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담배냄새 유입을 막는 환풍기 댐퍼 DIY (feat. 스멜스탑)
2016년 이전에 지어진 대부분 아파트의 배기설비는 공용 덕트를 통해 여러 가구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주로 화장실과 주방에 기본적으로 환풍 배기설비가 되어 있는데, 이런 배기설비 구조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장 큰 이웃 간 분쟁이 바로 악취와 담배냄새 문제다.
특히 담배냄새는 아파트 내 실내 흡연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화장실에서 몰래 피우는 담배냄새의 층간 확산이 이웃 간 분쟁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실내 흡연이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았던 8,90년대 아파트와 달리 지금은 흡연이 일반화되었고, 특히 실내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공동주택의 기본이 되었다. 베란다에서조차 담배 피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2015년 3월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아파트)의 공용 덕트를 이용한 배기설비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 냄새, 악취, 담배냄새의 이웃세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단위세대별로 개별 덕트를 통해 실외로 환풍하도록 개정안을 내고, 아파트 설계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 지어지는 아파트는 개별 덕트를 통한 환기 체제로 바뀌게 되어 세대 간 냄새 확산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실내에서 냄새 문제를 호소하는 장소는 주방과 화장실이며, 주방은 주로 음식물 냄새가 다수를 차지하는데, 삼겹살, 생선 굽는 냄새, 때로는 청국장이나 향이 강한 음식 조리 때 주방 후드를 통해 먼지와 냄새가 밖으로 배출된다. 이런 냄새는 위 그림에서처럼 공동 덕트를 통해 옥상의 환풍구를 통해 배출된다.
사실 음식냄새는 아래층 위층에서 무슨 음식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치지만, 담배냄새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닌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심각하다. 특히 아이를 둔 집에서는 화장실을 통해 번지는 담배냄새가 매우 걱정스럽고 불쾌하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건강에 관심 많고,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의 성향상 원치 않는 담배냄새는 꽤나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경비실, 관리실로 담배냄새 민원을 넣어도 방송이 전부다. 실제 담배 피우는 가구를 찾아내서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여 흡연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에 의존할 뿐이다. 실내 흡연 행위가 지속적이고 심각한 경우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입구층에 호소해 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흡연자에게 경고하는 수준일 뿐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래 위층의 냄새를 막아보고자 하는 방법으로 찾는 것이 바로 환풍기 댐퍼(damper)인데, 풍량이나 풍향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를 통해 작동시키는 전동식 댐퍼와 바람의 힘에 의해 풍량/풍향을 조절하는 수동식 댐퍼가 있다. 그러나 댐퍼를 설치한다 해도 100% 차단이라는 것은 없으니 주의. 다만, 냄새를 많이 줄여줄 수는 있다.
댐퍼는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가정용 DIY 아이템 중 하나다. 아무래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전동식보다는 저렴한 수동식을 설치해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터넷을 뒤져보면 제품은 거의 한 회사의 제품으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나온다. 2만원(현재 정확하게 19,800원)에 판매 중인 '스멜스탑'이라는 국산 제품과 힘펠 제품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4천 원짜리 제품이 있다. 힘펠 제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스멜스탑을 구입하게 된다.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치고 제품 구성은 너무나도 단출하다. 혹 이 시장의 독과점에 가까운 제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품 자체만으로는 2만 원짜리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효과가 확실하다면 돈은 아깝지 않겠지만, 냄새를 막는 특허기술을 적용하였다니 일단은 가격 가지고 따지지는 않겠다. 그래도 제품은 좀...
원통형으로 생긴 이 제품은 구경 100mm 관(표준)에 끼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중간에 필터 날개같은 구조물(노란색)이 있어서 한쪽으로 바람을 보내고, 반대로 들어오는 공기의 유입을 막도록 되어 있다. 약간 경사가 있도록 개발된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며, 특허기술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풍기 구조에 따라 필터 날개가 잘 작동되게 하기 위해 경사를 둔 것 같다. 옆으로 세우게 되면 아무래도 경사가 있어야 날개 작동이 잘 될 것이니까. 아무튼 제대로만 작동하면 인정해 줄 테다.
당연하겠지만, 한쪽으로 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제품 설치에는 방향이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제품 표면에도 바람의 방향을 그려놨는데, 바람은 실내에서 외부로 나가는 것만 가능하고 그 반대는 막아야 하는 것이 댐퍼의 역할이다. 보통 천정에 설치되면 아래쪽에서 위로 바람이 나가도록 해주면 된다.
우선 화장실 환풍기를 찾아보자. 아파트 화장실에 이렇게 생긴 환풍기가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중앙 또는 한쪽 구석에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환풍기에 관심을 두지 않아 환풍기는 날이 갈수록 시끄러울 것이다. 왜 그런지는 뜯어보면 안다.
자... 이제 이 환풍기를 뜯어보자. 대부분의 제품은 환풍 날개를 보호하고 안전을 위해 커버(뚜껑)가 씌워져 있다. 사진의 경우 둥근 환기구멍과 빨래판처럼 필터망이 만들어져 있다. 이 부분에 먼지가 많이 붙어 있을 것이다. 대부분 화장실 내부에서 생긴 것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가 환풍기에 붙어 생긴 것들이다.
검은 먼지는 이미 굳어서 딱딱하게 눌어붙어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와 화장실 내부에서 생긴 먼지가 화장실(대부분 욕실 겸용)에서 발생한 수분과 결합하여 먼지 덩어리로 굳어져 있을 것이다. 그나마 공기를 밖으로 보내는 설비여서... 댐퍼를 설치하기 전 묵은 떼는 깨끗하게 닦아 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된다. 환풍기를 켜지 않으면 다른 집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냄새는 이곳을 통해 우리 집 화장실로 들어온다.
아침에 시원하게 변을 보고 나서 환풍기 켜면 가까운 아래, 윗집으로 퍼지는 것은 내 잘못 아니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생각해 보면...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해야 한다. 흐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정용 환풍 통풍구 크기(내경)는 100mm(10cm)다. 물론 이보다 큰 125mm 규격도 있으나, 웬만하면 100mm 구경이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 환풍구 직경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자. 10센티, 100미리!
그런데, 구입한 제품이 우리 집 환풍기(도스코산업 DSC-EF200)와 딱 들어맞지 않았다. 스멜스탑 제품 내부는 환풍기 팬 외경을 맞추도록 2단으로 되어 있으나, 조금 약해서 딱 맞지 않고 힘을 주면 사진처럼 약간 한쪽만 들어갔다. 그래서 환풍기 팬 외경 플라스틱 쪽에 검은색 절연테이프로 몇 바퀴 둘러주자 끼울 때 고정이 되었다.
이 상태에서 같이 동봉되어 온 알루미늄 테이프로 감았다. 아래쪽과 위쪽 엘보관 연결부위를 감았으나, 뭔가 조금 불안해 보여서 집에 있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한번 더 감았다. 냄새가 댐퍼가 아닌 관 옆으로 새면 곤란하니까.
흔히 환풍기와 연결되어 벽으로 연결된 이 부위를 '후렉시블(Flexible)'이라고 하는데, 일명 '주름관'이다. 접을 수 있는 형태의 모든 물건은 '자바라'라고 부르는데, 이 부위를 '환풍 자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가만히 보니 뜯어진 부위가 보여서, 이 부분은 알루미늄 테이프로 보수했다. 알루미늄 테이프는 다이소 가면 1천 원.
주방 후드 설치 작업하거나 보수할 때 새로운 주름관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철물점에서 판다. 만일 심하게 훼손되었다면, 따로 구입하면 된다. 우리 집엔 재작년 이사 올 때 후드 작업하면서 하나 남은 것이 있었다. 물론 이번 작업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댐퍼 설치가 끝났으면 다시 원위치로 고정작업한다. 천장은 PVC 패널이라 원래 뺐던 스크루 나사 그대로 다시 고정시키면 된다. 혹시나 댐퍼로 인해 환풍기 흡입력이 떨어졌을까 조심스럽게 환풍 테스트를 했는데... 다행하게도 휴지 한 칸쯤은 그냥 빨아 당긴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하길래 따라 해 봤음...)
여담이지만, 화장실 천장 뚜껑을 열고 머리를 넣어본 사람들은 아는 사실. 그 안에는 파이프관(PD)들이 몇 개 보이는데, 윗층의 하수구 관들이다. 오래된 아파트나 수명을 다한 파이프관이 새는 바람에 우리 집 화장실 천정으로 오수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윗 집 화장실 변기관도 변을 보는 내 머리 위로 흘러간다. 상상해 보면 어떤가? 흐흐...
환풍기 켜고 끄고를 반복하면서 댐퍼 날개 소리를 감지해 보려고 했으나, 들리지 않는다. 노란 댐퍼 날개가 환풍기를 켜면 위로 날리면서 공기가 나가고, 끄면 날개가 내려앉아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원리니까, 환풍기 끌 때 날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했는데,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아마도 팬소리에 묻힌 듯.
사진은 최종 설치 후 화장실 천정 공간의 주름관 공용 공기덕트 배관 연결부위다. 그나마 2000년대 중반에 지어진 아파트라 마무리는 잘 되어 있는데, 검은색 배관과 주름관이 잘 연결되어 있다. 조적 벽돌로 구멍이 숭숭 뚫린 송풍관도 있으니, 그나마 저 정도면 아주 잘 처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제품의 단점은 아니고, 화장실이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문을 닫을 때마다 천정 뚜껑이 들썩들썩한다. 전에는 문을 닫으면 화장실에 공기 압력이 생겨도 환풍구를 통해 나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댐퍼로 인해 밀폐기능이 높아져서 힘없는 천정 뚜껑만 들썩이는 거다.
근데... 우리 라인 그분께서 아직 담배를 안 피워서 성능 확인은 못했다. 이번에 설치한 댐퍼의 성능은 언젠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방송하면 그때 화장실 가서 냄새 확인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험상 댐퍼가 달리면 80~90%의 냄새는 막아준다. 댐퍼와 환풍구의 기밀성이 좋을수록 냄새는 거의 차단되니까.
환풍기 댐퍼 설치는 홈 DIY 중 난이도 낮음이다.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우리 집 담배냄새 유입 막기' 작업이다.
※ 본 DIY는 내돈내산이며, 업체로부터 어떤 협찬도 받은 사실이 없음
(5.28 추가) 드디어(?) 관리사무실 방송이 떴다. 내가 사는 라인의 화장실 흡연으로 인한 세대 민원접수가 있었다는 흡연경고 방송이었는데, 당시 집에 있었던 아내가 화장실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약하게 냄새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분명한 것 같다고. 물론 완벽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증명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