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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넘기면서 계속된 Apple의 삼성전자 제소 배심원 평결이 마침내 나왔다. 미국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 산호세 법정에서 나온 배심원 평결은 Apple의 승리였다. 가정주부, 전기기사 등 9명(남성 7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22시간만에 평결을 내놨고, Apple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4월 15일 Apple이 삼성전자를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제소했고, 6월 30일 삼성전자 역시 Apple에 대해 반소를 하면서 시작된 이번 소송은 세계 모바일 플랫폼 강자인 Android와 iOS의 대표 제조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이 몰렸던 송사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Apple에게 10억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Apple이 주장한 UI 및 디자인 특허 등 제품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UI에 대한 특허를 인정한 것이다. 쉽게말해 배심원들은 삼성전자가 Apple의 디자인을 베껴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간주했다.

 

당초 Apple은 작년 4월 소송을 시작하면서 특허 침해에 대한 보상금으로 25억 달러를 요구했으며, 삼성전자는 반소에 나서면서 3억 9,9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요구했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제품 일부에서 Apple의 특허인 bounce-back(사용자가 이미지를 끝으로 스크롤할 때 다시 돌아오는 기능)과 Tap Zoom 기능(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 글자가 커지는 기능)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과 관련된 일반적인 사례를 참고하면 이번 평결로 Apple은 미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Galaxy 시리즈 스마트폰과 타블렛 등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지불 배상금의 3배(Triple Damage, 고의성 여부가 기준)에 해당하는 30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Apple 변호인단은 법정 최후 진술에서, 삼성전자는 2007년 Apple iPhone이 출시되면서 디자인의 위기(Crisis of Design)를 느꼈으며, Apple의 혁신을 베껴 돈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본사는, 라운드 처리를 한 네모에 대한 모든 권리를 독점적으로 한 기업(Apple)에게 준 셈이라며 평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오늘 평결로 선택권의 축소, 혁신의 감소와 가격인상 등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배심원 평결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삼성전자측의 변호인단은 삼성전자는 Apple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Apple이 주장하는 특허는 이미 다른 기업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이번 평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평결의 열쇠는 9명의 배심원단이 쥐고 있었는데, 이들 배심원단은 실리콘벨리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법리적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만으로 외국기업인 삼성전자보다는 법정에서 1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Apple에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도 보여진다.

물론 복잡한 기술의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이 보는 삼성전자 제품의 Apple 제품 모방에 대한 관점이 평결의 주된 결과로 나온 것이기에 이를 부정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심증은 가지만 단순히 자국기업에 대한 감싸기 혹은 손들어 주기만으로 치부하는 것도 어렵다.

 

Apple 변호사들은 삼성전자가 Apple의 기술과 디자인을 고의적으로 도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켰고, 삼성전자는 Apple의 기술들이 이미 다른 기업들에 의해 구현되고 상용화된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기술 혁신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Apple에 대한 이미지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논리가 Apple의 혁신성 이미지를 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가 Apple을 베꼈을 것이라는 정황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Apple과 삼성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8개국에서도 송사를 벌이고 있다.

 

24일 금요일 우리나라 법정에서는 다소 삼성전자가 유리한 판결을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는 Apple이 더 유리한 배심원단 평결을 받았다. 조만간 나올 미국 판결 결과는 정서가 비슷한 유럽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삼성전자가 더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8월 24일 금요일, 같은 날 시차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법정에서는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iPhone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Apple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bounce-back만 인정), 오히려 삼성전자의 무선기술을 Apple이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놨다.

 

이번 평결이 가지는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는 Android와 iOS의 플랫폼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다. Android 진영의 대표적인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경쟁 플랫폼인 iOS의 특허 일부를 침해했다고 평결을 받음으로서 그 여파가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태세다.

 

Apple은 Android 기기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상대하여 의미있는 평결을 받았기 때문에 나머지 Android 제조사들에게도 법정공방을 통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Apple의 승리가 굳어진다면 Apple은 LG전자, Motorola, Sony, HTC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일주일 전 Google의 Motorola는 Apple을 자사 특히 침해 혐의로 ITC에 제소했다. 음성인식 Siri 기능, 위치확인, 이메일 알림, 비디오 플레이어 등 Motorola가 가진 특허 7개를 Apple iPhone, iPod touch, iPad 등이 침해했다며 제소한 것이다.

 

이는 Google이 Apple을 상대로 직접적인 특허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며, 판일 패소할 경우에는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심 판결 후 2심부터는 배심원단이 빠진 법리공방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재판결과가 완전하게 나올 때까지는 아직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미국 소비자 정서는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Apple 제품을 베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새겨야 한다.

 

판매되는 제품 수량은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Apple의 혁신성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신뢰가 높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다. 특허의 핵심은 권리의 인정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특허는 하나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많은 비용과 함께 소모적인 대립만으로 끝나는 것은 기술 발전과 시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Apple의 특허소송전 역시 발전적인 모습인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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