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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사용 중인 데스크톱 PC가 약 1년 전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메모리 에러를 내면서 아예 POST가 안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가끔은 전혀 문제없이 부팅이 되어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메모리 인식이 안되는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메모리 슬롯의 위치를 바꾸어 보았다. 바꾸면 인식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메모리 슬롯과 메모리의 접촉부를 청소했는데,지우개로 메모리의 슬롯 접촉부를 깨끗히 청소를 하고, 슬롯의 경우 에어 컴프레셔로 청소도 했다.

그 후 한동안 문제가 없었는데, 대대적으로 청소한 후 몇개월만에 또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메모리 에러가 계속 나면서 아예 부팅이 되지 않았다. 메모리 두개 중 하나만으로도 부팅시켜보고 슬롯도 모두 번갈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메모리는 다른 PC에 꽂으면 인식이 되었기 때문에 결국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A/S 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A/S 센터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 증상이 항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내 의견에 따라 결국 같은 모델(리퍼비시 제품)로 무상 교체 받았다.

메인보드 교체 후에는 부팅이 안되는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사용했는데, 또 얼마가지 않아서 같은 증상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난감했다. 새로이 교체한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었다. 

다시 메모리로 의심의 눈초리가 옮겨졌다. 다시 한번 사용하던 메모리를 다른 PC에 꽂아 보았더니 인식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메모리 문제를 확신하며, 메모리를 구입했다. DDR2 2GB 메모리 두개를 사용했는데, 더이상 새로운 DDR2 메모리가 생산되지 않아 중고제품을 구입했다. 비용의 문제로 1GB 두개를 구입했다. 신제품을 구입할 때보다 비쌌다.

새로운 메모리는 아무 문제없이 동작되었기 때문에 분명 PC가 부팅이 안되는 것은 메모리의 문제였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또 한동안 잘 사용했다. 그런데 또 얼마가지 않아서 문제를 일으켰다. 메모리 인식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쩌다 PC를 켜면 메모리 체크 부분에서만 멈추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 주기가 짧아졌다. 저녁 때 PC를 켰다가 다음 날 저녁에 켜면 정상적으로 부팅이 되었지만, PC를 끈지 몇시간만에 켜면 부팅이 되지 않았다.

정말 혼란스러워졌다. 메모리 에러로 중고 메모리를 구입했고, 메인보드도 이미 리퍼비시 제품이지만 정상작동하는 것으로 교체를 받았기 때문이다. 메인보드에 설치된 카드는 그래픽 어뎁터밖에 없었는데, 다른 어뎁터를 연결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래픽 어뎁터 문제도 아니었다. 보증기간이 몇개월 남았던 메인보드도 싼 제품으로 구입해서 교체해 보았으나 증상은 계속되었다.

PC 부팅 문제의 범인은 바로 파워서플라이


그런 날들이 계속되다가 어느날 갑자기 번뜩 하면서 생각이 났다. 혹시 파워서플라이 문제는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PC에 있어서 파워서플라이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내가 PC를 조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품이 바로 파워서플라이였다.

파워서플라이는 PC가 동작하기 위해 AC전원을 DC전원으로 바꾸어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부품이다. 고르지 못한 AC전원이 입력되어도 필터링하여 안정적인 DC출력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파워서플라이에서 공급되는 전원은 메인보드에서도 다시 정류하는 회로를 거치게 된다. 메인보드의 전원커넥터 부근에 위치한 여러 종류의 콘텐서는 전원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필터 부품들이다. 오래된 메인보드의 경우 이들 콘텐서가 수명을 다 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는데, 일반적으로 콘텐서캔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메인보드나 하드디스크, CPU 등은 안정적인 DC공급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PC에서 파워서플라이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메인보드로 공급되는 전원은 PC 동작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PC 오동작 문제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파워서플라이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문제가 되었던 PC는 파워서플라이의 불안정으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메인보드도 메모리도 어뎁터나 다른 주변기기의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은 파워서플라이밖에 없었다.

5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파워서플라이를 교체하자 계속해서 일어나던 메모리 체크 부분의 에러가 말끔하게 없어졌다. 이미 고장난 것으로 판명된 2GB 메모리의 경우 전원 공급 불안정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불안정한 전원공급은 CPU와 메모리 동작에 취약하다. 특히 전원 허용범위가 다른 부품에 비해 민감한 편인 메모리는 불안정한 전원으로 인해 망가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PC 부팅이 되었다가 안되었다가 한다면 전원공급 쪽의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PC전원을 연결하는 멀티탭 콘센트의 문제도 많다. 멀티탭의 경우 내부 스프링 장치 등이 충격에 의해 이탈되면 합선(short)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원 입력부분의 문제가 없다면 그 다음으로는 반드시 파워서플라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부품과 달리 케이스에 고정되어 있고, 의심을 잘 받지않는 제품이어서, 문제점이 파워서플라이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경우가 많다.

1년 이상을 끌었던 문제였던 메인 PC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었다. 더 빨리 알았더라면 메모리와 대체 메인보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괜히 엉뚱한 의심을 받은 부품만 더 구입하게 되었고, 메모리를 손상시켰다.

혹 이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파워서플라이를 의심해 보길 권한다. 전자부품은 어느 정도 전원 입력 허용 범위를 가지고 있다. 100% 정확한 전압과 전류가 입력되지 않더라도 작동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전원의 불안(전압과 전류가 고르지 못한 경우)이 계속되면 PC 부품들은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결국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사태로 번지게 된다.

어려운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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