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샀던 승용차를 폐차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차는 해외로 수출되었다. 그런데 생각치 못하게 급하게 하는 바람에 폐차 직전 주유를 해놓은 상태여서 잠시 고민 했었다.

새차를 인수한 상태라 이(폐차 할 차량의 연료)를 어쩔까 고민하다가 이미 주유한 연료(휘발유)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을 뒤졌다. 몇 가지 방법과 경험담이 나와있다.

연료구에 호스를 넣어 입으로 빨아 당겨 옮기는 일명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게 제시된 방법, 다음으로 아예 뒷좌석을 뜯어 연료탱크를 개방해서 하는 방법, 연료라인쪽 리턴호스를 활용해서 빼는 방법(시동 필요), 차를 리프트로 들어 연료통 드래그인 코크를 열어 빼는 법,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술을 요하거나,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방법들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연료 주입구로 빼는 것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도 시도해 보았다. 우선은 성공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찾아보니, 약 2미터의 호스와 자바라 펌프를 사용하는 것이 많았다.(사실 많지는 않았다. 폐차 시 쿨하게 포기하는 것이 더 많아 보이긴 했다. 그 까짓 남은 연료 좀 빼려고 하질 않는다는...)

물론, 호스와 자신의 신체(입)으로 해결한 용자들도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원치않게 휘발유(또는 경유)를 입에 머금었거나, 심지어 삼킨 사례도 있어 그 방법만은 피하고자 머리를 굴려봤다.

동네 철물점 아저씨의 조언으로 만든 연료 옮기기 시스템이다. 2천원짜리 플라스틱 자바라 펌프와 호스로 구성되었다. 호스 2미터 2천원이니, 총 4천원짜리 시스템이다. 두 대의 차량 주유구를 최대한 가까이 하는 것도 노하우 중 하나다. 첨에는 자바라 펌프와 호스, 그리고 기름통(일명 말통)을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기름통은 필요없다는 철물점 주인의 주장에... (이마를 탁 쳤다) 그냥 옮기면 되지 뭘 기름통에 옮겼다가 다시 넣냐고. 아저씨... 기름통값 굳었어요!

그러나 연료 옮기기는 그렇게 쉬운 작업만은 아니다. 우선 폐차할 차 주유구에 호스를 넣는 것도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호스의 경도가 어느 정도 있어야 주유탱크 바닥까지 닿을 수 있다. 즉, 적당히 딱딱한 호스여야 한다. 연료주입구에서 연료통까지 구불구불 연결되어 내시경 넣듯 조심해서 넣어야 한다.

일단 호스를 넣을 수 있는데까지 밀어넣어 보는데, 2미터의 호스 중 1미터 가량은 넣어줘야 안심하고 기름을 당길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제대로 빨대를 꽂았다면, 입으로 빨아 당겨보자. 연료 받아 먹을 아이에게 연결한다.

물론 수혈을 받을 차는 이토록 쉽다. 밥 받아먹는 아기처럼 입만 열면된다. 사진의 약간 노란색을 띄고 있는 저 액체가 바로 휘발유다.

호스와 자바라 펌프 연결을 잘 해야 한다.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해야 연료가 새지 않는다. 휘발유의 경우 테이프의 끈적함을 녹여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연료가 샐 수 있으니 주의. 기름 한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 땅에 정제된 휘발유 뿌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체결 상태를 공고히 하고 이제 열심히 뽁뽁이질(?)을 할 차례다. 차에 약 35리터 들어 있었던 연료와 수혈(수유?) 받을 차의 연료탱크 공간을 확인 후 옮겨줘야 중간에 토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넣어줘야 할 탱크의 공간이 더 많이 남아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더운 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손이 아프도록 자바라 머리통을 쥐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이런 걸 말로 표현하자면... 끝까지 나오도록 쥐어짜는 것이다. 거짓말 아니고 20분 이상 펌핑을 했다.

너무나 열심히 하는 바람에 더이상 받아먹지 못하겠다고 새차 주유구에서 연료가 넘쳐 나왔다. 아멘~~~ 호스를 분리하고 양쪽 차의 시동을 켜봤다. 폐차 차량의 연료 게이지는 Empty에서 눈금 한칸 약간 모자라게 남았고, 새차는 Full을 넘어 터지겠다는 듯 바늘이 오른쪽으로 가있다. 흐뭇!

4천원의 재료비와 악력 트레이닝을 통해 약 30분만에 적어도 4만원어치 이상의 연료비를 절약했다. 그리고, 끝나자 마자 폐차장 직원이 차를 인수하러 왔다. 정들었던 차는 폐차비(고철값) 받고 바로 보냈다. 서운할 겨를도 없이...

나중에 알게 된 사실. 폐차장의 또 다른 수입원이 바로 폐차에서 나오는 연료를 모아, 알고 찾아오는 분들께 싸게 팔아 이익을 남긴다는... 물론 내차처럼 수출될 차량은 다르겠지만, 폐차를 할 차들은 어차피 연료를 비워야 하니...

그나저나 아무리 오래된 차라도, 깡통휠 18만원, 알미늄휠 24만원은 너무한거 아닌가? 고철비란다...

폐차 직전의 남은 연료를 빼내려면 참고가 되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킬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기름쟁이 2017.08.27 1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기름이 반정도 남았을때 시도했는데...

    우레탄호스로요...

    호스가 1미터 이상 들어갔는대도 안빨리더군요...ㅡㅡ;;

    어느정도 넣으니까 벽에 부딫히듯 더이상 안들어가네요 호스가...

    그래서 만땅 넣고 다시 해보려고 하는데...

    이 글을 보고 약간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