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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서구 원대동 (신)팔달시장에는 일명 닭냉면이라고 불리는 냉면집이 하나 유명하다. 방문해보면 가게 앞에 상호도 없고, 덜렁 현수막만 하나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양 냉면 전문점'

연일 더운날씨 탓인지 점심시간엔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고 있었다. 4인 테이블이 9개, 홀보다 더 커보이는 주방을 가지고 있으며, 식당 자체는 가건물에 위치해있다.

주방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가 몇개 서 있고 한쪽에는 면발을 뽑는 종업원의 손길이 바쁘다. 연신 주문한 냉면을 홀에 있는 테이블로 옮기는 아주머니의 손길 역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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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넘칠 정도의 수준의 육수와 한 사람의 장정이 먹고도 남을 분량의 냉면을 넣어준다. 계란과 깨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고, 양념장(다데기)가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인다. 오이가 간간히 섞여 있다. 시원함을 더하기 위해 얼음 덩어리도 하나씩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이 가게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닭고기로 만든 육수와 닭고기를 두점씩 넣어준다는 점이다. 언뜻 냉면과 닭고기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묘한 어울림이 신기하다.

원래 평양냉면은 꿩으로 육수를 낸다. 꿩이 귀하다 보니 닭으로 육수를 만드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그래서 꿩대신 닭인가? 이 가게엔 육수와 더불어 아예 닭고기를 면과 함께 같이 준다는 점이 특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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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양은 한눈에 봐도 푸짐하다. 아주머니가 남자 몇개, 여자 몇개 하는 걸로 봐서는 남녀에 따라 다른 양의 냉면이 나가는 듯 하다. 대구에는 음식량으로 남녀차별(?)하는 곳이 몇군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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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있는 공지사항이다. 양을 워낙 많이 주다보니, 가끔 손님들이 사람수만큼 주문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한그릇에 여성 두 명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어서 그런지, 이런 문구가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들어오면 1인 1그릇은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값도 한그릇에 4천원이니(2011년 5천원으로 인상) 가격대비 양은 만족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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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처럼 저런 닭고기가 두점씩 한그릇마다 들어가 있다. 저 정도 양이라면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치킨 두조각만큼의 양이다. 면은 면대로 양이 많고, 시원함을 맛 보라고 철철 넘치도록 육수를 가득 부어준다.

닭고기가 들어가서인지 약간의 기름이 떠 있다. 얼음과 함께 들어가 있어서 기름띠는 눈에 잘 들어온다. 또 약간의 닭고기 비린맛도 난다. 물과 냉면과 닭고기가 하나의 그릇에 섞였으니, 삶은 닭이 물에 떠 있다고 생각하면 약간 비린맛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감한 사람은 이런 냉면을 싫어할 것이다. 비린맛에 대해 비호감이라면 이 가게 냉면은 비추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비린맛을 느끼지 않거나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내게는 약간 비린맛이 느껴졌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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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으로 무절임이 나오는 것은 여느 냉면집이나 다를바 없다. 어느새 한그릇 뚝딱 비웠다. 터질 것 같은 배때문에 아쉽지만 육수는 반을 남겼다.

큼지막한 얼음이 마치 빙산처럼 남아 있어서 꽤나 많은 양의 육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그릇 먹고나면 한동안 배고픔은 충분히 잊을 수 있을만한 양이다. 이곳이 재래시장 바닥이다보니 상인들을 상대해서 양으로 승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어림짐작뿐이다.

냉면발의 평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평범한 것 같다. 하지만, 냉면맛의 절반은 육수 아니던가. 약간의 비린맛을 감내한다면 시원한 맛으로 한사발 들이키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또한 냉면과 같이 나오는 닭고기를 씹는 맛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이 정도면 호불호(好不好)가 확연하게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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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처음 찾는 사람은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만평사거리에서 3공단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신팔달시장 공영주차장(풍국면 맞은편)이 있다. 주차장 뒷문쪽으로 나오면 재건상회와 청매상회 사이길로 들어가서 첫번째 우측길로 들어서면 바로 보인다.

잘 못찾겠다면 시장 상인 누구에게라도 닭냉면하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가르쳐 줄 것이다.

차를 가지고 간다면 팔달시장 공영주차장은 관리인이 없어서, 오로지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 들고가면 입차자체가 불가능하다. 요금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기다리다가 냉면한그릇 먹고와도 1천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겨울에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닭고기가 든 특이한 냉면, 팔달시장 닭냉면.

받아온 명함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30년전통 팔달시장 평양냉면집
박선녀 (011-9579-0895, 011-510-0895)

저희 냉면집이 재개발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2009년~2010년 사이에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팔달시장 근처로 이전할 예정이오니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1년 11월 1일 3공단 방면으로 약 200미터 정도 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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