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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해를 가린다고 해가 보이지 않을까?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Vodafone과 Orange는 자사의 고객들이 VoIP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핸드셋(핸드폰) 기능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동통신사업자와 핸드폰 제조사는 VoIP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 두 사업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나은 통신망과 나은 서비스 그리고 그런 서비스를 빛내줄 멋진 핸드폰의 조합만이 그들을 환상의 궁합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들 사이를 미묘하게 갈라놓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VoIP 기술이다.

VoIP는 저렴한 음성통화를 갈망하는 소비자들 사이를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데이터 서비스 매출을 노리는 이동통신사들은 3G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무선인터넷 사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신들의 음성통화 시장의 경쟁서비스인 VoIP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유선 VoIP시장에 이어 무선 VoIP시장의 위력이 이미 나타나고 때문이다. 데이터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과 고객의 무선 VoIP에 대한 요구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Vodafone과 Orange는 자사의 고객들에게 공급될 노키아 N95에 VoIP 기능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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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kia N Series 중 2006년 9월에 발표된 N95는 HSDPA와 EDGE를 지원하고, 2.6인치 화면에 QVGA를 지원하며, 160MB의 내장 메모리와 miniSD를 지원한다. 여기에 Wi-Fi 802.11 b/g를 지원하고, 블루투스 기능까지 내장하고 있으며, 웹브라우저와 IM를 탑재하고 있다. 거기에 GPS를 내장하고 있고, 500만 화소 카메라까지 장착한 그야말로 최신 기능을 모두 갖춘 핸드폰이다.

N95의 기능을 살펴보면 느끼겠지만, 이는 음성통화보다는 네트워크 기능이 우선인 제품이라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이런 폰의 공급은 Vodafone 같은 이동통신사에겐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Skype나 Truphone 같은 무선인터넷 VoIP를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설정을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가 촉발된 것은 VoIP 서비스 사업자인 Truphone이 YouTube에 올린 영상 때문이다. YouTube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N95에 VoIP 서비스 설치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이 나간 이후로 Vodafone과 Orange는 자사 고객에게 공급되는 N95 모델의 VoIP 기능을 해제시켜서 내보내고 있다.

Nokia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그건 아마도 우리나라로 치면 SKT와 삼성전자 핸드폰과의 관계와 비슷할 것이다.

아직은 Nokia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이동통신사가 Nokia의 제품 기능을 축소하거나 제한하여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를 허용하는 사업자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서 기능을 제공해야 할 입장이다.

무선인터넷이 제공되지 않는 폰이 출하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사뭇 대조적이지만, 무선인터넷 사용을 권장하면서 특정 서비스 중의 하나인 VoIP를 제한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행동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Vodafone과 Orange의 이번 반응은 얼마나 이동통신사들이 고객보다는 이익추구에 골몰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고객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요즘 기업들의 돈버는 방법이다. 그리고 돈을 내도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일이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Nokia N95 하나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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