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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T&T의 iPhone 독점 판매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4년간 미국에서 iPhone을 독점 공급하던 AT&T에 이어 다음달 10일부터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Verizon Wireless를 통해서도 iPhone 4를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Verizon Wireless는 미국시각 1월 11일 뉴욕 Lincoln Center(링컨 센터)에서 Apple과 함께 Verizon용 CDMA iPhone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발표자리에는 Verizon Wireless의 CEO Lowell McAdam (로웰 맥아덤, Verizon Communications Inc. COO)과 Apple COO Tom Cook(팀 쿡)이 공동으로 나와서 Verizon용 iPhone 4 판매를 발표했다.

CDMA iPhone 4는 2월 10일부터 일반에 판매될 예정이며, 기존 Verizon Wireless 고객들은 2월 3일부터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초 LTE 버전의 iPhone이 예상되었으나 CDMA EVDO를 기반으로 하는 iPhone 4를 출시하게 되었다.


CDMA iPhone은 기존 WCDMA(GSM) 기반의 iPhone과는 달리 음성과 데이터통신을 동시에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데이터 통신 중에 전화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가 단절된다. 또한 기술적인 차이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로밍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CDMA 네트워크 지원국가가 전세계적으로 제한적이며, 주파수가 상이한 국가(우리나라의 LGU+)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CDMA iPhone은 최신 Android폰처럼 Wi-Fi Hotspot 기능을 제공하여 최대 5대까지 Wi-Fi 연결이 가능하다. Verizon에 공급할 iPhone의 iOS 버전은 4.2.5로 기존 iPhone 4의 4.2.1 버전보다 상위 버전이다. 조만간 Hotspot(모바일 AP) 기능은 iOS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iPhone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Android폰에 비해 iPhone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Hotspot 기능의 제공으로 Android폰과의 기능적인 격차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소유하고 있는 iPhone 사용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LTE 버전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한 대답은 Tim Cook이 내놨다. 현재 iPhone 4 디자인으로는 LTE를 수용할 수 없기에 CDMA 버전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으로 보아 올해 6월 경에 발표할 차세대 iPhone은 LTE를 지원하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CDMA iPhone은 기존 iPhone 4에서 문제가 되었던, 일명 데스그립 문제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범퍼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는 CDMA 버전(새로운 모듈)의 적용으로 전반적인 설계 디자인의 변경으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가격은 AT&T와 동일한 가격체계로 발표했다. 16GB에 2년 약정으로 200 달러, 32GB 제품은 300 달러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요금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Verizon이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Android폰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무제한 요금제를 포함한 파격적인 요금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망들이 많다.

Verizon CDMA버전 iPhone 4 판매의 의미


Verizon이 CDMA 버전 iPhone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실제 이번 발표에서도 Verizon은 iPhone을 도입하기 위해 2008년 초부터 꾸준히 Apple과 접촉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CDMA iPhone 제작과 테스트에도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밝히고 있어 업계에는 이미 Verizon iPhone의 출현에 대비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iPhone은 그동안 AT&T를 통해서만 공급되었는데 네트워크 커버리지 불만이 상당히 높았다.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통화연결 실패는 원성이 자자했다.

상대적으로 Verizon은 AT&T에 비해 안정적인 네트워크 공급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만일 iPhone이 Verizon을 통해 공급된다면 통화품질과 커버리지 문제에 불만이 많은 AT&T 고객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T&T 역시 Verizon iPhone에 대한 대책으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HSPA+)와 커버리지 확대에 힘썼다. Verizon iPhone 발표를 앞두고 iPhone 3GS 가격을 대폭 내리는 등 Verizon으로의 고객이탈을 막으려고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Verizon이 AT&T의 iPhone에 대응하기 위해 Google과 손잡고 Android폰에 집중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AT&T는 iPhone, Verizon은 Android폰이라는 나름대로의 공식을 만들었으나, Apple이 Verizon에 iPhone을 공급하게 되면서 사정은 바뀌게 되었다.

당장 Android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반대로 미국내 iPhone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iPhone이 LTE 버전이 아니라는 점과 6월이 되면 신형 iPhone 출시가 거의 확실한 가운데, 얼마나 많은 CDMA iPhone 4 유저가 생길지는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근거로 단기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은 하반기 들어서는 분명하게 iPhone의 판매량이 지금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신형 iPhone 주요 판매 채널에 Verizon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반기가 되면 LTE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iPhone 역시 LTE를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LTE 버전은 기존 WCDMA버전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를 보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기능과 성능도 대폭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에서의 독점 공급 구조가 바뀌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독점 구조가 깨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알려진 바로는 이제까지 특별하게 1국가 1통신사라는 독점 계약은 없었고, 다만 여러가지 여건과 시장 구도상 관행처럼 굳어있던 상황이었다.

Apple이 미국에서 2개 이통사에 공급하는 방식이 시작되면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방식을 취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Apple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로 다양한 통신사를 통해 공급될 것이며, 결국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iPhone 4뿐만 아니라 iPad 판매량을 늘이기 위한 방법도 독점보다는 복수공급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Apple과 Verizon은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양사 모두가 만족하는 형태의 시장 상황을 만들었다. Apple은 iPhone 판매량을 늘이고 CDMA 버전 iPhone 공급이 가능해졌고, Verizon Wireless 역시 iPhone 고객을 통한 가입자 증가와 매출 증가가 가능해졌다.

Verizon CDMA iPhone 공급으로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Verizon은 iPhone을, Android폰은 AT&T에 더 활발하게 공급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iPhone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조만간 LTE가 활성화될 것이기에 스마트폰의 기능과 서비스는 더욱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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