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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닭계장의 간판은 DeBON


영업시간 정오(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간판은 예전 화장품 이름 DeBON(드봉). 가게 한쪽 셔터는 내려져 있고, 그 앞에 차들과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운 좋으면 줄 서지 않고 바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하동닭계장은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가깝고, 근처에 달성초등학교가 있다. 작은 골목길에 상호와는 전혀 다른 철지난 화장품 브랜드 간판이 달려 있고, 낮 두시간 이외에는 영업을 하지 않아서 처음 찾아가면 낯설다.

식당안으로 들어가면 홀에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한두명씩 온 사람들은 합석이 기본이다.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 마루처럼 생긴 방에는 약 40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들이 놓여져 있고, 빼곡히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다.


몇 명인지 묻고는 자리만 안내하는 아주머니. 앉자마자 쟁반상에 각종 양념과 반찬 세트를 내려놓는다. 주문을 따로 받지 않는다. 사람 수대로 닭계장을 내오기 때문이다. 입구문에는 하동 추어탕이라 적혀 있지만 추어탕을 안한지 꽤 오래된듯 하다.

주메뉴인 닭계장은 앉아 있으면 약 10분 안으로 밥상위로 나타난다. 이 집 주인이 느린거 참 싫어하는 분이라고 하니, 음식도 상당히 빨리 나온다.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장사를 할 것이니 설겆이 하는 사람도 안보인다. 마치고 문 닫고 그때부터 하면 그만이니까.

닭계장에 국수를 얹었다


뚝배기 그릇에 건더기가 가라앉아 흡사 찌개국물만 나온 듯한 모양으로 손님마다 한 그릇씩 갖다 놓는다. 여기에 막 삶은 국수를 엊어 먹는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닭계장 그릇이 나오고 바로 주인 할머니(무섭다고들 한다)가 빨간 소쿠리에 국수를 가득 담아서 들고 온다. 바쁠 때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소쿠리를 먼저 갖다 놓는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소쿠리에 담긴 국수는 닭계장에 엊어 먹으라는 것은 맞는데, 처음에 멋도 모르고 손님이 알아서 닭계장에 국수를 넣으려 하면 주인 할머니께 야단 맞는다.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 (세상에나...)

국수를 닭계장에 처음 얹어주는 것은 주인 할머니 고유의 권한이란다. 처음 가면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음식 차려졌으면 할머니 눈치 살피면 된다. 알아서 와서 국수 놔준다.


아까 먼저 차려준 쟁반상의 이용법을 알게 된다. 약간의 반찬과 대부분의 양념이었던 것이다. 매운 고추 썰임, 마늘을 넣은 양념장, 쪽파 무침, 오이 무침, 무채, 김치, 시금치다. 어느 것이 양념인지 반찬인지는 먹는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다만 매운 걸 싫어한다면 매운 고추 썰임은 넣지 않도록 한다. 이미 닭계장 국물이 눈물 나도록 맵다. 그래도 매운 것을 꼭 먹어야겠다는 사람들은 시도해 보길.

무채와 쪽파 무침, 다진 양념을 국수위에 고명처럼 놓고 국수를 건져먹는다. 칼칼한 국물이 입안에 매운 느낌 가득히 채운다. 매운 것을 못먹는 사람은 여기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아래 가라앉은 원래 건더기들은 숫가락으로 휘저어 보면 나타난다. 닭계장에 닭이 없을리 만무하고... 닭고기는 생각보다 적다. 콩나물, 파가 같이 끓여져 있다.

국수는 건져먹으면 옆에 빨간 소쿠리에서 다시 더 담아 먹으면 된다. 사실 국수만 건져먹어도 배부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손님수에 맞춘 정량보다 훨씬 많이 준다. 더 달라 소리 해도 되지만 웬만해서는 더 달라고 부탁할 일 없을 것이다.

빨간 소쿠리에 엄청난 양의 삶은 국수가 제공된다


열심히 닭계장을 먹는 사람들이 손수건 꺼내고 땀 닦는다. 얼굴이 발그레한 사람. 안경 벗고 땀 닦는 사람. 물 마시는 사람. 얼마나 닭계장이 매운지 안 먹어봐도 그 고통(?) 알 수 있다.

국수마저 다 먹으면 양푼이밥을 준다. 국수 다 먹을때쯤 되면 할머니가 '밥 주까?'하고 묻는다. 찾아간 우리 일행은 더 먹을 수 없어 사양했지만, 다른 테이블의 장정들은 밥까지 시킨다. 5천원 닭계장 가격에 다 포함되어 있다. 밥 달라면 양푼이 밥 나온다.

하동닭계장은 매운맛을 찾는 대구 마니아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매운 맛이 그리울 때 손꼽히는 음식점이다. 또한 주인 할머니에 대한 강한 인상때문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흔히 욕쟁이 할머니라고 부르지만, TV에서 보던 그런 욕쟁이 할머니가 아니라, 손님에게 반말하는 할머니다. 물론 할머니만의 국수 넣기 고유권한을 뺏거나, 건더기 남기면 욕 얻어먹을 각오해야 한다. 들어보니 할머니도 예전에 비해 많이 순해지셨단다.

예전엔 여자 손님 받는걸 꺼려 했다고 한다. 늦게 먹고, 음식 남기는게 그 이유다. 여자 손님들은 뚝배기가 아니라 비교적 작은 그릇에 담에 준다고 하는데, 찾아 갔을 때는 일행중에 숙녀가 있었지만 뚝배기로 내놨다.

한그릇에 5천원 받는 금액은 몇 년째 그대로지만, 먹고 나오면 5천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입안이 얼얼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나올때 할머니가 주는 호박엿 사탕 반드시 받아야 미션 완수다. 할머니가 주는 호박엿 사탕 안 먹는다고 버티면 또 혼난다. 무조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 한다.

낮 12시부터 2시까지만 영업하고 어떨 땐 재료 떨어지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한다. 매운 것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절대 찾지 말 것. 주인 할머니 말투에 기분 나쁠 것 같다는 사람도 찾지 말 것. 먹고 나서 설사를 할 수 있음.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얼큰하게 땀 뺄 사람은 반드시 찾을 것.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주변 주차 환경이 좋지 않다. 하동닭계장 들어가는 바로 다음 골목 입구에 유료 주차장이 있으니 이용하면 된다. 기다리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이면 1,500원을 내면 되고 빨리 나오면 1천원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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