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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하게는 13개월 20일이 지났군요. 작년 초 저는 우연하게도 오랜 친구 덕분에 사회인야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0/02/21 - 뒤늦게 사회인야구를 시작하다

초중고교 시절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었습니다. 고교시절엔 글러브를 구입하기 위해 몇달동안 용돈을 모으기도 했었고, 가끔씩 원정으로 동네야구 시합도 나갔었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날아오는 공에 맞지는 않을까, 제대로 공이나 던질 수 있을까,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앞서죠.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사회인야구를 시작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인야구를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좋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이 마흔을 넘긴 나이에 20대, 30대 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야구는 나이와 크게 관계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기량면에서 피끓는 동생들과 비교하긴 힘들지만 노력에 의한 기교도 야구에서는 중요합니다.

처음에 야구 공인구 만지면 돌처럼 묵직해서 던지고 받을 때 무섭기도 합니다. 중고교 시절엔 연식이나 경식공같이 고무공이었지만, 사회인야구는 일반 프로야구처럼 대부분 공인구를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대도시 지역에는 사회인야구 리그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이곳 대구의 리그에도 많은 사회인들이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교 인조잔디 야구장에서 경기를 자주 할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까지 누리고 있어 여건도 좋습니다.

유니폼을 맞추고, 장비를 하나 둘씩 갖추면서 야구는 시작됩니다. 아! 그리고 야구단 회비도 내야합니다. 그전에 한가락 했던 실력이 있다면 야구는 적응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참, 사회인야구나 프로야구나 동일한 운동장 규격, 경기 규칙, 장비(배트 빼고)는 모두 같습니다. 9회가 아닌 7회, 2시간의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 콜드 게임이 있다는 룰 등이 다를 뿐입니다.

지난 1년간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가장 좋아진 것은 건강입니다. 일주일, 한달 내내 운동 한번 하지 않았던 제게 야구는 운동해야 하는 동기부여의 확실한 종결자였습니다.

그라운드에 나가서 동생들[각주:1]과 보조를 맞추려면 기본 체력은 있어야 합니다. 시합 전 한시간 가량은 몸을 풀고 연습을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운동이 됩니다.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를 달리고 던지고 받는 연습에 펑고[각주:2] 등은 확실한 운동량을 보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을 이기기 위한 시합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느슨할 수 없는 것이 사회인야구의 특징이자 묘미입니다. 따라서 연습을 게을리하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사회인야구는 개인운동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거죠.

지난 1년간 야구 시합은 약 30회 정도 나갔습니다. 제가 속한 3부 리그 경기, 같은 팀 1부 리그 경기, 정규리그 외에 특별한 토너먼트 경기 등을 합했을 때 그 정도 되더군요. 한달에 두번꼴로 운동하러 가는 셈입니다.

야구를 시작한 뒤로 몸살을 심하게 앓거나 감기에 걸리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 겨울에는 동계리그까지 뛰었더니 추운줄도 모르고 야구를 즐겼습니다. 이상하게도 한참 추웠던 겨울에 감기나 독감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야구 덕분에 좋아진 체력이 원인이었겠죠.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둘째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이 늘 기다려졌습니다. 아이와 같이 운동장에 나가서 운동하고 야구도 함께 하면서 재밌는 시간들을 많이 보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운동하는 그라운드는 아이들이 뛰어 놀기엔 다소 위험한 부분들이 많지만 야구장 근처나 밖의 공간에서는 뛰고 운동할 정도의 공간이 있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군요.

거의 2주에 한번씩은 야구장에 가게 되니 기분도 좋고, 주말이 늘 기다려진다는 것은 생활의 작은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대신 주말, 특히 일요일 날씨는 주중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야구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야구를 하면 야구 자체보다 함께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니는 것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본인이 얼마든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야구하다보면 시합 끝나고 이겨서, 또는 져서 밥먹고 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의사에 따르기 때문에 걱정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각출 하거나 회비에서 나가는 비용들이라 매번 밥 또는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닙니다.

실력을 갖추기 위해 공간을 빌려 연습도 합니다.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또 다르게 바뀐 것은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사회인야구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프로야구에 관심이 가더군요.

전에는 방송에 프로야구 중계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습관이 바뀌었습니다. 케이블 TV 채널은 경기가 있는 날엔 거의 대부분 중계하기 때문에 야간에 경기가 있는 날엔 집에 일찍 들어갑니다.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것도 야구할 때는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마치 내가 감독이 된것처럼 작전도 지시해 보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관찰하면서 보면 야구가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왜 주심이 투수에게 보크를 선언했는지도 전엔 잘 몰랐지만 이젠 이해가 잘 됩니다. 야구의 흐름을 이해하면 야구중계 시청은 훨씬 재미있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또 좋았던 것은 인간관계였습니다. 야구를 위해 만나긴 했지만,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장점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생들과 형들과 함께 운동을 하게되니 좋더군요.

같이 땀흘리고, 개인기 외에도 협동이 중요한 스포츠다보니 서로를 이해하는데 더 수월합니다. 관심사가 같다보니 늘 만나도 재미있습니다.

사회인야구가 항상 좋은 점만 있다고 말하긴 힘든 부분들도 있습니다. 우선 다른 스포츠와 달리 장비에 대한 욕심이 계속 생긴다는 점입니다. 글러브는 기본이고, 스포츠웨어, 배트, 각종 장갑이나 악세서리에는 계속해서 관심이 갑니다.

총각이 아닌 기혼자라면 아내에게 밝히기 힘든 수준의 비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야구를 즐기는데 장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스포츠에 있어서 자기만족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다들 인정합니다. 야구 용품이나 장비는 자기만족 요소 중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회인야구는 가족의 동의, 특히 기혼자의 경우 아내와 자녀에 대한 배려가 많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평일이 아닌 토요일, 일요일에 경기를 하기 때문이며, 기본적으로 운동 1시간, 경기 2시간(정확하게 1시간 50분)을 하고, 운동장 왕복시간까지 따지면 적어도 주말 하루 4~5시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동안 혼자 야구하러 간다면 가족들이 좋게 봐줄리는 만무하죠. 물론 가족 모두 피크닉 가는 심정으로 야구장 같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부녀자들에게는 그리 재밌어 보이지 않아서 함께 야구장 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해도 벌써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한달째 야구장엘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정이 취소되거나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밀린 시합은 다음에 하겠지만 주말의 즐거움은 잠시 포기해야 하는거죠.

겨우내 동계리그 때에는 거의 매주 경기를 가졌는데, 이제 따뜻해셔저 운동하기 좋은 시절이 왔는데 정작 야구를 못하고 있습니다. 시합이 있는 날은 기분도 참 좋은데 오늘 같은 날은 별로군요.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남기려 노력도 했지만, 사실 그렇게는 잘 못하겠더군요. 오늘은 시합이 취소된 이유로 평소 잘 하지않던 야구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4월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따뜻한 봄볕 아래 동호회 사람들과 재미있는 운동을 할 것 같습니다. 사회인야구 하는 사람들끼리는 다치지 말고 운동하자는 덕담이 가장 최고랍니다. 올해도 다치지 말고 즐기는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1. 거의 대부분 동생들이지만 저보다 몇살씩 많은 형님들도 함께 뛰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배트로 공을 쳐주면 받아내는 수비연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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