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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넷(Usenet)'은 전세계를 아우르는 막강한 뉴스 네트워크이다.
그냥 '뉴스그룹'이라고도 한다. '유스넷'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유즈넷을 정의하는 문서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유즈넷(Usenet)은 전세계에 걸친 분산환경의 토론 시스템이다.
유즈넷은 각 주제별 계층적으로 분류된 일련의 ``뉴스그룹(newsgroup)''으로 구성된다. 유즈넷 글은 일정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뉴스그룹에 투고(posting)되며, 이들은 각종 네트워크을 통하여 연결된 컴퓨터에 전파된다. 뉴스그룹 중 일부는 투고에 앞서 뉴스그룹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도 있다. 유즈넷 기사의 전파 매체는 아주 다양하나 대부분은 인터넷과 UUCP이다.

유즈넷은 인터넷 웹의 시대가 오기전에 이미 존재하면서(1980년) 메일과 더불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 인터넷 서비스이다.  FTP, Telnet, E-mail 만큼 서비스의 시작이 오래되었다.

유즈넷은 '토론그룹'으로도 불린다. 누군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대답이나 주장들을 전하는 서비스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심지어 포르노그라피도 논의의 대상에 들어갈 정도이다.예전엔 sex.binaries 등의 뉴스그룹은 포르노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전엔 유즈넷을 통해 포르노그라피, 특히 이미지나 간단한 영상 파일을 받는 일이 많았었다. 알권리라는 보편적인 권리앞에 우리의 문화적인 금기사항까지도 유즈넷을 막지는 못했다. 그래서 국내 주요 뉴스그룹 공급자들은 의도적으로 사회적 금기사항에 대한 토론그룹 기사 공급을 막기도 했었다.

블로그의 콘텐츠 배달을 말하는 'feed' 역시 유즈넷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feeding, 즉 배달을 통해 한곳에서 만들어진 뉴스(콘텐츠)가 전세계 뉴스서버들로 전파되는 것을 'feeding'이라고 한다.

네이버의 '지식in' 역시 유즈넷이 거의 원조라 볼 수 있다. 유즈넷은 지식in보다 훨씬 막강하다. 하지만 검색이나 글의 보관(서버의 용량관계로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등의 문제에 있어서 지금에 비교가 안될뿐이지 흔히 말하는 집단지성에 견줄만한 노우하우의 보고였다.(물론 지금도 해외에서는 그러하다.)

그러나 그런 유즈넷이 요즘엔 좀 다른 용도로 많이 애용(?)이 되고 있다.

* 관련기사 :
ZDNet  저작권 소송에 휘말린 유즈넷 '너 P2P지?'

바로 불특정 다수를 위한 불법적인 콘텐츠 배포에 사용되고 있다.


콘텐츠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불법'이라는 딱지가 잘 붙는다.

웹이라는 멋진 정보 전달 서비스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상용 소프트웨어나 유료 콘텐츠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유즈넷이 거의 유일무이했다. 유즈넷에서 받은 자료를 PC 통신 등에 올리곤 했었다. 그때는 유즈넷이 상용자료를 다운로드 받는 단순한 의미에서의 공유 공간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리눅스를 설치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유즈넷에 질문을 하면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때론, 정치적인 이슈로 외국인들과 서로의 주장을 열띠게 하며 토론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젠 영화를 DivX 파일로 만든 것을 배포하거나, 심지어는 DVD 파일을 그대로 올리기도 하며, MP3 파일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고, 어제 방송한 드라마를 올리는 일도 있다.

P2P 서비스는 유즈넷보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즈넷은 불특정다수에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한 불법 콘텐츠 유통 같은 역기능 외에 여러가지 원래 순기능이 더 많기에 쉽게 서비스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유즈넷은 무료로 운영이 된다. 즉, 누구로부터 비용을 지불받아 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서비스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뉴스그룹 서비스사는 주요 통신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등의 인터넷초고속망 제공 사업자(고객 서비스 목적), 대학교 같은 비영리 단체(학술목적)에서 주로 운영이 된다.

국내의 경우는 대형 ISP(KT, Hanaro, Dacom 등)에서는 거의 대부분 유즈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스서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간에는 뉴스 기사를 상호 feeding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ISP 뉴스서버들의 뉴스기사는 공유된다고 보면 된다. 즉, 한곳에서 기사(바이너리 파일을 포함)를 올리면 feeding을 받는 뉴스서버에도 시차가 있지만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마치 카르텔을 연상시키게 한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국내 Big 3(KT,Hararo, Dacom)의 경우 유즈넷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마케팅에 활용한다. 케이블 TV 콘텐츠와 설비를 제공하는 SO(Service Operator)들의 경우 자사의 망에서 타 ISP의 뉴스그룹에 접근이 되지 않는 것을 Big3들은 은근히 소비자들에게 알린다.

심지어 Big3의 영업대리점들은 싼 인터넷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뭘 모르는 소비자들만 그런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단순 텍스트만 볼 수 있는 게시판 같은 유즈넷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또 그런 무기를 통해 경쟁적으로 유즈넷 뉴스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주요 유즈넷 뉴스그룹은 자사의 서비스에 가입하는 IP에 한하여 자신들의 뉴스그룹 접근을 허용한다.

한때 Hitel(지금의 KTH)이 모든 IP에 대해 오픈을 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또 Hitel 아이디가 있어야 한다.) 또한 뉴스 서버의 이름도 news.xxx.net 이런 식이 아닌 binnews.xxx.net(물론 이름은 서로 Aliasing 되어 있다.)으로 만들어 두었다. binnews라는 것은 바이너리 뉴스(즉 바이너리 파일을 주로 다루는 뉴스그룹)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너리로 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겠는가? 영화, 음악, 이미지, 상용 소프트웨어, 게임 등이 대부분 일것이다.


유즈넷을 통해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 받으면 일단 돈이 들지 않고, 유료 P2P서비스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보장되기에, 일반적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2시간짜리 영화를 받을 수 있다. 가수들의 신보는 192kbps로 인코딩되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뉴스그룹 사용자들을 찾아갈 수 있다. 지난주 본 드라마 '궁'도 다시 보기 하지 않고 HD 급으로 받아볼 수 있다.

유즈넷을 통해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본 사람들은 유즈넷이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접속의 기회가 줄거나(동시접속 제한이 있다), 다운로드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처럼만 있어 주기를 바란다. 많이 붐비는 것도 싫고, 원하는 뉴스그룹이 없어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유즈넷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감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즈넷을 알고 사용하는 그 순간, 갈아온 칼을 뽑아들 것이다.

korea.binaries로 시작되는 모든 뉴스 공급이 중단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실제 작년에 한동안 korea.binaries.music.mp3이 폐쇄되어 잠시 사라진 사건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상 서비스 중이다.)

아! 불쌍한 유즈넷! 네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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