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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장마가 끝나면 한여름으로 들어서게 된다.

어제 토요일은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 기념으로 가까운 바닷가를 찾기로 했다. 이곳 저곳을 생각하다가 결정한 곳은 영종도의 을왕리 해수욕장이었다. 아직 장마기간 중이어서 바닷물에 들어가기엔 다소 이른 감도 있지만 그러나 바다를 방문한다고 꼭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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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영종도를 찾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영종대교를 지나는 방법 뿐... 지나는 길에 올 3월에 개통된 공항철도(AREX) 전철을 보았다. 한번에 봐도 아직 그렇게 이용객이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린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아껴보기 위해 북인천 IC까지 국도를 이용하다가 거기서 3,400원의 비용을 내고 영종도로 들어섰다. 영종대교를 넘어서자 바로 공항입구분기점에서 공항북로로 향했다.

약 20여분만에 도착한 을왕리 해수욕장은 원래 용유도라는 섬의 서쪽에 있다. 바로 연결된 북쪽해변은 왕산 해수욕장이 있다. 그 아래로 용유해변과 마시안해변이 있다. 인천공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영종도와 용유도는 각각 떨어진 섬이었다. 공항이 들어서면서 영종도와 용유도는 연결되어 하나의 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비교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라서 그런지, 이미 바닷가엔 많은 해수욕객들이 있었다. 해변가로는 음식점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고, 곳곳에서 음식점들의 호객행위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호객행위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호객행위로 들어간 음식점치고 마음에 드는 곳이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600면이나 있다는 주차장은 보이지도 않고 대부분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차를 대지 못하게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모두들 식당 주차장이라고 줄을 치거나 주차관리를 하면서 일반 해수욕객이 차량을 대려는 것을 제지했다. 일단 이런 관광지에서 주차로 제지를 당하면서부터 관광지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차량들이 식사를 한다는 조건으로 차를 대고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가족은 점심을 준비해 갔기 때문에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공영주차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둘러보았다. 마침 도로쪽에 주차장을 발견했다. 그러나, 주차 요금은 무려 1시간에 3천원 한다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서울시내 주차장만큼 비싼 요금이다. 해수욕장 주변의 주차를 막으니 이런 곳이 생겨날 수 있는 모양이다. 주차면이 많다면 이런 주차장 영업이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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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해수욕장은 을왕리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싼 주차요금을 받으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가족에게는 마치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지 말라는 것으로 비쳐졌다. 6~7시간만 있어도 주차비만 2만원이 훌쩍 넘는다.  우린 상의 끝에 이곳에서는 머물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한철 장사라고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요금을 내고 토요일 오후를 보낼 수는 없었다. 우린 바로 근처에 있는 왕산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왕산 해수욕장은 을왕리 해수욕장보다는 작지만, 이곳에서는 넓은 공터에 주차비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별도의 해수욕장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대신 파라솔이나 텐트, 차양막 등을 해변에 설치하면 폐기물 수수료 명목으로 5천원을 받았다. 미처 이런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텐트, 차양막 등의 시설을 대여해 주기도 했는데, 그 요금은 비쌌다. 텐트 하나가 1일 대여료가 5만원이었으며, 차양막은 2만원, 파라솔은 1만 5천원을 받았다.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손님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우린 가져간 소형 텐트를 설치하고 폐기물 수수료 5천원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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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 피서철 전이어서 그런지 해수욕장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 약간은 차가운 바닷물과 흐린 날씨 때문에 물가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이곳 저곳에 텐트도 늘어나고, 차량도 많이 늘었다. 아마도 나같이 을왕리 해수욕장에 들렀다가 온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을왕리 해수욕장과 왕산 해수욕장은 바로 지척간에 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비용의 차이로 이곳 왕산 해수욕장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늘 여름 피서철이 되면 해수욕장의 불친절과 바가지를 많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맘때면 늘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닷가 관광지를 찾는다. 특히 이곳 용유도 해변은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의 씁쓸한 경험을 맛보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왕산 해수욕장으로 인해 기분이 좀 풀렸다. 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째 우리나라 피서철 관광지는 손님을 하루살이 대하듯 하는지 모르겠다. 한철 장사로 버는 것보다 꾸준하게 찾도록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당장 어리석은 내 머리속 계산만으로도 그게 훨씬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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