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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군인과 총

킬크 2006. 8. 13. 14:28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주의를 받는 것은 개인 화기인 '총'을 다루는 것에 대한 사항이다.

총은 군인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되고, 만일 우리나라처럼 총포류의 개인 소유가 자유롭지 못한 나라에서는 총의 일반인에 대한 반출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군대에서는 총을 자기 생명처럼 다루라고 가르친다. 군인이 총을 잃어버리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총 한자루를 분실하게 되면 그 총을 찾아내기 위해 부대 전체가 수색을 벌인다. 찾아낼 때까지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총기 분실 사고 부대의 지휘라인에 있는 여러 사람이 신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군인의 총은 제대할 때까지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그 총을 관리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맡기는 소중한 것이다. 총번은 제대할 때까지 외우게 될 정도로 군인에게 있어서 자기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소중한 것이다.

군인에게 무기가 없다면 군인이 아니다. 아니 똑같은 옷을 입혀놓은 젊은이들의 야외학교 정도밖엔 되지 않는다. 군인에게 총이 주어짐으로써 엄청난 힘과 함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은 군인에게 총을 준다. 그 총은 국민을 지켜달라는 부탁이자, 국민의 아들인 군인 자신을 보호하라는 의미로 주는 것이다.

그런 이유 말고는 군인의 총은 단순히 남을 헤치는 '무기'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강도가 휘두르는 칼이나 조직폭력배들이 휘두르는 각목과 다를바 없다. 자신에게 총을 쥐어준 국민과 동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나쁜 것이며, 총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총은 적을 헤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사용하는 물건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런 이중적인 목적의 총은 이 땅의 건강한 남자들은 평생 살면서 일정 기간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하게 된다.

작년 휴전선 근처 GP에서 일어났던 총기 난사 사건이나 최근 가평에서 일어난 이등병 총기 사고 등을 접할 때마다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총에 대한 군의 교육이 어떠한지에 대한 단적인 결과라고 본다. 총기 사고는 기강 해이에서 오는 사고이다.

총기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에서는 군의 기강 해이를 지적한다. 군은 총을 지닌 무력 조직이다. 이 조직에서는 총이 의미하는 바가 엄청나다. 총을 다루는데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대로 된 총의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군에서 총에 대한 교육 내용은 적을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총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한 교육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해야 한다.

군대에서 총에 대한 교육이 살상위주로만 이루어지다 보니, 폭력과 비성적인 총기 사용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마치, 학생들에게 하는 성교육과 같이, 학생 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된 행동으로서의 성교육만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군대에서 사격훈련을 할 때는 그 어떤 때보다 격렬하고 정신을 바짝차릴 것을 요구한다. 사격훈련을 할 때 부주의와 방심은 바로 동료의 안전과 직결되고, 그것은 총 본연의 역할을 버리는 것이기에 그렇다.

총과 함께 군인에게 실탄이 지급될 때는, 이미 그에게 살상의 권한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군인이 누군가를 살상해야 할 때는 적밖엔 없다. 공식적인 적이 아닌 다음에는 절대 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만 있을 뿐, 군대는 그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군대는 '적'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적이 어떤 것이고, 또 적 외에는 절대 총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이 아주 강하게 필요하다.

내가 군에 있을 때는, 총을 가지고 장난하는 군인을 가장 엄하게 벌했다. 빈 총구를 동료에게 맞추거나, 빈 총 격발, 총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가장 엄하게 다스렸다. 사격장에서 총을 가지고 실수를 할 때는 아예 총을 뺏아버린다. 그리고 정신 번쩍 차릴 정도로 뺨을 얻어맞거나 얼차려를 받았다.

군생활이 힘들고 괴로운 것은 다녀온 나도 잘 아는 바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활을 해야 하고, 인성과 사상이 다른 사람들과 상하관계를 이루며 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안다.

다만 이들에게 총이 주어졌을 때는 모든 낯선 것과 힘든 것과는 차원이 다른 권한이 주어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총은 적을 무찌르기 위한 도구일뿐 그 이하 그 이상의 어떤 뜻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대는 군인에게 총을 줄 때는 반드시 철저한 정신무장도 함께 시켜야 한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말이다. 더군다나 실탄을 같이 지급할 때면, 시간이 더 들더라도 단단한 정신무장을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무장 탈영병이 발생하면 기본적인 명령은 '사살'이다. 무장 탈영자체가 이미 스스로가 '적'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동료를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적을 사살하는 것이다. 탈영을 하더라도 무기를 소지하는 것은 자신이 국민의 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매일 저녁 점호시간 전에 총기 검사를 한다. 자신의 생명을 매일 매일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하루 하루 점검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총은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며, 어떻게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

군에 복무신조가 있듯, 총기사용신조도 생겨야 한다. 그리고 총을 사용하는 내내 사용신조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총기 사용에 대한 것은 세뇌를 시켜도 모자람이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총은 적을 섬멸하는 용도 외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국민의 무기'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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