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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본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 일도 아닌데,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가족이 받으면 황급히 끊는다. 특히,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받으면 아무말없이 끊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발신번호가 뜨는 전화기가 나오고, 휴대폰의 경우 발신자 표시는 거의 기본이므로, 어떤 번호에서 걸려오는지 대부분 알 수 있어서 예전처럼 그런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휴대폰으로 전화가 몇번만 울리다가 끊어지는 전화가 자주 온다. 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통이 걸려온다. 상대방 전화번호는 내가 모르는 번호이다.

휴대전화 문화가 사람을 참으로 조급하게 만든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부재중 전화 확인은 병적으로 집착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만큼 휴대전화의 부재중 전화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심적인 안정감을 갖는다. 다음날 제출할 숙제안하고 노는 학생의 심정이랄까?

부재중 전화번호는 평범한 전화다 010으로 시작해서 일반전화번호가 찍힌다. 그러나,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전화들이 오는 것일까?

이런 전화를 처음 접했을때, 받기만 하면 바로 끊기는 전화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었다. 그래서 한두번은 바로 부재중 전화로 찍힌 전화를 걸어보았다. 대부분 자동응답이 받고 있었고, 뭔 번호를 누르라고 지시하는 경우였다.

어떤 전화번호는 걸면 바로 무선인터넷이 뜨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다.

성인폰팅이나 유료 전화번호의 경우 060이나 080으로 시작하는 번호들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들이 나오자, 이제는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사용자들에게 스팸전화를 거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업자들이나 사기꾼들은 유행하는 보이스 피싱에 위에 언급한 스팸전화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전화의 지시대로 번호만 눌러도 2~3천원의 비싼 통화료가 부과되거나, 연결시간동안 고가의 비용이 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두번 울리고 끊어지는 전화는 다시 걸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전화라면 다시 전화가 온다. 괜한 궁금증으로 고생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이 휴대전화가 없이 살 때와 지금 많이 달라졌다. 언제나 누구에게 연락하면 바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런 이유로 여유라는 것이 사라졌다.

그 반대로 내가 그런 상대방의 요청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유없이 휴대폰을 자주 쳐다보거나 부재중 전화에 신경쓴느 모습이 마치 내가 누군가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어떨 땐, 하루에 한통의 전화도 없을 때, 거꾸로 누군가를 찾아 전화번호를 누르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포스팅을 하는 중간에도 또 한 통의 스팸전화가 들어왔다. 딱 두번 울리고 끊긴다. 이 번호를 '스팸7'에 명명하고 거부등록을 했다. 이럴 때 내게 휴대전화는 애물단지다.

'여보세요'라고 했을때 상대방의 목소리가 자동응답일때 그 기분을 아는지 모르겠다. 정말 더러운 기분이 든다. 휴대전화와 연결된 상대가 지금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으로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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