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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 상가의 위기감에 대한 보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었다.

어제 오늘의 위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과 쇼핑몰, 가격 비교 사이트, 빨라진 배송 시스템 등이 용산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위기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용산에는 '서비스'가 없다.

용산과 테크노마트는 각각 '용팔이', '테팔이'라는 종사자들을 저속하게 부르는 비속어가 있다.

쇼핑몰을 놔두고 용산을 직접 찾는 사람들에겐 몇가지 이유가 있어서이다.

첫째, 실물을 보고 골라서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
둘째, 배송일을 기다리기 힘들어서 당일 당장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
셋째, 구매를 하기전에 사전 아이쇼핑을 하려는 사람
넷째,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매 판단을 하려는 사람
다섯째, 전자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로 용산전자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것은 상인들의 불친절함과 '바가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물품에 조금만 관심 가지면 '얼마까지 보셨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한 것은 알지만, 상인들 스스로도 가격이 잣대라는 것을 고객에게 설명해 버린다. 또 비싸다고 하면 손님을 면전에서 무시한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그럼, 거기서 구매하세요'라고 해 버린다.

현금판매와 카드판매가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이다. 신용카드판매는 국세청으로 세원이 노출 되기 때문에 그 위험을 소비자에게 떠 넘긴다. 현금으로 사면 더 싸게 해준다는 말을 한다. 현금 영수증 끊어 달라는 말이나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하면 상인들은 얼굴부터 찡그린다. 카드 결제나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는 영업장에서 물건을 사면 왠지 비싸게 산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두번 해본 사람이라면 용산전자 상가에 대한 기억은 나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용산 전자상가 중에서도 매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온라인 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회원을 가입받고, 주기적인 쇼핑 정보와 마일리지 제도 제공, 각종 기기 정보를 올리는 곳도 있다.

내가 아는 대표적인 업체는 '아이코다'라는 업체인데, 이 업체는 매장에 찾아가면 오렌지색 앞치마를 두르고 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한다. 물론 온라인으로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금 판매와 카드 판매가가 동일하다. 그리고 현금 영수증도 발행해 주며, 마일리지 제도를 두어 일정 금액 판매를 하면 적립을 시켜 주기도 한다. 당일 배송이라는 제도를 둬서 쇼핑시 배송의 불만도 줄였다.

바로 이런 것이 '서비스'이다. 이 업체의 매장에는 늘 손님으로 붐빈다. 이 업체보다 가격이 싼 업체는 많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가격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 매장을 찾아보면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런 모델을 용산전자상가 업체들이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상인의 마진마저 알려진 그런 시대이다.
소비자 역시 마진이 박하거나 원가 그대로 구매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자신이 상인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그런 소비자가 아주 얄밉게 보일 것이다.

하루의 이익을 한 두 손님에게 보려는 자세가 바가지를 낳고,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 소비자는 또 다시 불신을 하게 되고, 한 두 업체가 아니라 몇 개 업체에게 그런 일을 당한다면, 그 소비자는 다시 용산을 찾지 않게 된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용산전자상가는 믿을 곳이 못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전자신문 "전자유통의 메카, 용산을 살리자" 에 보도된 바대로 용산 상가 상우회가 주도하는 '용산 201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 역시 그들의 몫이다. 또 다시 구호에만 그치는 정도라면, 아마도 다음부터는 더 이상 소비자의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인이 견디지 못하는 상가는 '뜨네기 상인'만 존재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겐 믿고 살 수 있는 업체는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로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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