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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에서 3D하면 생각나는 기업은 어디일까? 삼성전자보다는 LG전자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3D 구현과 소비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우위를 논하기 전에 과연 3D 영상이 모든 가전에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1일 WIS를 다녀왔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마치 3D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온통 3D였다. TV는 3D가 아니면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으며, LG전자는 부스 중간에 대형 3D 스크린을 배치했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편광방식의 안경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놨다.


대형 스크린에서 비쳐지는 게임은 3D 영상이었고, 그 앞에는 흰색 편광 안경을 낀 많은 방문자들이 3D로 게임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 역시 잠시 3D 영상을 관람했다.

무료 제공되는 편광 안경을 통해 상대적으로 비싼 셔터 안경(셔터 글래스 방식) 방식을 택한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로 느껴졌다. LG전자 부스 바로 옆에는 삼성전자 부스가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3D TV를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LG전자만큼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옵티머스 3D


LG전자는 TV뿐만 아니라 노트북,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3D 제품을 내놨다. 특히 안경없이 3D 효과를 내는 신제품인 옵티머스 3D 스마트폰도 전시하고 있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수식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안경 3D LCD를 채용한 제품이었다. 현재 출시되는 고급 사양의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3D 디스플레이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3D UI와 실제 3D 게임이 들어있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3D 효과를 내기 때문에 처음 보면 신기했지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안경을 쓰고 보는 3D TV 역시 드라마 한 편을 보기 힘든데, 작은 화면에 안경없이 3D를 보면서 과연 일반 소비자들은 얼마나 즐겁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되었다.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해봤다. 분명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도 3D 효과가 느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효과가 변하긴 했지만 방향을 바꾸면 입체 효과가 나는 스티커보다는 3D 효과는 분명 뛰어났다.

제품을 만든 기획자나 개발자가 양산 전의 샘플 제품으로 30분 이상 3D 게임을 해봤는지 궁금하다. 개발용으로 몇 분간 단순히 3D 영상을 본 것 말고 실제 소비자의 입장에서 3D 콘텐츠를 얼마나 사용해 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지럽지 않은가? 아니라면 3D에 대한 개인차로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옵티머스 3D에는 3D 영상 촬영을 위해 렌즈가 두 개 장착되어 있다. 5백만 화소의 카메라가 양쪽으로 촬영하여 시각차를 발생시킨다. 부스 한쪽에는 3D 영상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세트도 마련해놨다. F1 경기장의 입체적인 모습을 촬영하여 3D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2010/06/16 - 안경없이 즐기는 3D 포터블 게임기 Nintendo 3DS 발표

문득 '과연 3D 스마트폰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3D 스마트폰 출시 보도와 함께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작년 6월에 공개되었던 Nintendo 3DS였다. 안경없이 3D 영상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품이다.

Nintendo는 포터블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3D를 선택했다. 스마트폰에 밀리고 있는 포터블 게임기 시장에 파괴력 있는 기술이 필요했고, Nintendo는 DS 제품에 3D를 입혔다.

세대 교체가 임박한 Wii를 대신하여 Nintendo 3DS를 전면에 내세우며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출시 후 약 36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예상보다 낮은 것이었다. 신제품이라는 프리미엄과 3D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예전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Nintendo 3DS의 경우 3D의 깊이 조정이 가능하고 2D 게임을 기본적으로 동작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3D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많았고, 작년 12월 Nintendo는 3D 영상이 어린이들의 시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었다. 예방차원의 경고라고 하지만 실제 3D 영상을 오랫동안 보면 눈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Nintendo 3DS를 직접 사용해볼 기회가 없었지만, 옵티머스 3D 스마트폰을 잠시 사용해 보니 그러한 우려를 실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자체는 다른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3D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조금만 봐도 피로감을 느낀다.

LG전자의 전체적인 기술 전략에 있어서 3D가 중심에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옵티머스 3D 같은 스마트폰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LG전자는 3D에 많은 부분 투자를 하고 있고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여름부터 LG전자의 3D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편광 글라스가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편광 안경만 있으면 간편하게 3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초기와 달리 지금은 3D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이긴 하지만, 장시간 3D 콘텐츠를 즐기기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3D 게임은 30분 이상 즐기기 힘들었다. 게임을 중단하고 안경을 벗으면 어지러움이 바로 느껴졌다. 분명 3D 영상 처리로 인한 눈의 피로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그냥 평범한 노트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 LG전자의 행보는 계속해서 아쉽다. TV 등 영상가전에서 3D 기술의 접목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기술은 발전하게 되어 있고 단점을 계속 보완한다면 어지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편안한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재의 기술 상황으로 대형 모니터까지는 3D 적용에 대해 걱정이 앞서지는 않는다. 다만 노트북이나 타블렛,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더 작은 화면에서 편광 방식이든, 무안경 방식이든 3D를 구현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수를 둔 것이라 생각된다.

'집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의 요구 보다는 기술의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면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스마트폰 3D 디스플레이 제품을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LG전자가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3D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 특히 스마트폰 분야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는 모습은 아쉽고 걱정되는 부분이다. 아직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6월에 출시된다고 하니 성적을 꼭 살펴볼 생각이다.

* 집착 (執着) :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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