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맛집

[교토] 교토의 가장 오래된 선종사찰 동복사(도후쿠지)

킬크 2018. 12. 24. 17:11

동복사(東福寺,도후쿠지)는 일본 최대의 선종사찰로, 임제종 도후쿠지파의 총본산이기도 하다. 교토의 남동쪽에 위치하였으며 가마쿠라시대인 1236년 구조 미치에에 의해 건립되었다. 그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5세기에 재건되었다. 가마쿠라시대의 전형적인 선종사찰의 건축과 배치로도 유명하다.

7당 가람 체제를 가진 동복사는 삼문, 법당, 방장(주지스님 방), 고리(종무소), 선당, 동사(화장실), 욕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삼문(三門)은 일본 사찰 삼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찰이 지어지고 세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425년에 재건된 삼문이다. 지은원의 삼문이 가장 큰 삼문이라면 동복사의 삼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삼문이다. 일본 선종 사찰의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삼문이 모두 교토에 있다.

홈페이지 : http://www.tofukuji.jp/korea/index.html

동복사 경내도(출처:동복사 홈페이지)

'넓은 터는 동대사와 맞먹고, 성대함은 흥복사와 같으리라'라는 상량식 발원문으로 왜 동복(東福)이라는 절 이름이 나왔는지 설명되어 있다. 나라의 동대사(東大寺,도다이지)와 흥복사(興福寺,고후쿠지)에서 각각 한글자씩 따온 것이다.

동복사가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삼문도 있고, 웅대한 선종 사찰의 표본같은 건축에도 있지만, 아름다운 단풍도 손에 꼽힌다. 카이산도 계곡을 세 개의 다리로 연결한 곳의 단풍풍경은 단연 교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교토역에서 나라선 JR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인 도후쿠지역 또는 그 다음역인 도바카이도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요금은 140엔으로, 교토역에서 가깝고 또 후시미이나리신사와도 가깝다. (도바카이도역 다음역이 후시미이나리역)

단풍사이로 통천교가 보인다

도후쿠지역에서 걸어서 접근하면 사찰의 북쪽에서 진입하는 것이다. 이미 경내로 들어가는 곳부터 단풍들이 가득하다. 12월 3일이었지만 단풍은 이미 져버린 것들과 절정인 것들이 어울려 있었다.

북쪽에서 진입하면 사찰의 북쪽 입구인 월하문(月下門)을 지나 나무다리인 와운교(臥雲橋)에서 산쪽인 동쪽을 바라보면 단풍사이로 통천교(通天橋,쓰덴교)가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과 단풍나무, 통천교를 배경으로 풍광을 담는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리에 멈춰서 버린다. 가모강으로 흐르는 센교쿠간(洗玉澗,선옥간)천 위로 난 이 다리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와운교를 지나 담벼락을 따라 본당이 있는 왼쪽으로 꺾으면 오른쪽에 제일 먼저 만나는 건물은 선당이다. 선당을 지나면 그 유명한 스님들의 화장실 동사(東司,도스) 그리고 왼쪽으로는 동복사의 정문인 삼문이 보인다.

지은원 삼문도 그랬고, 7월 교토여행 때 인화사의 삼문도 그랬지만 장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동복사의 삼문 앞으로는 사원지(思遠池)라는 연못도 있어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열린 삼문 사이로 정면의 본당 건물과 석등이 보인다. 오른쪽 앞쪽으로는 욕실이 있으나 큰 나무뒤에 자세히 찾아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작은 건물이다. 삼문의 왼쪽은 스님들의 화장실인 동사가 위치해 있다.

삼문 양쪽으로는 2층 불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시설이 되어 있다. 이곳 삼문 역시 2층에 석가여래와 16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선종사찰의 삼문들에는 모두 불당이 있다.

욕실 부근으로 산쪽으로는 작은 신사가 하나 있다. 도리이를 지나 돌계단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오사대명신(五社大明神)이라는 현판을 가진 작은 신사를 만나게 된다. 이나리신을 비롯한 5신을 모시는 신사다.

종루가 신사 바로 옆에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종루가 법당 앞이나 바로 근처에 있는 것과 달리 동복사의 종루는 법당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종루인지도 모를뻔했다.

신사를 오르는 왼쪽에는 범상치않은 석탑이 서 있는데, '동복사 십삼중석탑'이다. 134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조금은 외진 곳에서 사찰의 중요 문화재를 보는 것 같다.

본당도 삼문 못지 않게 거대하다. 2층의 팔작지붕양식으로 우아함과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앞 삼문으로는 대로처럼 큰 길이 나있으며, 큰 향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그러나 1881년 대화재로 본당, 방장, 고리가 불타버려서 지금의 본당은 1934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 전에는 15미터의 거대한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고 하는데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석가입상이 모셔져 있다.

천정의 여의주를 쥔 용그림이 특이한데, 본존불과 본당안 사진촬영을 해도 막지 않는 이유가 그 시절의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일본 사찰들은 불당 내부를 촬영하는 것을 대부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불상을 향해 카메라 촛점을 맞추는 것을 싫어한다.

본당 바로 왼쪽에는 선당(禪堂)이라는 스님들의 참선 수행 공간이 있다. 지붕만 봐도 다른 건물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토 선당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삼문의 왼쪽이자 선당의 남쪽으로는 동사(東司,도스)라는 건물이 있는데, 바로 스님들의 화장실이다. 선종사찰의 7당 가람 중 욕실과 함께 기본적인 사찰 건물이다. 동복사 동사는 유명하다. 크기와 오래됨으로 일본의 중요문화유산으로 정면 7칸, 측면 4칸으로 거대하다.

간판의 설명은 일본어, 영어 외에 한글로도 되어 있는데...

'도스'란 화장실 건물로, 속칭 백간변소(하쿠셋친)라고 하며, 아이들은 '100인 변소'라고도 한다. 선당 옆에는 반드시 '도스'가 자리해 있다. 선종 총림의 화장실로는 일본 최고 최대로, 현존하는 유일한 유구이다. 당시의 배설물은 귀중한 퇴비 비료로서 교토야채에는 필수적인 존재였으며, 맛있는 야채로 교토의 조정과 무가, 서민들의 부엌을 윤택하게 해주었다. 총림에 있어서도 커다란 현금 수입원이 되었었다고 전해진다. - 중요문화재지정 1903. 6. 31

나무로 된 정면벽 창살사이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화장실을 이렇게 진지하고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동그란 구덩이가 큰 일을 보는 곳이며, 뒤쪽이 소변을 보는 곳이다. 동사 내부의 한쪽에는 물을 끓이는 가마솥이 있었고, 볼 일을 보는데 필요한 것들이 있다. 화장실이지만, 냄새는 나지 않는다.

선종에서 욕실과 화장실을 중요한 행위의 수행 공간으로 만들어놨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옛날 화장실이 무슨 중요문화재냐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 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스님들의 화장실 동사는 의미있는 문화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장 정원 핫소(八相) 정원

동복사는 삼문도 유명하고, 동사도 유명하지만 또 유명한 것이 바로 방장 정원인 핫소정원이다. 방장 정원은 다른 사찰에서도 봤지만, 방장 사방으로 만든 것은 동복사 방장 정원 뿐이다.

방장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890년에 재건되었으며, 정원은 이후 조경예술사 시게모리 미레이가 1939년에 완성한 것이다. 전통과 현대예술의 추상적 구성을 접목시킨 것으로 선종정원의 백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팔상(八相)은 '팔상성도'라고 하는 석가모니의 생애에 일어난 여덟 가지 중요한 사건에서 연유한 것이다. '봉래, 방장, 영주, 곤량, 팔해, 오산, 정전시송, 북두칠성'을 의미한다.

남쪽 정원(南庭)은 봉래, 방장, 영주, 곤량으로 불리는 사선도(四仙島)를 거석으로 표현하고, 소용돌이 모양의 모래 무늬로 팔해(八海)를 나타내었다. 서쪽에는 오산에 해당하는 동산을 만들었다. (출처:소개자료)

가장 인공적인 느낌의 작품으로 천국의 섬을 상징하는 4개의 암석 복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오산

서쪽 정원(西庭)은 다듬은 철쭉과 모래로 시송모양을 크게 도안화했다. 정(井)자로 등분했던 고대 중국의 전제인 '정전(井田)'에 연유하여 '정전시송'으로 불린다. (출처:소개자료)

좀 더 쉽게 말하면 남정의 선종 양식의 엄숙함에 비해 서정은 중국의 땅 분할 방식인 '세이덴'을 모방하여 바둑무늬 패턴으로 정돈된 이끼와 진달래 관목이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풍너머 긴 회랑과 통천교가 보인다.

북쪽 정원(北庭)은 원래 앞문에 사용되었던 표석과 이끼로 시송 모양을 만들었다. 가을에는 배경에 있는 센교쿠간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색체감 넘치는 공간이 된다. (출처:소개자료)

잎 떨어진 앙상한 나무와 붉은 잎을 자랑하는 단풍나무가 잘 어울린다. 나무아래 반석같은 바위 위에 앉아 사색을 즐긴다면 얼마나 멋질까?

동쪽 정원(東庭)은 다른 건물의 남는 기둥과 주춧돌을 이용하여 원기둥의 돌로 북두칠성을 구성한 것으로 북두의 정원으로 불린다. (출처:소개자료)

7개의 원기둥 석조는 북두칠성을 뜻하는데, 다른 사원의 주춧돌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통천교(通天橋,쓰덴교)를 만나게 된다. 북쪽 입구에서 들어설 때 단풍나무로 둘러쌓인 신비스런 회랑 중간이 바로 통천교였다.

통천교를 지나면 핫소정원 투어는 끝난다.

돌아나와서 다시 경내를 거닐다가 방장건물 뒤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봤다. 혹시 여기는 뭔가 싶어서 가봤다.

국보 용음암(龍吟庵,료긴안) 특별공개라는 입간판을 보고 따라 들어갔으나, 어제(12월 2일 일요일)까지였다는 것을 같이 따라 들어간 한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아깝다. 이곳도 멋진 정원을 가진 곳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용음암으로 가는 길에 또 다른 다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언월교(偃月橋,엔게츠교)다. 달이 쓰러진다라는 뜻인데, 참 이름도 잘 만들어 붙인다. 하늘로 통하는 다리라는 통천교, 구름이 눞는다는 와운교, 이처럼 동복사는 하나의 계곡을 두고 멋진 이름을 가진 다리가 세개나 있다.

세개의 다리 중에 가장 안쪽에 있고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아마도 사진을 찍으려면 이곳이 가장 멋진 곳이 아닐까?

동복사를 다 둘러본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동복사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다른 사찰보다 일찍 들러보기를 권한다. 동복사 밖으로도 탑두사원이라 불리는 말사들이 많아서 일대는 마치 사찰 타운 같은 느낌을 받는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날씨였지만 다음 일정을 빠르게 소화하려고 버스를 타러 나섰다. 오늘도 원데이패스... 다음 목적지는 삼십삼간당!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