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야기

카카오택시 블랙 체험기, 서비스와 댓가의 무게 사이에서 갈등하다

킬크 2015. 12. 27. 19:54

연말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맘 때 쯤 누구나 귀가 걱정을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늦은 시간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량수송 교통수단은 막차가 떠나면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 걱정부터 된다.

 

대부분 택시를 생각하지만 연말 택시 잡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대체 그 많던 택시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정도로 택시 잡기란 쉽지 않다. 호출택시를 불러도 승차거리를 판단하고 호출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는 호출비(콜비)가 없는 카카오택시를 지난 3월 3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서비스를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데, 호출비를 받지 않기에 소비자와 콜택시 기사의 반응이 좋았다. TRS망이 아닌 휴대폰의 무선인터넷과 앱을 통해 호출하고 제반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기존 콜택시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카카오측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2주만에 전국 6만 3천여대의 콜택시 중 4만여대의 택시가 등록한 것을 들어, 기사들의 수요도 폭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약 9개월의 서비를 거치며 카카오택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네비게이션 서비스인 김기사와의 연동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우리에게 앱을 통한 호출 택시는 낯설지 않다. Uber를 알고 있는 이에게 카카오택시는 좀 더 다른 한국형 Uber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기존의 콜택시산업 범위에서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Uber와 다른 길을 걸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 7개월만인 11월 고급 호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했다. 서비스 콘셉트는 Uber Black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국내 사정에 맞도록 고급 리무진이 아닌 별도의 택시 운송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합법화했다.

 

우선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이 사업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배기량 2,800cc 이상의 대형 차량에 요금 미터기, 결제 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부착물 등을 설치하지 않고, 호출 및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를 허가했기 때문에 카카오택시 블랙이 가능하게 되었다.

 

카카오는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하이엔과 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준비해 왔었다. 3자는 100대의 고급택시를 준비하여 시범 운영에 들어갔는데, 모두 독일 벤츠를 선택했다.

 

 

[카카오택시 블랙 체험기]

 

나는 지난 12월 16일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택시 블랙 2만원 쿠폰을 등록하여 서비스를 실제 경험해 보았다.

 

 

할인권(쿠폰)의 등록유효기간은 12월 31일이며, 등록 후 15일 이내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만일 사진과 같은 할인권이 있다면 이달 말일 등록 조선으로 최대 1월 15일까지 사용은 가능하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존 카카오택시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그리고 결제는 모두 카카오페이로 진행되므로 신용카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카카오페이 등록 절차 자체는 간단하다. 유효한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되고, 실제 카드 사용이 가능한지만 확인이 되면 등록 절차는 끝난다.

 

 

호출은 카카오택시와 동일하다.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를 지정하면 된다. 호출 전에 예상 도착시간과 운임(요금)이 표시된다. 요금은 변동적이지만, 실제 이용해 보니 처음 제시한 금액 안에서 결정되었다.

 

기본 요금 8천원, 호출취소 수수료도 8천원이다. 서울택시 기본요금 3천원(2Km)에 비하면 두배가 훌쩍 넘는다. 거기에 호출을 취소하면 바로 8천원의 위약금이 물려진다. 호출 위약금은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게 만들지만, 택시입장에서 고객의 노쇼(No Show)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고급서비스이다라는 점은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호출을 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카오택시 블랙 차량에 전송된다. 서울시내 영업이고 100대 정도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웬만한 곳에서는 큰 불편없이 호출에 응하는 블랙 택시가 호출에 응할 것이다.

 

호출하자마자 금방 호출에 응한 택시기사의 사진과 이름, 차량번호가 나타났다. 차량이 벤츠라는 것도 표시된다. 기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메뉴도 위치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전화걸기와 마찬가지로 내 번호는 기사에게 가상으로 표시된다. 기본은 안심택시 서비스가 제공되는 셈이다.

 

현재 호출한 택시의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호출한 위치에 서 있으면 어떤 차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제공된다. 참고로 블랙 택시는 검정과 흰색 벤츠가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이 모두 검정색은 아니다.

 

호출에서 도착시간은 대략 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앱에서 표시된 시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서울시 교통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실제 호출을 하고나서 검정색 벤츠가 내 앞에 서니 뭔가 모를 생경함이 느껴졌다.

 

차는 말 그대로 검은색 벤츠다. 택시라는 어떠한 표시도 없다. 기사는 깔끔한정장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영업용임을 표시하는 노란색 번호판만이 이 차량이 호출용 택시임을 알 수 있도록 해놨다.

 

 

원래는 승객을 태우려고 차량이 서면 기사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는 '도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생각치도 않았지만, 처음 탄 카카오택시 블랙은 도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비로소 기사로부터 도어 서비스가 제공되면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승차지점이 버스 승강장 근처고 차량이 많이 다녀 일종의 컨시어지 서비스인 도어 서비스를 불가피하게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쿨하게 이해한다고 했다.

 

 

차가 출발하면서 하나 더 물었다. '안전벨트는 매야 하나요?' 다시 한번 기사가 멋적게 웃으며, '아차 그 말씀도 안드렸네요. 매야 합니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익숙치 않은 것이라 생각하여 이해했다. 얼마전 법률개정으로 인해 시내 주행시라도 전좌석 안전벨트는 필수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일반택시와 같이 승차정원이 손님 4명이다. 통상 1~2명이 사용하기에 앞좌석은 앞으로 당겨져 뒷좌석 공간을 넓혀놨다. 벤츠같은 대형 차량은 실내도 넓은 편인데, 조수석까지 당겨놔서 혼자 탈 경우 아주 넓은 공간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생수와 스마트폰 충전 서비스가 무료 제공된다. 안드로이드, 아이폰 충전 모두 가능하다. 운전대 옆에는 기사용 카카오택시앱이 동작되고 있다. 미터기가 없다. 요금미터기는 카카오택시앱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요금미터기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무척 빠르게 올라가는 것 같다. 만일 쿠폰이 아닌 내 돈을 내고 그대로 간다면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 않는 수준이다. 타고 2분 정도 지났을 때 금액이다. 내 손안의 미터기는 고장난 것처럼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기사용 전용앱 화면

 

주행은 모범택시처럼 편안하게 이뤄졌다. 사납금을 맞춰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월급제이기에 여유가 느껴졌다. 다만, 손님 입장에서 일반택시와 같은 빠르고 저렴한 요금을 기대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앱에서 표시한 예상소요시간보다 약 10여분 늦었다. 중간에 도로 보수공사가 있었던 구간의 영향을 받았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늦어진 것 같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기사는 앱에서 승객의 하차처리를 진행했다. 바로 요금이 부과되었고, 위와 같은 요금이 결제되었다. 2만원 할인권을 사용하여 6,600원은 카카오페이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제되었다. 역시 도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익숙치 않은 나는 살짝 손사래를 하며 직접 내렸다. 기사도 운전석에서 내려 인사를 했다. 이렇게 카카오택시 블랙 첫시승은 끝났다.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 고객은 누구인가?]

 

이동하면서 기사에게도 물었지만 카카오택시는 어떤 경우에 타는 것이 좋을 것인가가 궁금했다. 아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손님이 많지 않다고 한다. 단지 그것만의 문제일까?

 

가장 큰 것은 요금일 것이다. 호기심에 앱에서 현재 출발지에서 목적지를 눌러본 이라면 예상 요금을 보고 일단 마음을 접었을 가능성이 크다. 11Km를 움직이는데 26,600원의 요금이 나왔다. 일반택시였다면 대략 절반의 요금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기사의 말처럼 야간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타야 하는 택시라면 시스템상으로 승차거부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카카오택시 블랙은 두 배 가까운 요금을 들이더라도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고객이라면 더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택시를 잡기 위해 허비한 시간과  불안감 등을 생각한다면 심야시간대의 블랙 서비스는 나름 경쟁력을 갖췄다고 봐도 될 것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주간과 야간 교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야간운전시 기사의 피로감도 크지는 않을 것이다.

 

주간시간대의 서비스는 귀한 손님이나 노약자를 특정 지역에서 픽업하여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가 그나마 장점을 가질 것 같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요금의 걱정없이 원하는 장소로 쉽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요금지불 주체 역시 그러한 서비스 자체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나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가진 후 귀가 때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개인 비서를 통해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이용할 정도로 실용적인 서비스는 아니겠지만, 모임후의 좋은 분위기를 귀가로 연결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의 핵심은 고급택시 서비스다. 즉, 일종의 운송 컨시어지 서비스로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고객을 모시는 것이다. 항공편의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또는 일등석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이 지불하는 가치 이상을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야만 최소한의 사업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도어서비스, 생수제공, 스마트폰 충전, 넓고 쾌적한 좌석이 고객이 일반택시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게 느낄 수 있게 만들까?

 

택시기사의 신뢰와 요금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현재 위치 등을 가족 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안심서비스가 조금 더 만족스러울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컨시어지의 핵심은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충분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지불하는 댓가가 아깝지 않아야 그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것이다.

 

심야와 같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서비스라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심야 서비스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주간시간에는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요금은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엔 부담스럽다. 눈높이를 조금 더 낮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심야시간대는 현재의 요금제에 불만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대는 주머니를 열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다.

 

카카오택시는 현재의 요금제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요금은 내리는 것은 쉬워도 올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위험하다. 앞으로 3개월에서 6개월 내에 주간 고객에 대한 수요가 예상 이상으로 늘지 않는다면 분명 요금손질이 있을 것이다.

 

주간시간대의 실수요가 고급 벤츠와 기사를 불러 어딘가로 이동하는 과시형 소비자나, 어쩌다 자가용이 고장난 귀부인이나 시간과 품격이 중요한 비즈니스맨을 잡지 못한다면 분명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