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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나오는 KT의 공유기 사용 제재 기사가 또 나왔다.
전자신문 : KT, 메가패스 불법공유 해결 나섰다
지난주 KT의 실적발표에도 나왔지만, KT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성장은 사실상 정체 상태이다. 가입자를 더이상 늘일 수 없는 시장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사용자 기반에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ARPU(가입자당 매출)를 높이는 방법밖엔 없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늘 KT는 약관에 근거하여 초고속인터넷 PC의 공유가 불법임을 강조했다. 또 단골로 나오는 '악성 가입자'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친다. 악성 가입자 때문에 일반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는 정말 이상한 논리를 내세운다.
각 가정에서 KT의 메가패스를 사용할 경우 ADSL Lite에서부터 엔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속도와 연결방법으로 인터넷이 연결된다. 사용자와 KT 사이에는 다양한 연결속도와 방법에 따라서 월비용을 지불하는 정액제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다.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의 경우, 허용된 연결속도에 대하여 무제한 트래픽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트래픽에 따라 비용을 추가 지불하는 방식의 종량제가 아니다.
정액제에서 KT가 말하는 '악성 사용자'는 어떤 의미인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용자라고 하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과도한 트래픽의 정의가 어떻게 되는지, 어떠한 기준으로 '과도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하루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이 약관 위반인가? 24시간 내도록 트래픽을 일으키면 불법인가? 만일 컴퓨터 한대로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킨다면 불법인가? 일일 얼마의 트래픽을 일으키면 과도하다고 표현하는가?
가입자에 제공된 초고속인터넷망에 2대까지는 공유가 허용된다는 한발 물러선 정책은 왜 나왔을까? 그것은 공유 자체가 더이상 막아서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향후 다양한 통신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가정에서 사설로 구축한 네트워크에 가입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이 왜 불법인가? 허용된 속도내에서 트래픽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저 막연하게 2대, 3대 이상의 단말기를 연결하면 안된다는 근거가 무엇이란 말인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그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할 KT의 의무사항이지 가입자의 잘못이 아니다.
이따금 터져나오는 KT의 공유기 관련 이슈는 자사의 실적 부진을 메우려는 절박한 시도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적는 언론도 문제가 많다.
공유기 사용자를 '색출'하여 그들로부터 추가 이용료를 받거나 가입자를 해지키시켔다는 있어서는 안될 말을 사용했다. 즉, 돈이 문제의 중심이지 결코 가입자의 사용패턴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가정엔 점점 많은 IP를 기반으로 하는 기기들이 늘어날 것이다. IPTV도 그렇고, 인터넷 전화도 그렇다. 또 개인마다 하나 이상씩 생기는 디바이스도 그렇고, 어떤 곳에서 인터넷 접속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때마다 5천원씩 내야한다는 것이 KT의 논리이다.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KT보다 더 웃긴 디지털타임즈의 사설을 읽었다.
디지털타임즈 : [사설] `불법` IP공유기 문제 잘 풀려면
KT가 직접 쓴 사설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심이 아니라 여론을 떠보는 것이다. 늘 KT는 종량제나 공유기 사용시 추가 요금을 받아내려 고심하는 기업이다. 내 눈엔 어떻게 하면 가입자로부터 돈을 더 받아낼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기가 막힌다. 서브네트워크 구성시 사설 IP 생성을 기술적으로 막는다?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게다가 그 아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IP 공유가 더 필요할 것인데, 불법 IP 공유를 지금 막아야 한다? 이 말은 지금부터라도 공유해서 쓰는 기기가 있으면 돈을 더 내고,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기기가 늘어나면 돈을 낼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소리다. KT의 기관지에서나 볼 수 있는 궤변이다.
아무리 IT관련 신문사 사설이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사설로 내는 걸 보니 참 웃기다 못해서 짜증이 난다. 아무리 광고가 중요하지만 말은 바로 해야한다. 관련업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은 아예 담합까지 권유하는 것 이상 아니고 무엇인가.
이미 작년에 웹인증접속체계라는 프로젝트로 얼마나 많은 가입자가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KT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입자의 공유기 사용을 막을 명분도 그럴 능력도 KT에게는 없다. 다만 가끔 이렇게 언론에 흘려 여론을 떠보는 방법이 전부이다. 물론 디지털타임즈 같은 맞짱구 쳐주는 언론도 있을 것이다.
나도 집에서 KT 매가패스 서비스에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 포트는 데스크탑 PC에 물려쓰고, 또 한 포트는 FON 공유기 그리고 무선으로는 노트북으로 연결을 해서 사용한다. 이렇게 치면 KT가 말하는 3대 이상의 단말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셈이다.
만일 내게 어떤 식으로든 약관을 들어 가입을 해지하라고 한다면 이를 받아들여 해지할 예정이다. 그리고 KT 집전화도 해지할 것이다. 되도록 KT와 관련된 것들은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체재는 얼마든 있다. 그리고 그걸 기다리는 경쟁업체들이 있다는 사실을 KT는 알아야 한다.
KT도 IPTV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IPTV를 권유할 때도 그 풍부한 공인 IP를 가입자들에게 나누어 줄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가정 가입자가 아닌 사업자 가입자들의 전용회선 가입으로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한 논리로 납득이 갈만하게 해결해야하지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요금 인상의 수단으로 악용하면 안된다.
고정 IP 서비스도 없애버리고, SMTP서비스도 제공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사업자 가입자들에게 공유기 탓을 돌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들이 끊임없이 무한정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용자들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차라리 기업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품을 내세우는 것은 어떤가? 가정용보다는 조금 더 비싸게 받고 공유기 사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조용하던 KT의 공유기 문제는 또 잠시 후면 잠잠해질 것이다. 실제 가입자 해지권고라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만일 그렇게라도 공유기 사용을 막고 싶다면 많은 가입자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가정까지 광으로 인터넷을 접속시켜서 낮에는 놀고 밤에만 사용하는 반쪽짜리 인터넷을 팔고 싶은 것이 KT가 바라는 것인가? 이것이 'Life is wonderfull'인가? KT가 말하는 Wonderfull한 Life엔 공유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