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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개월 전에 삼성전자 베트남 휴대폰 공장 이야기가 나왔을때 설마 설마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대구 경북 지역에 모락 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2007/05/15 - [기술 & 트렌드] -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기지 이전 발표와 그 파장

그러나, 결국 베트남 휴대폰 제조공장은 기정 사실화되었고, 구미공장에 건설 중이었던 기술센터 공사는 중단되었고 지금은 없었던 일로 기정 사실화 되었다
.

작년 3월에 착공한 공사는 내부사정을 이유로 작년 8월에 중단되었다. 그리고 지난주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1천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전자신문 : 삼성전자, 시설투자·해외 공장 설립 '신호탄'

삼성전자는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부터 3천만대를 생산하고 점점 생산량을 늘여 1억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공장을 세우기로 최종 확정하였다.

ASEAN의 회원국인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기지를 세울 경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의 저가폰 수출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로서는 이 지역의 저가폰 시장을 선점하고 1위 Nokia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미 Motorola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2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저가폰으로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중국과 동남아는 현재 저가폰이 활발하게 공급되는 시장이다. 이 지역에서는 Nokia 보다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상황이어서 어쩌면 베트남 공장 건설은 당연한 수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휴대폰 제조는 구미공장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내수용과 수출용을 모두 구미에서 생산하고 있다. 구미공장 외의 물량은 중국 천진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수원은 정보통신총괄본부와 R&D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휴대폰사업은 국내 물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나, 해외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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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최근 2년간 삼성전자는 구미공장의 기능을 축소시키고 있었다. 정보통신총괄을 수원으로 일원화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본사가 있는 수도권의 수원에서 내리고 있으며, 구미공장의 외주 물량을 대폭 줄이고 협력사를 정리했다.

이미 2년전부터 이런 징조는 앞으로의 일들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출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사업장(구미공장)은 동결내지 축소하고 있었으며, R&D 기능을 수도권으로 일원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인 이기태 부회장 대신 최지성 사장이 들어선 것과 이재용 상무의 정보통신사업을 통한 경영권 승계 등 여러가지 사항들이 정보통신(휴대폰)사업의 큰 변화를 예고했었다.

이런 상황은 이미 구미를 비롯하여 대구의 지자체는 눈치를 챘어야 했다. 삼성전자를 탓할만한 사안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인데, 지역의 경제나 지역민과의 신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기업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매일신문 : 삼성전자 구미공장장 "기술센터 공사재개 어렵다"

장 부사장은 또 우수 R&D 인력 확보난, 지방연구소 육성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점 등을 들면서 "곤혹스럽고 죄송스럽지만 지금은 하드웨어(건물)보다는 소프트웨어(우수인력) 확보에 치중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대학들은 우수인력 양성에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하고, 지자체는 국내기업에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베트남 역시 삼성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변명치고는 정말 궁색하다.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나 지자체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이는 구미시와 대구시에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에 대해 어떤 무엇보다 1순위로 지원했던 두 지자체(나아가 경상북도까지)를 욕보이는 언사이다.

지역에 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저가폰 생산기지로 구미는 더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휴대폰생산과 관련된 직원은 1만명에 가깝다. 또한 협력업체 직원과 관련 하청업제 임직원까지 따진다면 어마어마한 인력들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베트남공장 건설계획 발표에 구미와 대구 경북이 발끈하고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구미공장(휴대전화사업)의 매출은 구미산업단지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19조원으로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많은 돈이 직접적으로 대구 경북에 쌓이는 돈은 아니지만, 종사자들의 임금과 협력업체, 하청업체들로 나누어지고 다시 이들의 소비때문에 대구 경북의 경제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축소는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를 바라보고 설정한 지역의 모바일 특구와 임베디드 산업 지원은 함께 도태될 위기에 놓였다.

Nokia 협력업체가 대구공장을 설립했다는 것으로 위안삼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대신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섬유산업 다음으로 주력산업으로 키우려던 모바일 산업은 삼성전자를 중심에 두고 나온 아이디어였다.

매일신문 : '삼성 해바라기' 지친 지역 경제계 '노키아 환영'

이렇듯 삼성전자의 구미공장 축소는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사건이다. 고가폰은 여전히 한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하지만, 고가폰에서 중요한 것은 R&D인데, 이를 받침하는 기술센터 건립계획을 백지화시킨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R&D 기능마저 수도권인 수원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므로 결국 대구 경북지역에 남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이미 몇년전부터 이런 상황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어서 지역의 협력업체의 도산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공장 설립을 공식화함으로써 구미공장 축소화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이를 모두 삼성전자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의 사업전략차원에서 공장 이전이나 R&D 인력 수급 등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지하고 대책을 세워야할 지자체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협력사 관리를 위해 대구시가 출자하여 경북대 내에 모바일테크노
빌딩까지 지었지만, 결국 헛수고가 되었다. 1차적으로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이들이 삼성전자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지만 지금은 협력사들이 생사를 고민해야 할 상황으로까지 몰려있다.

베트남공장 설립보도와 함께 구미와 대구지역의 업계와 학계(인력 공급), 지자체는 허탈해하고 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더욱 답답해 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징조가 보였을때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산업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했었다. 삼성전자의 대안을 준비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지역 협력업체의 자생력 지원과 삼성전자 일변도를 벗어나 매출다변화를 지원했어야 했다.

대구 경북은 경부대운하 관련 수혜나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삼성전자 하나 때문에 지역의 산업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으며, 주체없는 구호뿐인 모바일 산업특구가 될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삼성전자없는 모바일 산업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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