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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모기향

킬크 2007. 6. 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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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벌써 여름이 왔나보다.
올해는 장마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것 보니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이때 쯤이면 장마 이야기가 나올법도 한데 말이다.

장마를 전후해서 모기가 설치기 시작한다.
요즘 모기는 내성이 생겼는지 웬만한 모기약으로는 잘 사라지지 않는다. 주로 휘발성 가스를 이용한 분무약이 일반적이지만, 향으로 모기를 쫓는 모기향도 모기퇴치에 자주 애용된다.
 
난 모기향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다. 무슨 약에 취한 것도 아닌데, 모기향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마치 옛냄새를 맡는 기분이라고 할까.

낙엽태우는 냄새가 정겨운 것처럼 모기향 타는 냄새 역시 내겐 편안한 안식을 가져다 준다.

이런 냄새엔 어두운 불빛 아래, 수박이라도 깨어 먹으면 그 정취는 절정에 이른다.

어릴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자랐던 나는, 마당에 만들어 둔 상마루에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그땐 모기를 쫓느라 불을 피워 연기를 냈었다. 주로 지푸라기를 태워 하얀 연기를 만들면, 집안과 마당 전체에 냄새와 함께 퍼지면 모기가 여간해서는 달라들지 않았다.

외양간 소에게도 모기는 귀찮은 존재다. 외양간 근처에 모깃불을 피웠다. 외양간에서 피운 연기는 집안과 옆집까지 넘어가서 온통 지푸라기 타는 냄새만 난다.

아침에 일어나도 그 냄새는 남아있다. 옷에는 연기가 베여 있다.

이젠 지푸라기 태우는 것도 잘 볼 수 없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때는 모기향을 피울 때다. 향 냄새는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 다만, 향의 색깔은 바뀌기도 하나보다. 진한 녹색만 있는 줄 알았더니, 지금 피우는 향은 보라색이다.

모기향을 피우는 가운데, 모기가 한마리 그 위로 저공비행을 한다. 모기가 방독면이라도 쓰고 다니는 모양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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