며, 여전히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중의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휴대폰 제조사 2위와 3위를 가진 나라다. 판매량으로 Nokia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경쟁사를 가진 나라다. 많지는 않지만 어떤 이들은 이런 이유로 Apple의 iPhone이 국내 들어오더라도 두 회사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때문에 iPhone은 국내에 들어와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해석이지만, 가장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Apple의 iPhone이 단순히 관심밖이었던 스마트폰시장을 수면으로 떠 올린 역할만 한 제품이라고 판단한다면 지금의 열풍은 그저 지나가는 유행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iPhone을 평가 할 때는 이 제품이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게임룰을 바꾼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까지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사업은 이동통신사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월드가든(Walled Garden)이라는 표현처럼 철저히 이통사의 지배하에 움직이는 시장구조였다. 아직도 비율로 따진다면 이동통신사업의 지배자는 이통사다.

그게 당연했고, 소비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통사의 정책과 이통사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서비스도 나올 수 없었고, 철저히 이통사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시장이었다. 이통사 고객은 회사 이익을 앞서는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변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그러한 경향이 강하다.

Apple이 iPhone을 들고나왔을때 가장 큰 시장변화는 바로 이동통신사업의 주도권을 이통사가 아닌 Apple이라는 단말기 제조사가 쥐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iPhone이 나왔을때, AT&T가 독점권을 받는 대가로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고 Apple의 요구를 들어주었다면, 거기에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AT&T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현재의 이동통신사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돌파구로서 Apple이 제안한 비즈니스를 과감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AT&T 역시 높이 평가받아야할 기업이다.

이제까지 소비자들은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을 따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사를 선택하고 단말기를 선택해 왔었다. 그러다보니 이통사는 단말기 선택권을 쥐고 있었고, 소비자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단말기만을 시장에 공급했다. 즉, 단말기는 철저히 이통사의 통제하에 판매되었다. 단말기는 그냥 서비스의 수단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급된 단말기는 음성통화를 늘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자신들이 바라듯이 데이터서비스 매출 증가는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또한 부가 수익을 올리는 것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바로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Apple이 들고 나왔기 때문에 AT&T는 자신들에게만 독점 공급을 해달라고 했으며, 자신들의 수익을 일부 Apple로 넘기기로 했다. 계산해보니 그게 훨씬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Apple이 iPhone을 이용하여 캐리어인 AT&T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소비자들에게 이동통신에서의 자유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데이터 요금의 압박없이 이동통신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멋진 휴대폰과 이동통신을 통한 자유였다. 자유를 누리는 댓가를 이통사와 Apple은 나눠 갖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요금 걱정없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고,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즐기며, 알고 싶은 것, 얻고 싶은 정보를 얻는 장치로서 휴대폰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런 꿈을 Apple이 이루어준 것이다. 

비록 월 100 달러에 가까운 적지않은 비용을 치루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미국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열광한 것이다. 만일 이통사가 주도했더라면 그러한 빅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 어디서라도 자유롭게 데이터통신을 제공하고, 그로 인해 네트워크에 어떤 부하가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제한 트래픽과 PC와 비슷한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이통사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설령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만들 능력이 없었던 것이 Apple과의 협력 이유이다.

Apple이 iPhone 출시 1년이 지나 App Store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왔을 때, 그때 비로소 이통사들은 깨달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Apple이 너무나 잘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거기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현재 Apple의 경쟁사라고 하는 기업들이 Apple처럼 어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을 준비하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이런 비즈니스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차세대 먹거리가 바로 이런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Apple의 iPhone이 가져온 후폭풍은 이동통신시장에서 큰 충격이었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룰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어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게임룰을 바꾸었기 때문에 Apple의 iPhone이 칭찬받고 대단하다고 하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와 iPhone의 국내 도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우리나라는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한 국가로 기술적인 우수성을 강조한다. GSM이 세계 주류 이동통신시스템인 반면 우리나라와 미국 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CDMA를 상용화시킨 나라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2위, 3위 사업자이지만 CDMA폰보다는 GSM폰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장크기로 봐도 GSM폰 시장을 장악해야 세계적인 선두기업이 될 수 있다. 내수와 미국시장의 일부는 CDMA로 지키고, 나머지는 GSM 단말기로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하여 국내 이동통신사업은 CDMA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의 관리하에 커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CDMA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그에 맞는 서비스와 단말기가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

국가가 세운 이동통신회사(구 한국이동통신, 현재 SKT)로 시작한 이동통신서비스이기에 자국 사업의 보호가 곧 국가가 지원하는 CDMA 사업의 활성화였다. 당연히 서비스 사업자의 지원과 보호가 우선이었다.

이렇게 성장한 한국의 이동통신사업은 당연히 국가가 후원하는 이동통신사업자 위주의 사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서서히 국가에서 이동통신사업자로 넘어갔다. 이동통신의 대중화가 더이상 국가가 컨트롤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다.

문제는 이런 보호속에 성장해온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외부 비즈니스변화에 아주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모험과 도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라는 특수하고 한정된 시장과 기술적인 장벽(CDMA, WIPI)까지 갖추고 사업을 영위하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동통신사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국내 1위 기업 SKT의 시도 등은 번번히 허사로 돌아갔다. CDMA를 기반으로 GSM 네트워크를 이겨내고서 자립해야 하는데 단순한 국내 모델로는 쉽게 자리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Helio가 그랬고, 현재는 베트남에서만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있는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Apple의 iPhone이 국내에 도입된다면 충분히 대비안된 상황에 품안의 서비스까지 위협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iPhone 도입을 반길리가 없다.

WIPI라는 장벽을 없애는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외산 제품이 국내 못들어오도록 만든 장막을 걷어도, 이제는 이통사들이 주저하고 있다. 왜냐면 앞서 설명한 대로 사업의 주도권과 이익을 Apple에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iPhone을 가지고 들어오려는 Apple의 입장은 완고하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자신들의 이익을 깎으면서까지 애써 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IT강국에서 iPhone도입을 하지 못한다고 부끄럽다는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iPhone 도입이 안되고 있는 상황은 그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이 이통사와 Apple의 이해관계의 상충문제였을 뿐이다. 기술과 격차는 부수적인 문제일뿐이다.

당장 iPhone이 들어오면 국내 이통사들은 Apple이 월드와이드하게 펼치고 있는 정책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무제한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해야 하며, 이통사 수익의 일부를 Apple로 줘야한다.

그뿐만 아니다. CP(Content Provider)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품안에서 이익을 거둬들이던 콘텐츠 비즈니스를 이제 Apple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까지 몰리게 되었다.

돈된다는 온라인 음악 판매도 당장 iTunes와 경쟁해야 하는데, 편리하고 합리적인 iTunes의 음원판매를 국내 사업 모델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App Store의 등장으로 이제까지 손안에서 통제가 가능하던 CP를 더이상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무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에 이통사로 돌아갈 이익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물론 그 이익은 Apple과 CP와 이통사가 나누게 된다.

휴대단말기에 자랑스럽게 회사의 로고를 새겨넣을 수 조차없는 상황이 되는데,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고객이 원해도 iPhone을 쉽게 들여올 수 없는 것이다. 또한 iPhone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으므로 국내 공급되는 Anycall과 Cyon에게도 비슷하거나 동등한 혜택을 줘야 한다.

이렇듯 iPhone 하나로 바뀌어야 하는 변화가 너무나 크고, 이통사가 감내하기엔 힘든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 iPhone 도입이 저지되고 있는 것이다.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저지되고 있었다. 바로 얼마전까지 그랬다.

그러나 이런 폐쇄적인 입장은 더이상 우리나라 이동통신 비즈니스에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래 이동통신 서비스의 성장이냐 퇴보냐가 달린 문제이며, 변화에 적응하느냐 도태되느냐 하는 생사의 문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T나 KT는 잘 알고 있다. 현재 이통사의 비즈니스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말이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게임에 임하지 않는한 더이상의 발전은 없고, 따라서 국내 iPhone 도입과 이동통신 비즈니스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얼마전 iPhone 3G S의 발표에서 출시 국가에 한국이 빠져 있었지만 국내에 iPhone 도입이 희망적이라는 포스팅을 했었다.


지금도 거의 확신한다.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못박을 수는 없지만, 국내 이통사들은 어쩔 수 없이 iPhone을 도입하게 되어 있다. 만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누가봐도 명백한 실수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iPhone이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점유율 3%도 넘지않는 그야말로 제조사로서는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Apple의 제품이 국내에 빨리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우리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몇 대가 팔리는 지는 그 다음 문제다. iPhone이 수입되어 현재의 이동통신 비즈니스에 변화를 주고 그것이 국내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세계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iPhone이 던진 파장은 상당하다. 우리나라 이통사들이 이런 변화를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다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Phone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스마트폰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국내에 iPhone이 들어와야 하는 이유이다. 왜 그렇게 iPhone 도입에 목말라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이유는 바로 하나. iPhone으로 우리나라 이동통신 비즈니스가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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