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홍콩 가족여행 가다 (6) 홍콩섬 - 빅토리아피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소호 거리
노스포인트에서 23번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빅토리아피크로 하니 홍콩공원 정거장에서 내리라고 한다. 가는 동안 구글맵으로 위치를 계속 파악하면서 갔다. 운 좋게 2층 제일 앞자리에 앉아 코즈웨이 베이 로드를 실컷 구경했다. 버스는 어느새 종착지에 도착했고, 멀지 않은 위치에 피크트램을 탈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빅토리아피크, 피크트램, 스카이 테라스 428
피크트램 홈페이지 : https://www.thepeak.com.hk/ko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 월요일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현지인 같지는 않고 대부분 중국 본토인들 같다. 춘절 5일 전인데 이미 가족여행을 온 것 같다. 대부분, 친구들 아니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고, 가끔 한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피크트램의 역사에 대해서는 https://www.thepeak.com.hk/ko/heritage/history-of-the-peak-tram 를 참고하면 된다. 한글로 되어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고 타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현재 운행 중인 피크트램 열차는 6세대로 22년부터 운영 중이다. 예전 사진으로 봤던 진한 붉은색이 아닌 녹색으로 바뀌고, 천정도 투명한 유리로 개방감을 높였다.
클룩에서 날짜지정과 스카이 테라스 428 티켓을 예매했지만, 옥토퍼스카드 결제자와 특별한 구분 없이 입장했고, 현장 티켓 구매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여 결제 구분 없이 모두 섞여서 대기했다. 피크트램은 한 번에 120명 정도가 탈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대기인력은 금방 금방 줄어든다.
피크트램은 1대 수송분만큼만 인원을 끊어 대기 시킨다. 중간에 표를 체크하는 구간 중심으로 끊는다. 우리는 클룩으로 받은 바우처 QR이 내 아이폰에 지갑으로 들어가 있어서, 한 명 한 명씩 QR체크인 후 들어갔다. 검표원이 도와줘서 빠르게 입장했고, 마지막 피크트램 정류장이 있는 스크린도어까지 끊겨서 가까이 가게 되었다. 사진의 저 문이 열리면 바로 승강장이 나타난다.
이렇게 승강장에 들어서면 모두들 위에서 내려오는 트램을 보기위해 탑승구 쪽으로 몰린다. 피크트램은 강선으로 트램(차)을 끌고 내리는 원리인데, 승강장에서는 강선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바로 위쪽 철로 중간까지는 선이 닿을 것이다. 또한 1대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2대가 동시에 오르고 내리는 것 같다. 중간에 분기되는 지점에서 트램끼리 교차한다.
얼마 전(22년)부터 바뀌 6세대 트램은 완전 현대식으로 만들어져 개방감과 쾌적함을 크게 개선시켰다. 2대의 트램이 연결된 구조는 그대로이고, 중간의 가림막 부분도 최소화시켜 뒷쪽에 앉은 사람도 앞을 보는 데는 크게 지장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창문이 커지고 천정도 유리로 개방된 것이 외관상 큰 변화다. 의자는 여전히 딱딱한 나무의자로 옛 트램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다들 피크트램 올라갈 땐 오른쪽 좌석에 앉으라고 권한다. 왼쪽은 나무와 아파트만 보이기 때문인데, 사실 이것도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올라가면서 오른쪽의 홍콩항과 마천루들이 피크트램에서 보는 것보다 정상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 훨씬 더 보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경사는 4도에서 25.7도라는데, 일부 구간에서는 바깥을 보면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승차하면 거의 5분만에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이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찍는다. 꼭 오른쪽 아니어도 중간 복도에 서서 찍어도 된다. 아주 빠른 속도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만 아니라면 복도에 서서 올라가는 모습을 촬영해도 좋을 것 같다. 내려올 때 좌석에 앉지 않고 동영상을 찍어봤는데,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정상 승강장에서 바로 내리면 보이는 풍경. 피크타워에서 내리는데, 내리자마자 기념품 가게가 나와 다소 당황스럽다. 아이들을 동행한 부모들 일부는 여기서부터 쩔쩔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념품에 장난감 등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동선자체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성인이라 고고!
바깥에서 보면 중국 요리에 사용하는 웍(Wok)처럼 생긴 피크타워 꼭대기가 바로 스카이 테라스 428(Sky Terrace 428)이다. 428은 고도를 의미한다. 최고 높이가 해발 428m라는 뜻이다.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피크에 갔는데, 스카이 테라스에 가지 않았다면 후회한다. 홍콩섬에서 구룡 쪽으로 보이는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토리아피크에 간다면 피크트램과 함께 스카이 테라스 428은 필수다.
만일 티켓을 사지 않고 왔다면 현장에서 옥토퍼스카드로 결제 가능하니 무조건 올라가보자. HKD60으로 한화 약 1만 원이다. 우린 사전 예약을 하고 날짜지정까지 했기 때문에 피크트램 왕복권 스카이 테라스 입장까지 클룩 예약 기준 인당 21,185원이었다.
스카이 테라스 428에 가면 꼭 촬영하는 프레임의 사진이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주간, 야간, 흐릴 때, 비올 때 풍경과 느낌이 다 다르다고 한다. 주간보다는 야간의 홍콩의 밤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고통이 좀 있다. 좋은 사진을 편하게 잘 찍으려면 밤 9시에서 10시가 좋다고 한다. 그것도 날씨가 좋은 날에 말이다.
우리가 간 시간이 애매하긴 했지만 점심시간 바로 직후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직전이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올라오고 있는 건 내려가면서 목격했다. 아마도 이 날 저녁은 올라가는데 대기만 1시간 넘게 했다고 들었다. 테라스는 거의 전방향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데, 일부 스폿에서만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진 몇 장 찍고 느긋한 마음으로 눈으로 풍광을 담아가는 것도 좋겠다. 다시 이곳에 안 올 사람이면 몰라도...
홍콩항과 마천루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 홍콩섬의 다른 면과 바다 등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풍광도 즐길 수 있다. 이런 장소는 사람들이 적다. 한적한 공간이니 찾아서 바람도 쐬고 경치도 즐겨보면 좋다.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빅토리아피크 마당으로 나와서 커피도 한잔하고 공기도 마시고 하면 좋겠지만, 1시간이 아까운 관광객 입장에서는 정상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가 조바심이 생긴다. 홍콩 3번의 방문 중 3번 모두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왔었고,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시간이 더 걸리고 피곤(대기를 오래 하는 편) 하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내려가는 피크트램 입구쪽 오른쪽으로는 마치 꼬불꼬불 산길처럼 줄이 여러 겹으로 대기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대충 30분가량 줄을 서서 내려가는 트램을 탄 것 같다.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로 바우처의 QR코드를 읽혀주면서 입장하면 된다. 이상하게 내려가는 승강장은 대기공간의 폭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너무 협소하다.
역시나 사람들은 승강장 문과 트램 문이 열리자 말자 러시(rush)했다. 이번엔 모두 왼쪽 창가로! 덕분에 차에 늦게 탄 우리는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했지만, 난 복도에 서서 내려갔다.
덕분에 이런 광경을... 앞쪽 오른쪽이 트램 운전사(?)다. 창문이 워낙 넓고 커서 아주 시원시원하고 오른쪽에 앉아 내려가더라도 왼쪽이 잘 보인다. 물론 서 있으면 더 잘 보인다. 영상 촬영하려면 서서 찍는 것이 좋을 듯.
반대편에 트램 한 대가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트램은 일정구간에서 교차한다. 2대가 번갈아 오르고 내리니 많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것 같다.
내려올 때 약 5분간의 영상 촬영을 유튜브에 올려놨다. 중간에 올라오는 피크트램이 어떻게 교차해서 지나가는 지도 알 수 있고, 내려가면서 왼쪽의 홍콩섬 마천루와 멀리 침사추이도 보인다. 중간 산책로 의자에서 쉬는 현지인과 선로관리 인부들 그리고 여분의 피크트램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는 차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이젠 건물밖과 고가도로 근처의 언덕까지 줄이 서 있고,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도 계속해서 오고 갔다. 다음 목적지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 소호 거리
피크트램 승강장 입구에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센트럴마켓까지는 약 1.1km. 걸어서 약 20분이면 도착한다. 내 걸음이었으면 15분 이내 도착했겠지만, 오전에 이어 오후 빅토리아피크까지 다녀온 터라 모두 지쳐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택시나 버스를 타기도 아주 애매한 거리라 걸어가기로 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출발점으로 가려면 센트럴마켓(中璟街市, 중경가시) 건물을 찾으면 된다. 센트럴역에서는 C나 D1 출구로 나가서 안내표지대로 따라가면 금방 나온다. 일단 Queen's Road Central길이면 사진처럼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서 바로 왼쪽이 에스컬레이터 출발점이다. 버스나 트램에서 내린 Des Voeux Rd. 에서 내리면 3층으로 올라가서 앞으로 주욱 올라가면 출발점을 볼 수 있다.
월요일 오후에 갔더니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동네 마실 나온 사람들처럼 물건을 사서 집으로 가거나 약속 장소로 가는 듯한 홍콩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올라가는 시작지점에서는 1열로 줄을 서서 올라가기 때문에 잠시 줄서서 기다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는 사람도 보이지만, 대부분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오전 출근시간에만 위쪽에 사는 분들을 위해 하향 운행될 뿐 출근 시간이 끝난 오전 06:00~10:00까지 하행이다. 오전 10:30부터 자정까지는 상행운행만 한다. 10:00~10:30 사이는 어찌하는지 모르겠다. 안내에도 설명이 없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은 비워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비워두는데, 몇몇 분들이 바쁘게 지나간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1993년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로 기록되어 있다. 길이 총 800m가 조금 넘고 높이로 따지면 약 135m의 고도를 올라간다. Queen's Road Central에서 Conduit Road까지 아래위로 연결되어 있다.
중간중간 인도가 있어서 걸어야 하고, 일부 구간은 직선이 아닌 옆으로 조금 옮긴 위치에서 다시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지는 구간도 있다. 계속해서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 어려우므로 적당히 올라갔다 밖으로 나와 Soho거리나 Hollywood거리, 란콰이퐁 등으로 거닐면 좋을 것이다. 끝이 궁금한 사람은 끝까지 가봐도 좋겠다. 예전에 올라가 봤을 때 내려올 때 조금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중간에 내려 골목골목을 탐방하는 것으로 바꿨다.
골목골목이 모두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볼만한 곳들이 많다. 작은 카페, 바, 식당, 빵집 등이 몰려 있고, 특히 유명한 빵집과 음식점 몇 곳에는 길게 줄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곳곳에서 한국말 많이 들린다.
앉아 있을만한 곳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쩌다 의자 한두 개도 보인다. 그냥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거나 음료를 사서 계단에 앉아서 먹어도 운치 있다. 베이크하우스, 타이청, 란퐁유엔, 침차이키, R&R베이글스, 카우 등 유명한 곳들이 많고, 사람들도 많다.
아예 건물 자체를 도색해 놓거나 낙서마저 아름답게 보인다. 다들 옛 건물이고 오래된 건물일 텐데 나름 미적감각이 있는 분들이 치장을 해두어서 그런지 예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특이한 건물, 색상에 초점 맞추기 바쁘다.
딱 봐도 사진 스폿이라는 느낌이 온다. 사람들이 서성거리며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반대편에서는 구도와 자세를 코칭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벽화 사진 명소구나!
이런 장소에는 반드시 사모님 연출 사진 찍어 드려야 한다. 비록 아재의 사진기술이 미약하지만 흉내라도 내줘야 나중에 다른 소리 안듣는다. 아주 여러 장 찍어 진상해야 한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봤더니 역시 힙한 곳이 따로 있었구나. 저 가게 문 닫은 건지 저녁에 다시 열리는 지는 모르겠으나 한정판 배경이 되는 곳 같다. 반대편에는 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여성분들로 가득... 그녀들의 웃음소리와 대화소리가 다 들리는데... 한국말.
골목골목을 걷다가 옛 생각이 나서 다시 가본 Gage Street. 새로 건물이 들어서는 공사가 한창인데도 이런 오래된 채소가게가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우리로 비교하면 여의도 금융가 골목에 오래된 노포와 채소가게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직 개발 안된 공간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고층 빌딩 속에 오래된 건물에 입주한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다. 이 끝에 란퐁유엔 센트럴점이 있다. 바로 그 옆에 Park N Shop 마트도 있고!
밤이 되면 더 화려하고 시끄러워질 동네. 우리가 있을 곳은 아닌 것 같아서 이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아이들은 이미 지쳐 있어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고 뭐고 관심도 없다. 두 녀석은 센트럴마켓에 있는 카페에서 차 마시고 쉬고 있었다. 센트럴마켓 시장건물도 중간에서 보면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3층 건물인데, 1층은 식당가이고 2층과 3층이 상가다. 중간 중정이 있는데, 공중에 새해맞이 장식이 있다, 예뻐서 한 장!
지쳐서 힘들어서 이젠 다시 호텔로 간다. 센트럴역까지 걸어가서 오니기리 체인점이 있어서 몇 개 사서 침사추이역으로 갔다. 이 때 시간은 16:40경. 침사추이 근처 미리 알아 둔 한식당으로 갔는데 'The Jang 한식'이었다. 식당 평가가 좋은 편이어서 바로 갔고, 소고기 돌솥비빔밥(HKD98), 김치찌개+공기밥(HKD118), 김치볶음밥(HKD98), 어묵탕(HKD58), 추가 공기밥(HKD15) 등을 시켰다. 나중에 딸이 김치볶음밥을 다 못 먹었어 포장해 갔고 그 비용은 HKD2 해서 총 HKD 525가 들었다.
해외에서 한식이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이곳은 양과 품질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조금 비싸긴 하네... 이러면서 시켰지만 정말 푸짐하게 나와서 놀랐다. 특히 어묵탕(오뎅탕)은 술안주용으로 푸짐하게 안주를 시킨 수준이었는데, 거의 1만원 정도 수준이었다는 점에 놀랐다. 대신 돌솥, 김치찌개, 볶음밥은 한국에 비해서는 많이 비쌌다. 전체적으로는 만족.
17:15경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다음날 아침을 위해 Park N Shop에 들러 오니기리와 함께 먹을 컵라면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시간 스타의 거리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러 가기 위해서 잠시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이어서 포스팅...
2024.02.15 - [여행과 맛집] - 2024 홍콩 가족여행 가다 (7) 스타의 거리와 심포니 오브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