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야기

체중계 이상의 그 무엇, 샤오미 체중계 Mi Scale

킬크 2015. 7. 18. 17:28

주변에서 샤오미(Xiaomi) 제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샤오미를 처음 알게된 것은 스마트폰이었고, 대표인 레이쥔이 스티브잡스를 따라 한다는 정도였다. Apple 짝퉁이라는 이야기도 들렸고, 빠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야기도 자주 들렸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였지 실제 이 회사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경험은 없었다. 그런데, 평소 관심사였던 헬스케어, 특히 활동량 측정기(Activity Tracker) 제품이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Fitbit이나 Jawbone, Misfit Shine이 그나마 제대로 만들었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작년 1월엔 Misfit Shine을 구매했었다. 거의 2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만보계를 샀지만 스마트폰에서 걸음수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회해 본 적은 없다.

 

 

2014/01/26 - 디자인과 기능 모두 만족스러운 활동 측정기, 미스핏 샤인 (Misfit Shine)

 

Mi Band

 

그런데 샤오미가 내놓은 Mi Band라는 제품은 15달러(한화 약 17,000원)이며, 내구성도 디자인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국내 수입되어도 3만원 초반으로 판매되어, 10만원이 훌쩍 넘는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소위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그 이후 샤오미의 제품 출시에 대해 관심 가지고 봤다. 그런데 어느날 스마트 체중계 Mi Scale을 출시했다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선 호평 일색이었다. 놀랍게도 가격은 99위안(약 15달러)으로 Mi Band 가격과 같았다. 스마트폰용 앱은 Mi Fit으로 Mi Band와 같이 사용하여 걸음수 측정, 수면량 측정, 체중 측정이 가능하다. 트래커와 체중계를 피트니스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국내로도 배송이 되지만, 인기를 예감한 국내 유통 업체들은 대량 구매를 통해 국내 전파인증을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현지 판매가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3만 4천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검색해보면 오픈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굳이 해외배송을 하지 않아도 3만원대에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질렀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샤오미도 Apple처럼 나름 포장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고객에게 샤오미만의 UX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 제품들의 포장 디자인은 대부분 동일한 느낌을 전달한다.

 

제품은 사진에서처럼 깔끔하게 포장되어 왔다. 국내 업체를 통한 구입이어서 전파인증딱지도 포함되어 왔다. 전파인증 증명과 함께 1년간 무상보증을 약속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체중계는 블루투스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국내에서는 전파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크기는 가로 세로 정방형으로 300mm x 300mm x 28.2mm(두께), 무게는 1.9kg이다. 들어보면 약간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최대 150kg까지 측정 가능하기에 그 정도의 무게를 견딜 내구성이 필요한 수준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측정 최소값은 50g이라고 하지만, 50g이 넘는 DSLR카메라를 얹어도 무게가 표시되지 않았다. 측정 오차는 50kg까지는 0.1kg, 50kg에서 100kg까지는 0.2kg이라고 한다.

 

체중계 상단은 울트라 화이트 글래스로 강화유리로 되어 있고, 바닥 몸체는 무광의 친환경 ABS 재질로 되어 있다. 설명서엔 납성분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다. 이제 중국 제품이라고 환경을 무시하는 제품일 것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할 것 같다. 

 

모서리는 라운드처리가 되어 부드럽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흰색으로 디자인 되었으며, 중간에 'mi'라는 글자로 상하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숫자가 표시되는 LED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에는 빛을 자동 감지하는 센서창이 있는데, 센서를 통해 LED의 밝기를 조절하는 것 같다.

 

본체를 들어내면 남은 박스에는 AA사이즈 배터리 4개와 간단한 설명서가 들어있다. 이게 전부다.

 

 

제품은 마치 Apple 제품 개봉 때처럼 흠집을 방지하기 위한 비닐로 보호되어 있다. 아무렇게나 감싼 것이 아니라 고급 제품처럼 알맞게 포장되어 있다. 제품 바닥면엔 제조정보와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QR코드를 읽으면 App Store나 Play Store로 바로 이동한다.

 

체중을 측정하는 비결은 모서리 받침대에 있다.받침대에 가해지는 중량을 계산하여 체중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네개의 모서리에서 각각 받는 압력을 계산하여 체중을 산출하게 되는데,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방진과 방습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욕실에서 나오면서 체중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습한 환경을 고려한듯 하다.

 

 

전면 LED를 통한 체중 표시나 상태 표시를 위해, 또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통신을 위해 전원이 필요하다. 동봉된 4개의 AA사이즈 배터리는 이런 목적으로 사용된다. 후면의 배터리 수납부를 열어 장착하면 바로 동작하게 된다.

 

사실 이 제품을 사서 당황했던 것은 배터리 장착 때였다. 케이스를 열려고 해봐도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엔 드라이버로 힘을 주는 일까지 벌어졌으나 열리지 않았다. 회사측 소개 자료를 찾아보니 먼지 유입이 안되도록 정밀하게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분리가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떻게 열긴 했지만, 잠금 고리를 잘 봐두어야 한다. 잠금 고리 부분이 배터리 수납부 뚜껑이 아니라 본체에 연결되어 있다. 이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좀 더 쉽게 배터리 장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샤오미측 설명에 따르면 배터리는 최대 1년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자주 측정하게 되면 배터리 수명은 더 짧아질 것이다. 한번 넣어두면 잊고 지낼만큼 무난한 배터리 수명을 자랑한다고 보면 된다.

 

 

배터리 장착과 함께 해야할 일이 있다. 수납부 상담에 토글 스위치가 있는데, 무게를 표시하는 단위 설정이다. 제일 왼쪽이 '파운드', 중간이 '근', 오른쪽이 'kg' 단위를 뜻한다. 동양과 서양에서 사용하는 주요 측정단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설정하지 않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내 몸이 '몇 근'인지 표시된다. 잠시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배터리를 장착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화면이다. 밝기를 자동감지하여 LED조명으로 글자를 표시한다. 설명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부에 161개의 LED 조명셀이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체중계에 이상없이 LED가 켜진다면 이제부터 몸무게를 바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스마트폰용 mi fit 앱 설치를 하는 것이 좋다. 앱은 iOS, Android 모두 지원하는데, App Store에서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 없으나 Android 앱은 국내 Google Play에서는 체중계 기능이 나타나지 않고 Mi Band만 나타난다.

 

이때는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서 http://app.mi.com/detail/68548 에 연결하여 다운로드 후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샤오미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기반으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측정된 체중 측정 정보와 관련 건강 정보는 샤오미 서버로 전송된다는 점이다. 원치 않으면 그냥 체중계로만 써도 문제는 없다. 전화번호로 할 경우 확인을 위해 SMS 인증까지 거쳐야 한다. 샤오미는 내 전화번호까지도 가져간다. 곰곰히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3만원 짜리 체중계를 제대로 쓰기 위해 내 정보는 샤오미에 줘야 한다.

 

 

페어링은 간단하다. 블루투스로 연결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페어링 후 제일 첫번째 나타다는 화면은 체중계 펌웨어 업데이트일 것이다. iOS의 경우 건강앱(Health App) 연동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보일 것이다.

 

그 다음 만나는 화면은 사용자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다. 남/녀, 나이(년/월), 키를 입력하고 체중을 측정하면 자신의 BMI(Body Mass Index)도 표시된다. 이는 샤오미가 임의 계산한 값으로 비만도를 표시하기 위해 값을 보여주는 것이다.

 

 

체중계에 올라선 뒤 앱을 실행시키면 저장된 체중 측정 히스토리가 바로 업로드 되면서 기록된다. 히스토리는 오른쪽 화면처럼 그래프로 나타나서 체중 감량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오른쪽 그래프처럼 계속 나타나면 좋겠지만 아직은...

 

Mi Scale은 가정용이다. 그리고 '가족용'이다. 최대 16명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즉, 하나의 계정으로 16명의 가족 체중을 관리할 수 있다.

 

 

Mi Fit 데이터는 iOS의 건강앱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유되지 않고 있다. 앱의 문제인지, 아니면 iOS 차원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해결 방법을 알게 되면 다시 이 부분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3만원대의 가격에 생각보다 깔끔한 디자인과 스마트폰 연동이 가능한 체중계라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집안 어디에 놔두어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과 상판 강화유리는 칭찬받을만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퇴근해서 스마트폰 앱 켜서 바로 올라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차곡차곡 내 몸무게를 기록해 나가는 방법이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줄지 않는 몸무게를 보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도 솟을 것이다. 단지 현재 몸무게 정보 하나만 보여주는데 말이다.

 

스마트 체중계가 다른 체중계와 다른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바로 '관리'에 대한 가치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적정체중 이상의 과체중을 염려하고 있는데, Mi Scale은 체중 측정과 더불어 운동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스럽게 Mi Band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저렇게 만들어서 이윤이 남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결코 저런 정도의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체중계 뒤에 숨은 의도가 더 값어치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에게 Mi Scale은 체중계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덤) 내가 샤오미라면... (마음대로 상상한 가설)

 

샤오미 체중계 Mi Scale을 사용하면서 느낀점은, 바로 샤오미의 야망이다.

 

샤오미는 15달러 짜리 체중계를 판매하지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함께 가져간다. 앱 설치 과정에서 봤듯이 '남/녀, 나이, 키'에 대한 내 정보와 필요하면 내 가족의 개인정보도 샤오미 계정으로 보낸다. 나는 한국에 있는 어떤 남자로 나이가 얼마이고, 키가 얼마이며, 몸무게(측정) 정보도 가져가게 된다.

 

만일 내가 Mi Band까지 함께 사용하게 된다면, 내가 하루에 얼마나 활동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활동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더 필요하다면 어떤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지 알아낼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저렴하고 예쁜 체중계이지만, 샤오미 Mi Fit을 통해 관리되고 이 데이터는 샤오미 서버로 동기화된다. 샤오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나를 분석할 능력이 생긴다. 당장 BMI를 바탕으로 비만 진단을 내린 샤오미는 내게 운동과 관련된 기기나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모두를 등록시키면 내 가족의 구성원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가족이 몇 명이며, 나이별로, 성별로 구분이 가능하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내 가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타깃의 성향과 정보를 안다는 것은 대단한 정보를 확보한 것이다. 샤오미는 스마트 체중계 하나로 내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나이, 키, 몸무게, 가족 정보까지 가져갔다는 것은 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져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내가 샤오미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밴드, 체중계 뿐만 아니라, 보조 배터리, 이어폰, 스마트 전등, 액션캠, 공기청정기, 심지어 TV와 정수기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샤오미 계정이 필요하고, 체중계 하나로 내 신체 정보와 가족 정보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렇게 모아진 정보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상상만 하면 된다. 샤오미는 다른 회사들이 그렇게 알고 싶어하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체중계 하나로 절반은 거저 가져간 것이다.

 

무섭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