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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Mobile TV (T-DMB, DVB-H, ISDB-T, MediaFLO)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고를 했었다. 가트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경엔 1억 1천 3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모바일 TV 시장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DMB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국방송이 실시되었고 많은 시청자들은 DMB의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비즈니스 가치사슬이 형성되지 않아서 방송사업자들은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 시청자는 늘고 있으나, 방송사업자는 손해를 보고 있다. 반면 사슬 중 단말기 보급 사업자와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일부의 기업들만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최악이다.

방송의 주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광고의 경우 지상파 아날로그 TV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광고주의 인식 역시 좋지 않기 때문에 광고수주는 아주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이는 결국 DMB 방송 사업자의 수익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수주 증가나 별도의 수익사업이 없이는 지속적인 사업영위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T-DMB와 일본의 ISDB-T(1-SEG)는 무료 기반의 지상파 모바일 디지털 방송서비스이다. 그 외 DVB-H나 MediaFLO는 유료 기반의 서비스이며, GSM 이동통신망 위의 인터렉티브 서비스이다. 물론 T-DMB도 독일의 Watcha TV(MFD)처럼 CAS를 적용한 유료 방송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DMB 사업은 최악의 상황에 와 있다. 특히, 아날로그 지상파 사업자가 아닌 DMB 전문 사업자의 경우 수익원 악화로 방송서비스의 지속 여부까지 문제가 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지상파 뿐만 아니라, 유료 사업자인 위성 DMB 사업자 TU만 봐도 국내 모바일 TV 사업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당장 TU의 경우 지배주주인 SKT의 추가 증자없이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모바일 TV가 세계적으로 크게 붐업(Boom-up)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된 시장이 일부 국가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본 ISDB-T의 경우 그나마 1억이 넘는 인구가 있고, 브라질이 최근 ISDB-T 본방송을 하면서 약간 신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의 T-DMB는 한국과 독일 일부(MFD)만이 상용화되어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시험방송 수준이다.

따라서, 거대한 시장인 유럽과 북미, 동남아시아 등이 아직 모바일 TV 시장이 열리지 않아서 세계적으로는 모바일 TV의 성장이 더딘 것이다. 그러나, 방금 이야기한 지역들은 대부분 노키아 주도의 DVB-H를 검토하고 있는 시장이어서, DVB-H의 성공여부에 따라 모바일 TV 시장은 확대될 여지가 남아 있다.

우리의 T-DMB와 달리 DVB-H는 이동통신망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과금이나 수익이 보장된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의 본방송을 비롯하여, 유럽 여러 국가에서 DVB-H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심지어, 대만, 홍콩, 싱가폴,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DVB-H를 모바일 TV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DVB-H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대략 월 10유로 (한화 약 1만 4천원선)의 요금때문인지 가입자는 크게 늘고 있지 않고 있다. VHF 주파수를 사용하는 T-DMB와 달리 UHF를 사용하는 DVB-H의 경우 커버리지를 늘이기 위해 더 많은 중계기와 망장비를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건물안에서 수신을 원하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중계기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한 유럽인들의 특성상 꼭 필요하지 않으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습성도 DVB-H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조금씩 DVB-H에 대한 수요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동글 타입 수신기들이 증가하고 있으며(USB 타입으로 노트북에 연결하여 수신), 전용 단말기나 DVB-H 폰 보급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한 모바일 TV 보급율 역시 이런 이유로 DVB-H의 점유율이 가장 높을 것이며, 다음으로 ISDB-T, MediaFLO이며, DMB는 제일 낮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T-DMB는 우리나라에서의 비즈니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방송사업자가 제대로된 수익구조를 가지지 못한다면, 실패한 모바일 방송 시스템을 자국에 적용할 나라는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이 T-DMB 도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모바일 TV는 단순한 디지털 방송으로 취급된다면 일반 디지털 TV와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이동성만 보장하는 TV가 되어 원래 취지와는 다른 방송 시스템이 된다.

모바일 TV의 진정한 활용 가능성은 방송을 통한 데이터 서비스(TPEG, BIFS, BWS 등)와 Feedback이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에서 나온다. TV가 더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라는 것은 모바일 TV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에서 모바일 TV방송이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돈을 지불하는 유료 방송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방송 수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구조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유료화는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만, 최근 TPEG에서 보듯 무료기반의 서비스에 일부 유료화를 실시함으로써, 다양한 유료화의 방법들이 가능성 있음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방송사업자들 역시 수익원으로서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수익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TV 매체에서 그러했듯이 오로지 광고수익에만 의존하겠다면 모바일 TV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대신 데이터 서비스와 양방향성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된 기기 개발 지원 등으로 사업의 방향을 이끌고 간다면 수익사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 국내 DMB(지상파, 위성) 사업자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ISDB-T나 DVB-H의 경우 서서히 시장이 열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차이는 방송사업자와 기술주도 세력이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느냐 여부와 시청자(사용자)와 방송사업자 모두가 윈윈(수익)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느냐의 여부이다.

DMB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기술 기반의 차세대 모바일 방송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시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고 있고, 또한 서비스의 사슬(Service Value Chain)에 연결된 각각의 주체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DVB-H 등의 서비스는 느리지만, 꼼꼼한 밸류 체인을 구성하며 시장의 요구와 이를 반영한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기회를 맞고 있다.

물론 우리의 DMB 서비스가 최악의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그대로 두면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거다) 이젠 대중화된 DMB 서비스와 시청자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와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드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늘 어렵다고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정부주도의 전시나 결과 위주의 행정적인 사고로만 사업을 이끌어 가는데는 분명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DMB가 가진 기술적인 장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적인 장점 위에 시청자,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킬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업자는 수익이 필요하고, 시청자는 새로운 모바일 방송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어떤 준비와 어떤 대응이 시청자, 사업자를 만족시킬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만이 국내 DMB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PS. 글을 쓰고 나니 뉴스가 하나 올라왔다.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법률안이 통과되었다고 하는데, 광고주가 많아야 수익이 나지, 한정된 광고를 많이 한다고 수익이 나아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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