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보는 DivX영화, 그 중에서도 외화는 일반인이 감상하려면 한글 자막이 꼭 필요하다.

외화 자막은 영문 자막을 바탕으로 한글로 변환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듣기만으로 한글로 제작하는 방식이 있다.

이들 한글 자막은 몇몇 자막번역 모임 그룹에서 제작을 하거나 개인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댓가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보람만 남을 뿐 그들에겐 수고했다는 한마디의 위로만이 전부이다.

나 역시 자막 번역을 10여개 넘게 했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하다가 나중엔 잘 나오지 않는 자막을 직접 제작해서 보는 일까지 있었다. 그리곤 미국 외화인 Lost의 경우 시즌 1의 뒷부분과 시즌 2, 3의 자막 전체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자막제작은 일종의 고행의 작업이다. 그런 고생스러운 작업을 아무런 댓가 없이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나처럼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만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아마추어 자막 번역자들 중에도 번역 수준이 꾸준히 올라가서 완성도가 높은 자막들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자막 커뮤니티 시네스트(
http://www.cineast.co.kr) 자막 자료실엔 어느 자막 제작가의 죽음을 알리는 공지가 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명이 '도체'라는 분인데, 오랫동안 지병으로 앓다가 지난 12월 29일 새벽에 돌아가셨다. '도체'라는 필명의 이 분은 시네스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었고, 최근엔 병상에서도 자막 제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죽음은 대학생인 아들을 통해 알려졌고, 많은 네티즌들의 온라인 추모댓글이 이어졌다.

'도체'라는 분은 대학생 자녀를 둔,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셨던 분이라고 했다.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남들과 달리 언어에 대해 비교적 소통이 자유로우셨던 분이어서, 영화 자막 제작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막 제작은 떳떳하게 세상에 내놓고 자신을 알리는데는 다소 문제가 있다. 왜냐면, 영어 자막 번역의 경우는 영어 자막 자체가 저작권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번역하여 만든 한글 자막의 경우도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들은 특별히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취미 생활로 자막을 만들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자막 제작 모임은 여러 사람들이 팀 작업을 하여 완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땐 팀의 이름으로 자막을 공개하기도 한다.

자막 제작 자체가 더 많은 외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국내 개봉작들은 극장에서나마 편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제3세계 영화나 국내 개봉하지 않은 외국 영화의 경우 이런 아마추어 자막제작자의 노력없이 편하게 감상할 수 없다.

아마추어 자막 제작가들 사이에도 유명인사들이 있다. 이들의 번역 실력이나 제작 실력은 프로급 못지 않게 매끄럽게 만드는 경우다. 이들의 자막만으로 보는 매니아층도 있을 정도다.

자막 제작을 통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명예 정도가 전부이다. 그들은 나누어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계속해서 반복청취해서 번역하거나, 영문 자막 바탕 제작의 경우 사전과 인터넷을 뒤져서 더 매끄러운 번역으로 바꾸는 등의 고생을 사서한다.

병상에서 까지 자신의 자막 제작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던 한 자막 제작가의 죽음을 보며 착찹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도체'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도체'님의 아들이 시네스트에 올린 글이다.
 
제 목    죄송 합니다....

글 쓴 이     도체  

일시/추천    2007-01-02 11:08:11, 조회 : 213, 추천 : 8    [추천하기]

저는 도체님의 아들이며 올해 대학 4학년으로 올라가는 청년입니다...

오랜동안 아버님이 취미겸..자막 변역하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제 시간에 대사가 나오게 할 수 있을까란 궁금증 정도만

가졌던 자막엔 전혀 문외 한입니다

아버님의 컴퓨터를 켜고 정리 하던중

시네스트란 폴더를 보고 그 안엘 들어가보니 최근에 작업하신 듯

바벨과,비욘드사일런스와 한창 작업중이셨던 마이티 덕 시리즈란

폴더들을 보았습니다 그 폴더들을 보며 아! 이곳에도 알려 드려야

하나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즐겨찾기에 있는 시네스트로 찾아와

난 아이디도 없는데 어쩌지 하며 아이디칸을 클릭하니

아버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되어 이렇게 로그인 하게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시며 28개국을 두루 다니시며

근무하신덕에 자막 제작과 자막을 번역하시는데 좀더 유리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장황하게 말이 길었습니다....

저의 아버님 도체님은 지난 2006년 12월 29일 새벽 약 3시경

그동안 앓아오신 지병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자막 제작은

없을 것이며 혹여나 제작하시겠다고

미리 공표하신 것이 있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진척이 힘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50도 안되신 분이신데..마음이 아픕니다

여러분의 위로를 바라며..도체님의 아들..올림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몰라 이곳 자막 제작자 게시판이 눈에 띄어 이곳에 올립니다

문제되면 삭제 시켜 주세요..이 아이디는 이글을 작성후에 제가 탈퇴토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