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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냉면집을 꼽으라면 3곳을 이야기 하는데, 대동면옥, 부산 안면옥, 강산면옥을 꼽는다. 그중에 대동면옥이 가장 유명하고, 4월 1일 문을 열어 추석전날 문을 닫는 부산 안면옥도 많이 알려져 있다.

세 음식점 모두 시청 근처 중구에 자리잡고 있어서 시내 나들이를 하거나 시내 볼 일을 마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이들 말고도 또 다른 북한식 냉면집이 한 곳 있다.

대동강. 남구 봉덕시장쪽에 40년 넘게 북한식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대동강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듯 하면서도 꾸준히 찾는 단골고객이 많은 곳이다.


대동면옥과 부산 안면옥은 냉면을 중심으로 하는 음식점이라면 대동강은 북한 음식 전문점이다. 냉면은 여러 북한 음식 중의 하나일 뿐이다. 북한 실향민인 주인이 1965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곳이어서 나름대로 명성을 쌓고 있는 곳이다.

음식점을 들어서면 연세 지긋한 노인분들이 많이 계신다. 대부분 옛 맛을 그리워 하는 세대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리 흔치않은 북한 음식점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조미료에 입맛에 길들여진 우리 세대와는 다른 미각을 가진 분들이어서, 옛 맛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점인 이곳을 찾는 것이다.


한여름철 인기 음식중 하나인 냉면. 평양식과 함흥식이 있다는 소리는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물냉면은 평양식, 비빔냉면은 함흥식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말이다.

냉면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육수다. 면발도 중요하지만 육수의 맛이 전체적인 냉면의 맛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얼마나 담백한지, 들큰한 맛은 없는지, 고명은 어떤지 등등이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제대로 하는 북한 음식점에서 맛을 보면 대부분 뭔가 빠진듯한, 싱거운 맛이 난다. 그게 정상이다. 미원같은 화학 조미료에 길들여졌기에 자극적인 맛이 나지않으면 이맛도 저맛도 아닌 맛으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먹어보면 역시나 심심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먹고나서 거북함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찾게되는 맛이다.


같이 따라나오는 반찬 참 정갈하다. 음식점에 가서 반찬공장이나 급하게 만든 듯한 반찬이 아니라, 정성들여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을 충분히 받을만한 차림이다. 

북한식 음식을 중국 출장때에 여러차례 맛 본 나로서는 한가지 판단 기준이 있다. 김치맛을 보면 안다. 재료가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서 김치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바로 받는다. 맵고 짠 맛보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면 북한식 김치가 확실하다.


김장김치를 독에 담아두었다가 한겨울 꺼낸듯한 시원함이 느껴지면서 양념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맛은 오래 두고두고 남는다. 이 음식점 반찬중에 김치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냉면뿐만 아니라 온면과 만두국을 주문해서, 밥도 따라 나왔다. 수저와 밥공기는 이 음식점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귀한 손님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뚜겅 덮은 밥공기를 받아본지 참 오래된 것 같다. 작은 배려이지만 고봉의 뚜껑없는 밥공기 보다 뚜껑 덮은 얌전한 밥공기가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냉면보다는 북한식 온반이 더 좋다. 한참 더운날이지만 닭육수에 몇 점의 고기와 밥이 말아져서 나오는 온반이 더 생각난다. 뜨겁지 않은 국물에 구수한 육수의 맛이 어우려지면 마음이 편해진다.

온반 역시 간은 심심하다. 여느 음식점 같으면 양념장이나 소금을 밥상위에 두었을 법도 하지만 여기서 그런 것을 찾는다면 제대로 맛을 볼 수가 없다. 심심한대로 먹으면 된다. 그게 온반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산 돈육을 사용한 만두국도 괜찮다. 전반적으로 대동강 음식맛의 비결은 대부분 육수에 있는 것 같다. 잘 만들어진 육수에 무엇을 넣어 먹어도 맛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큼직한 평양식 만두는 속도 알차다. 특별한 만두는 아니지만 만두에 베인 육수의 맛과 고명의 어울림도 괜찮은 조화를 이룬다. 삶은 돼지고기의 연한 부위가 누린내 하나없이 제공되는데, 만두와 고기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면 더없이 행복하다.

대동강의 북한음식은 대부분 맛있다는 평가들이 줄을 잇는다.

호주산 고기를 사용하는 갈비탕도 맛있다고 하는데, 특히 아이들 입맛에 잘 맞다고 한다. 평양불고기는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달달한 맛에 국내산 한우의 고기맛은 옛 향수를 자극할만큼 맛과 함께 옛 느낌 그대로 전달한다고 전한다. 특히 당면과 국물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다음번엔 불고기를 먹어봐야 할 것 같다.


빈대떡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기가 조금씩 들어가고 바싹 튀긴듯한 노릇노릇한 빈대떡은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었는데, 역시나 술한잔 기울일 좋은 친구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우리에게는 낯선 초계무침도 먹을만 하다고 한다. 양은 푸짐해 보이지 않지만, 닭고기를 찢어 샐러드를 만든 것으로 본 음식전에 가볍게 들 수 있는 에피타이저용으로 괜찮다고 한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남쪽 지방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북한식(이북식) 음식점은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는 좀 더 덜 자극적이며 독특한 한국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대동강은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 봉덕동을 지키고 있다. 2층 건물에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길건너편에 전용 주차장도 준비되어 있어 어르신이나 가족들 데리고 와도 불편함이 없다. 약 20여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거기라도 가득차면 주차장 바로 맞은편에 유료주차장도 있다. 

중국에서 몇 번씩 맛봤던 진짜 북한음식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나는 대동강에서 그때의 기억을 조금 살릴 수 있었다. 재료가 달라졌을 것이고, 만드는 방법도 달라졌겠지만 그 근본은 같고 대부분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에 맛의 정서가 비슷하다.

대동강 음식점은 봉덕시장 맞은편 사거리에 있다. 신천대로쪽 사거리 모퉁이 대구은행 봉덕점을 찾으면 바로 맞은편에 있다. 사거리에서 효성타운 방향이다. 식당 주차장은 또 바로 길건너에 큰 간판으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주차하고 길건너 음식점으로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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