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야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재편 가속화, 아바고의 브로드컴 인수

킬크 2015. 5. 30. 12:02

5월 27일 반도체 시장의 빅딜 하나가 발표되었다. 싱가폴에서 창업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 Avago Technologies(아바고 테크놀로지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Broadcom(브로드컴)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무려 370억 달러로 현금 170억 달러, 주식으로 200억 달러를 투입한다.

 

합병기업의 가치는 770억 달러, 연간매출은 1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년 기준으로 Avago는 49억 달러, Broadcom은 8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규모로는 Broadcom이 훨씬 큰 편이다. 합병기업은 Intel과 삼성전자, Qualcomm에 이어 세계 반도체 4위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통합기업명은 Broadcom으로 결정됐으며, 회장겸 CEO는 Avago 창업자이며 CEO인 Hock Tan이 맡을 것이라고 한다. Broadcom의 창업자이며 CTO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Henry Samueli는 통합 기업의 이사 및 CTO로,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Henry T. Nicholas는 전략고문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Nicholas는 이미 2003년 사업일선에서 물러났었다.

 

Avago Technologies는 1961년 HP의 반도체 사업부로 출범했고, 1999년 Agilent Technologies로 피인수, 2005년 KKR, Silver Lake Partners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여 오늘의 Avago Technologies로 변신한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주요 제품군은 광통신, LED, LSI와 모션 컨트롤 인코더와 광학센서, RF와 마이크로웨이브 분야의 칩을 만들고 있다. 기업용 스토리지 시스템의 핵심칩과 PCIe 스위칭과 브리지칩도 제조하고 있다. 광송신기와 광커플러 제품은 시장에서 유명한데, Avago는 광학 반도체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작년 9월 Avago는 2013년 인수한 LSI의 SSD 컨트롤러 비즈니스를 Seagate에 매각했으며, 가속 솔루션 Axxia Networking 비즈니스를 Intel에 매각했다.  

 

Broadcom은 미국을 대표하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 1991년 UCLA 출신들이 설립했으며, 캘리포니아 Irvine(얼바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그래픽 등의 SoC(System on Chip) 칩 전문 제조사로 유무선의 네트워크 기기에 핵심 부품을 설계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BCM시리즈의 VideoCore 프로세서는 ARM기반의 독자 AP(Application Processor)로 유명하다. BCM2835는 Rasberry Pi의 AP로도 사용되고 있다. Wi-Fi와 Bluetooth 칩은 Apple의 iPhone과 iPod touch, 삼성전자의 Galaxy S4, S5, Nexus 5 등에 사용되었다.

 

이번 Avago의 Broadcom 인수는 어떻게 봐야할까?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숙에 따른 사업재편과 덩치키우기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의 NXP 반도체가 미국의 Freescale을 118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반도체 시장 1위 Intel도 PLD(Programmable Logic Device)분야 전문 기업인 Altera 인수가 임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전문분야에서 각자의 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뎠고, IoT와 M2M, 스마트카, 로봇 등 Connected Device 시장의 개화 조짐으로 기술의 집적(Integration)이 필요한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산업군별로 나눠져 있던 반도체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포화되고 있으며, 통신과 네트워크 기반의 제품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어서 덩치를 키워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면서 기존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Broadcom과 Intel 등의 시장 리더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와 사업 확장을 도모하는 가운데 2위 Qualcomm의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몰리고 있다. Qualcomm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황을 맞고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중국 기업들의 외면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점점 개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이고는 있으나, 경쟁사들의 몸집 불리기와 사업 다각화는 Qualcomm에게 그리 반가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Avago의 Broadcom의 인수합병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재편을 가속화시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업계 2위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다. 스마트폰 시장의 활황에 자사의 반도체 사업도 함께 성장했으나, 지금은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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