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 서비스 품질은 곧 넷플릭스 서비스 품질
Netflix가 한국에 상륙한지 벌써 4개월이 되었다. 그 사이 소비자와 미디어의 버징은 한국 마케팅에 많은 도움을 줬다. 기존 국내 미디어 서비스와는 다른 사용자 경험, 특히 결제와 관련된 쉬운 해지와 쉬운 가입 등은 찬사를 받았다. 물론 그 바탕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있었음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
Netflix는 OTT 서비스로 ISP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Netflix 같은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어서 좀 더 안정적이고 빠른 회선을 찾는 고객이 있지만, 이 서비스가 차지하는 대역폭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Netflix는 ARPU를 올리는 대세 OTT 서비스지만, 네트워크 부하를 심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역으로 Netflix는 자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ISP에 대한 평가를 공개한다. 이른바 'Netflix ISP Speed Index (넷플릭스 ISP 속도 지수)'를 매월 공개한다. 별도의 사이트를 통해 해당 국가의 ISP 속도 측정값을 공개하는데, 아직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참고 : https://ispspeedindex.netflix.com/
전세계 Netflix ISP Speed Index 측정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그리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곳으로 표시된 지도를 제공한다. 지표 측정이 가능한 곳은 아메리카 대륙(북미, 중남미)와 서유럽, 아시아의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며, 올해 190개국으로 확대된 다른 나라들은 아직 측정 불가 지역이다.
지도의 회색으로 표시된 나라들은 서비스 불가 지역인데, 중국,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4국 뿐이다. 사실상 중국만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Netflix는 전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 TV 네트워크라 해도 될 정도로 이제 전지구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이제 190개국 8,100만명의 고객과 하루 1억 2,500만 시청시간을 제공한다.
Netflix 서비스는 인터넷 회선 품질 의존적이다. 즉, 최종 소비자인 각 가정에 제공되는 인터넷 회선의 품질에 따라 전송 콘텐츠 서비스의 품질도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넷 회선사업자(ISP)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망중립성 이슈로 Netflix 서비스만 차별할 수 없기에, 반대로 Netflix는 ISP의 서비스 품질을 공개함으로써 ISP를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Netflix ISP Speed Index다.
Netflix ISP Speed Index는 황금시간대에 해당 ISP의 Netflix 성능을 측정한 것으로 ISP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서비스, 데이터 성능을 측정한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의 속도가 빠르면 화질이 좋아지고, 시간 시간이 단축되며, 끊김도 적어지는 장점이 있다.
미국 서비스 3월 공개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 ISP 회선속도를 공개하고 있는데, 역시 상위권은 광(Fiber) 인터넷과 케이블 인터넷이 상위권이고, 전화선을 이용하는 DSL은 하위권이다. Verizon의 FiOS가 3.69Mbps로 1위이며, 그 뒤로 Bright House, Cox, Cablevision, Charter, Comcast 등 케이블 서비스들이 뒤를 이어 랭크되었다. 10위인 AT&T U-verse 까지는 거의 차이없이 3Mbps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해당 속도는 인터넷과 TV를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저녁시간대의 측정치라는 점이다. ISP들의 절대적인 속도가 아니라 가장 사용량이 많을 시간대의 ISP 회선속도를 측정한 값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캐나다의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인 Sandvine의 2015년 12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미지역 저녁 황금시간대의 인터넷 트래픽 70%는 스트리밍 비디오 및 오디오 서비스이며, Netflix가 37.1%, YouTube가 17.9%, Amazon Video가 3.1%로 주요 비디오 Top3 서비스가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실제 이 시간대는 웹접속이나 토렌트 접속보다 높은 트래픽을 가져가는 것이 Netflix와 YouTube다.
즉, Netflix가 황금시간대의 인터넷 서비스 트래픽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회선 서비스 품질은 결국 Netflix 서비스 품질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Netflix 소비자는 ISP를 선택하는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ISP 입장에서는 황금시간대에 Netflix가 원활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인정을 받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Netflix는 2015년 12월 'Per-Title' 인코딩 기술을 도입하여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재인코딩하였다. 현재까지 약 80%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개별 타이틀(콘텐츠)의 복잡성을 기반으로 전송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인 이 방법으로 더 낮은 트래픽으로 서비스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2
이런 인코딩 기술을 바탕으로, House of Cards 시즌4 에피소드 1의 720p(HD급) 최소 전송률은 종전 2350Kbps에서 910Kbps로 낮아졌으며, 1080p(Full HD급) 최소 전송률은 4300Kbps에서 1620Kbps로 약 3배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효율화되었다고 한다. 즉 Full HD급 영상을 보려면 최저 1.6Mbps만 되어도 끊김없이 깨끗하게 시청 가능하다는 뜻이다.
Netflix가 Index를 추적하고 있는 국가 중 최저인 코스타리카는 3월 월평균 속도가 1.87Mbps였다고 하니, 여기서도 재인코딩된 콘텐츠로 Full HD급 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다.
모바일 서비스 품질 설정 기능 도입
2016년 5월 6일 Netflix는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Netflix 앱에 데이터량에 따른 전송품질 설정 기능을 포함시켰다. 이름하여 '모바일 데이터 이용 설정'이다.
메뉴의 앱설정으로 들어가면 휴대폰 데이터 이용량 설정이 생겼다. 기본은 자동 설정으로 되어 있지만, 수동 설정에 따라 저화질, 중간 화질, 고화질, 무제한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이용자의 데이터 요금제에 따라 과도한 요금발생 여지를 줄여줄 수 있다는 취지다.
기본설정 시 1GB당 3시간 분량의 콘텐츠 스트리밍이 이루어진다. 이는 대략 600Kbps 수준이다. Netflix가 생각하는 최적의 전송속도라고 본 것인데, 이는 모든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닌 평균적인 것이다. 일부에게는 과할 수 있고, 일부에게는 모자랄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번 업데이트로 저화질, 중간 화질, 고화질로 구분이 가능해졌다. 물론 데이터 제한을 받지 않는 무제한 옵션이 있지만, 하루 1시간 이상 모바일 데이터로 시청할 경우 실제 무제한이 아닌 국내 무제한 요금제도 주의해야 한다. 이 옵션의 설정으로 좀 더 데이터를 아끼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저화질 옵션이 생겼다는데 의의가 있다.
Netflix는 이제 스스로가 이야기 하듯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TV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었다. 아직 생방송(Live) 서비스가 없는 On Demand 서비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머지않은 시점에 서비스 보급률을 무기로 생방송 서비스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본다.
국내 IPTV 서비스는 자체 회선 제공이 가능한 통신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Netflix는 이들 회선 사업자(ISP)가 제공하는 서비스 위에 사용하는 OTT 사업자다. 망중립성에 대한 서비스 사업자 보호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콘텐츠 전송품질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다른 방향에서 보면 Netflix를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차별화 요소이기도 하다. Netflix가 우수한 마케팅과 강력한 파트너십 기반의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사업자 이전에, 전송분야에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테크기업(Tech Company)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Netflix가 전세계 인터넷 TV 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저변에 깔린 핵심 경쟁력이 바로 끊임없는 개발에 바탕한 스트리밍 전송기술에 있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