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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변한건지 요즘 음식들이 그런건지 온통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 뿐이다.

국밥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딜가나 국밥하면 뻘건 국물에 매콤하고 얼큰해야 국밥으로 인정을 받는다. 국밥의 이미지가 이미 그렇게 고정되어 있기에 오히려 그렇지 않은 국밥이 이상해 보일 수 있겠다.

대구 앞산순환로변에는 수많은 음식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식당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 특히 순환로와 등산로 입구가 만나는 길목엔 해장국집들이 많이 있다.

대구 앞산에 해장국집하면 아마도 선지국으로 유명한 대덕식당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등산으로 허기진 배를 뜨끈한 선지와 함께 밥 한공기로 달래주면 앞산으로 등산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러나, 대덕식당 바로 옆에 꽤나 괜찮은 한우국밥집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물론 아는 사람들에게는 국밥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겠지만, 대덕식당만 아는 사람은 그 주변에 눈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음식점 바로 근처에는 식당을 열어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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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전면에는 가마솥한우국밥이라고 국밥집임을 알게하는 글자들이 붙어 있다. 원래 국밥이라는 것이 큰솥걸어두고 구수한 냄새 나는 장터에서 먹어야 제 맛이 아니던가. 이 가게의 국밥은 가마솥에 끓인 한우를 넣은 국밥이라는 뜻은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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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메뉴는, 딱 세가지.

한우국밥, 육국수, 석쇠불고기 이렇게 세가지 뿐이다. 물론 음료수와 술은 판매한다. 그 아래 '아침식사 됩니다'는 이른 아침 앞산을 오르 내리는 손님들을 위한 것이다. 앞산을 찾는 손님이 없다면 이 가게나 대덕식당이 살아남았을리 없을터.

그 아래 문구는 마음 푸근하게 한다. '추가 밥,국은 무료입니다'

설령 밥을 추가해주는 곳을 있을지언정, 이 가게의 메인 음식인 국까지 더 준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먹고 싶을만큼 실컷 드세요'라는 말이 아닌가? 자신이 있다는 뜻인지, 맛은 없더라도 많이 드시라는 얘기인지...

하지만, 일단 국밥을 맛본 후에는 '음식에 자신 있다'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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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이다. 우선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모든 그릇은 모두 '놋그릇'이다. 식당에서 놋그릇 사용하는 곳은 아주 드물다. 특히 밥그릇으로 놋그릇을 사용하는 이유는 밥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대신 놋그릇은 자주 닦아야 한다. 놋그릇은 이렇듯 일반 가정에서 쉽게 쓰는 것이 아니라, 제사와 같은 중요한 행사때에만 사용한다. 제사가 끝나고 보관할 때 짚으로 그릇을 닦는 모습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 자주 봤을 것이다.

어쨋든 이 음식점은 그릇에서부터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 음식점에서 귀한 대접받는다는 느낌은 그릇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밑반찬은 잘 익은 깍두기 김치와 마늘 장아찌, 그리고 김부스러기다. 그릇만큼 반찬들도 맛은 일품이다. 가짓수가 적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내놓은 국밥을 보고는 그런 생각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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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그릇에 가득 담긴 한우국밥과 향을 맡으면 시골장터에라도 온 기분이다. 큼지막하게 자른 무우와 파,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한우고기가 배부를만큼 들어 있다.

요즘이 무우와 파가 맛이 있는 계절이어서 국밥맛이 더욱 좋다는 얘기를 한다. 서늘한 바람불때 국밥 한그릇이 더 그리운 것이 계절에 맞는 재료가 있어서가 아닐까.

온천골의 한우국밥은 자극적이지 않다. 국물도 뻘건 그런 국물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끓인 국과 같았다. 대신 향은 가마솥에서 끓일 때만 나는 그런 진한 국물의 향이 났다.

국물은 매콤하긴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아서 밥맛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 국물 뒷맛이 맵다. 밥공기를 조금씩 국그릇에 말아서 먹다보면 어느새 밥공기는 비어있다.

이 집 주인은 참 부지런하다. 이곳 저곳 손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알아본 다음 바로 바로 가져다 준다. 으례 음식점에서는 뭐가 부족하니 좀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하기 마련인데, 주인이 알아서 가져다 준다. 물론 종업원에게 달라고 해도 아무말 없이 잘 갖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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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국밥은 국물까지 다 마셔야 먹은 것 같다. 남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그 사이에 같이 간 3명은 밥 한공기를 더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물론 추가 밥값은 받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은 푸근하다.

옆테이블에는 국을 더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자, 한사람분의 국그릇에 가득 국을 담아서 국자와 함께 준다. 물론, 무료다. 어떤 테이블은 돈까스처럼 생긴 석쇠불고기를 주문한다. 특이하게 생겼다. 잠시후 맥주 몇 병이 같이 나간다. 술안주인가 보다.

정말 오랫만에 국밥다운 국밥을 먹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주인의 친절함까지, 역시 음식점은 음식맛과 서비스가 잘 조합되면 좋은 음식점, 맛있었던 음식점으로 기억에 남는다.

계산대엔 놋그릇에 누룽지를 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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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누룽지를 사서 놔둘리는 없고, 주방에서 밥을 만들면서 생긴 누룽지가 확실하다. 그래서 그런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누룽지조차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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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옆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약 20대 정도의 차를 주차할 수 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였는데도 주차장은 가득차 있었다.

이 음식점은 대덕식당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금방 찾을 수 있다. 대덕식당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딘지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 '뜨뜻한'국물이 생각날 때, 온천골 한우국밥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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