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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성서는 눈만 돌리면 저 멀리 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앞산(대덕산)과 비슬산 자락도 보이고, 북쪽으로는 와룡산도 보입니다. 남쪽 자락으로는 다사쪽으로 얕은 산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이곳 대구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이미 지난 주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은 지금도 거리와 야산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고 가을을 지피고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우리 가족은 집근처 계명대학교 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이곳 대구와 경산 인근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 중에서 이곳 성서 신당동 캠퍼스는 가을에 꼭 들러볼만한 명소입니다.


캠퍼스가 아름답기로는 소문난 학교여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는 곳입니다. 2008년말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덕분에 신당동 캠퍼스는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2년전 이맘 때에도 이곳 성서 캠퍼스 예찬론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2008/11/02 - 아름다운 가을풍경이 있는 곳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원래 캠퍼스가 있는 남구 대명동 계명대학교는 해방을 거쳐 전쟁이 끝난 후 선교사들이 세운 학원이어서 건물들은 당시의 시간에  맞춰서 멈춰져 있습니다. 사실 중구 동산동 일대의 동산병원이나 대명동 캠퍼스는 건물 자체로도 보존 가치가 충분한 문화재에 가깝습니다.


성서에 터를 잡은 새로운 신당동 캠퍼스는 가을에 특히 가볼만한 곳입니다. 넓기도 한 부지에 언덕이 있고, 곳곳엔 단풍과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어 노란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이곡동 방향에서 계명대를 찾으면 동문으로 진입을 하게 됩니다. 들어가면 측면 방향의 본관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건물은 언덕의 아담스홀과 함께 학교의 랜드마크입니다.


가을 계명대학교 캠퍼스 나들이는 본관 뒤로 북쪽 언덕으로 이어진 아담스홀로 가는 길을 권장합니다. 인도와 차도의 폭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되어 있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어 푸른색이 가득한 풍경이 인상적인 길입니다.

왼쪽으로는 숲과 함께 계명한학촌이 자리잡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만한 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아담스홀에 올라 성서지역을 조망하고 나서 한학촌에 들러보면 좋습니다.


아담스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마치 중세시대 왕이 자신의 백성들이 사는 민가를 굽어 내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다만 낮은 단층 건물이 아니라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라는 점이 유감스럽긴 하겠지만요.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도 하지만 저 멀리 대덕산과 대구의 랜드마크인 우방타워도 보이고, 남쪽 방향으로는 성서지역의 빽빽한 공단도 보입니다.

집앞을 나서면 도로와 빌딩, 차와 사람들만 보이는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대학 캠퍼스의 언덕에 위치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잠시 아름다워 보이기도 합니다.


벤치 뒤로 보이는 낮은 풍경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찾아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터전을 우리 머리 위에서 본다는 것은 마음을 열어주기엔 충분한 계기가 되어 줍니다.

사실 이런 저런 핑계로 집에서 차로 움직이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곳을 자주 찾지 않았던 이유는 그 놈의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늘 '마음만 먹으면'이라고 하는, 그 마음을 먹지 않았던 이유는 다름아닌 게으름이었죠.

오늘은 핑계거리가 확실했습니다. 지난 주,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DSLR 카메라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DSLR 카메라 장만하면 주말에 나가고 싶어 미친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얼마나 원하는대로 사진이 잘 나올지 확인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라나요?


좋은 카메라만 있다고 사진 잘 찍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장비가 좋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조금 더 줄어든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첫 DSLR로 보급기 보다는 약간 더 좋은 기기를 구입했기에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초보 주제에 캐논 60D부터 시작한다면 누군가는 낭비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사용하면 오랫동안 놓지않는 버릇 때문에 예산을 조금 더 높게 잡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색상이 화려한 가을 단풍과 공원처럼 잘 만들어진 캠퍼스는 쉽게 진사들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오늘도 가족단위, 연인들이 DSLR 카메라로 가을을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장 고급 카메라의 장점을 느끼기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연속촬영이 가능한 점은 초보 DSLR 유저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낙엽을 모아 던지는 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을 정취를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카메라 구입 자랑으로 끝을 맺게 되는군요. 어쨋거나 오늘 산책은 DSLR 카메라 덕분이니 빼놓고 이야기 하기엔 그랬습니다.

늘 딱딱한 IT나 공장 얘기나 하다가 일상 이야기 쓰려니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사실 원래 블로그 운영 취지에는 생활의 기록도 큰 부분이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었답니다.

카메라도 샀으니 여행도 좀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고민거리가 생기네요. 초보 주제에 렌즈 욕심이 발동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번들렌즈로 익힌 다음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해서 번들로 시작했습니다만, 표준 단렌즈 하나 정도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라는 우리 아이들 인물 사진 예쁘게 찍어야 카메라 잘 샀다는 소리 들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DSLR 구입 일주일도 안되서 50mm F1.8 렌즈 유혹을 심하게 받고 있는 초보 유저의 가을 캠퍼스 산책기였습니다.

* 계명대학교 주말 주차 요금제가 없어졌더군요. 시간관계없이 1천원 받던 제도가 2009년 9월부터 폐지되어 일반 요금제로 바뀌었습니다. 방문하실 분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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