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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난리다. 매미 한마리가 한시간째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 가도 꿈쩍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것 아니냐는 소릴 한다.

여름에 흔하디 흔한 매미지만 이렇게 19층 고층까지 날아와 방충망에 달라붙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집을 염탐하듯 방충망에 딱 들러붙어서 꼼짝을 않는다.


방충망을 살짝 열어 디카를 허공에 대고 자신의 정면(머리 위)에서 찍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아마도 죽은 척을 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방충망이 움직여도 꼼짝않는 것은 상당히 배짱이 두둑하다는 증거다.

녀석 덕분에 잠시 매미를 가까이서 감상했다. 손으로 잡지않아도 그 모양새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이만한 교육적 효과도 없다. 아이들은 이제 별로 재미없다는 눈치다.


접사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도 꿈쩍않는다. 정말 죽은 것일까? 죽어서 힘이 없어지면 떨어질텐데... 매미 이쪽 저쪽을 살펴본다. 정말 꼼짝않는다. 사람이 가까이서 자기를 쳐다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매미도 갈등하고 있을지 모른다. 계속 죽은척 할까? 날아가 버릴까? 잡히기라도 하면 끝장인데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청 겁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도 꼼짝않고 버티길래 장난삼아 방충망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갑자기 매미 특유의 '매~~앵' 하는 소리를 내며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녀석, 죽은척 하고 있었던 거다.

한시간여 동안 우리집을 관찰하다가 날아가 버린 매미. 어쩌면 방충망에 갇혀 사는 우리 식구들을 구경하러 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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