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Tistory로 블로그 운영한지 10년

킬크 2016. 6. 15. 21:40

문득 궁금했다.


내가 언제부터 Tistory를 사용했는지 말이다. 열심히 뒤졌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내가 이 블로그 공지사항에 메모를 해두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됐다. 2006년 2월 14일 개인 서버에 리눅스 설치하고 태터툴즈를 통해 블로그를 시작했고, 다시 그해 4월에 호스팅 서버로 옮겼다가 7월 10일 당시 Daum의 Tistory로 옮겼다.


이제 Tistory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했던 것이 만 10년이 다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 블로그를 운영했을 때, 그리고 지금의 Tistory로 옮겼을 때 과연 이 취미는 언제 그만두게 될 것인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10년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이 블로그는 글이 올라오는 기간이 길어졌다. 현재 근무하는 기업에 입사하면서 서서히 줄기 시작했고, 이제는 한달에 하나도 쓰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글을 써도 댓글이나 트랙백도 거의 없다. 리퍼러는 꾸준히 잡혀서 하루에 1,000개 이상의 방문은 기록하고 있으나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못하다.


그 사이 긴 호흡의 글들은 외부 리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올리는 것 외에는 잘 쓰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글을 쓰면 최소 2시간 이상 잡아먹는 글쓰기 스타일은, 여러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다보니 실수하지 않으려고 글을 쓰면서도 여러가지 조사를 함께 하게 되니 자연스레 글쓰는 시간은 늘어났다.


10년이다. 초기에 마치 혼자 배설하듯 쓴 글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짓기도 했고, 내가 저 때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할 정도로 의구심을 가진 글들도 꽤 많았다. 기록의 공간으로, 가족의 역사를 쓰는 곳이며, 친구들과 소통하는, 때로는 주목받고 싶었던 글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이제는 나름 블로그 쓰는 스타일도 정해졌고, 어떠한 스스로의 원칙하에서 쓰고 있다. 물론 쓰는 빈도는 낮아졌지만, 글쓰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많이 훈련된 탓일 것이다.


사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이 블로그의 역할은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당시 열심히 교류하던 분들 중 나와 같은 바닥에서 일하는 분들도 꽤 많다. 글이라는 매개로 미디어와 접촉하게 되었고, 기업과 만나게 되었다. 현재 직장에 인연을 닿은 것도 인적인 것 외에 나의 글쓰기가 상당히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득 잊어버린 과거를 다시 깨우는 기분이다. 블로그가 있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고, 또한 어떤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글의 힘도 알게 되었고, 글솜씨도 늘었다. 많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나를 변화시켰다.


여전히 검색봇에 의해 색인된 내 글들의 키워드는 포털의 검색을 통해 다시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으며, 몇몇 글들은 계속해서 링크되고 있다. 남들에게 내 기억과 기록, 지식을 제공하는 글저장 플랫폼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브랜드까지 만들어준 블로그다.


문득 10년 이라는 시간과 이 서비스를 부담없이 사용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지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가 언제까지 이러한 배려를 할 것인지 살짝 걱정도 앞선다. 내가 운영하는 이 블로그는 과연 영리를 추구하는 이 기업에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과 어떠한 경영적 판단으로 이 서비스도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래 그 언젠가 일어날 일이 걱정된다. 갑자기 말이다.


아마도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내 십여년 이상의 역사를 XML이라는 포맷으로 저장하게 될 것이다. cusee.net이라는 도메인의 기록도 함께 말이다.


감사하다. 이렇게 무료로 운영해 준 것만으로도 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줬고, 나 스스로를 키우는데 활용했기 때문에 감사하다. 그만한 댓가를 설령 이 기업이 가져갔다고 해도 말이다.


요즘은 글 안 쓰세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잊혀졌던 나를 잠시 깨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내 이야기가, 내 경험이, 내 지식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과연 그렇다면... 난 예전처럼 신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는 블로그보다 페이스북에 쓰는 글이 더 편하게 느껴지고, 더 반응이 뜨거운데 말이다. 내 생각은 휘발되는 것일까? 내 글은 휘발되는 것일까?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휘발되는 것 같다. 그러나 블로그는 여전하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여기다 쓰는 것이다.


그 많던 블로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네이버로? 페이스북으로?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찾지 않아도, 내 기록으로서, 역사로서, 저장고로서 블로그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만의 글쓰기 목적을 부담없이 가능하게 해주는 Tistory는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카카오는 Tistory를 계속해서 지금처럼 서비스해 주면 좋겠다.


앞으로도 조금씩 기록들을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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